(스포일 가득이니 영화 보실 분은 읽지 말아주세요)
아침 조조로 보고 왔습니다.
195석 영화관에 저 포함 3명 있더군요. 아주 편안하게 잘 보고 왔습니다.
그냥 제 생각을 적어볼게요.
영화 보기 전에 제 생각은,
워낙 원작이 유명해서리(특히 일본 원작이니) 아무리 잘 만들어도 좋은 평은 나오기 힘들겠다,,,,라고 생각하고 갔어요.
제 감상평은...좋네요. 좋아요. 영화 보고 기분이 무척 좋아졌어요.
아시다시피 영화는 한국의 사계절을 모두 보여줍니다. 조명을 아주 잘 쓴건지, 아님 한국의 빛을 정말 잘 담아낸건지 각 계절마다 화면의 색이 달라져요. 겨울은 무겁고, 초봄은 춥지만 따뜻함이 느껴지고, 초여름은 여리여리한 연두빛, 한여름은 쨍한 초록빛, 늦가을은 탁한 밤색, 다시 겨울은 스산한 바람냄새 나는 회색. 아~ 빛을 너무 잘 썼어요. 잠시 두 개의 계절만 있는 나라에서 살았을때, 날씨가 추워져도 단풍이 들지 않는 이상한 나무들과 추운 날씨가 하루아침에 반팔 티셔츠를 입어야할 정도로 더워지는게 뭔가 편치 않았던 느낌이 되살아났습니다.
김태리, 류준열, 진기주 젊은 세 배우가 너무 넘치치도 모자라지도 않게 차분하게 각자의 역할을 잘 해주었다고 생각합니다. 진기주 배우는 미스티보다는 이런 류의 영화에서 더 어울리더라는 ㅎㅎ. 류준열 배우야 뭐 그냥 딱 과수원집 츤데레 총각이고요. 김태리 배우는... 전 이 배우가 좋아요. 예쁘지않은 얼굴, 왜소한 몸매, 어느것 하나 여배우로서 장점은 딱히 없어보이는데, 뭐랄까 어떤 역할을 하던 그 사람이 되는 느낌? 여러 배역을 얹어도 다 받아낼 수 있는 얼굴이 있는것 같아요. 굳이 비교하자면 젊은 날의 강혜정 배우를 보는 느낌입니다. 앞으로 계속 건승하시길.
영화에서 다루는 음식 중에 우리가 매일 먹는 평범한 한식이 별로 없어요. 아무래도 젊은이들이 나오는 영화이니 밥/국/찌개/나물이 나오면 바로 6시 내고향 느낌 날까봐 일부러 뺀걸까요? 수제비, 떡설기, 배추전, 배추국 정도 나옵니다만 뒤에 나오는 크렘 브륄레나 오꼬노미야끼의 잔상이 너무 강하게 남아서인지 나물같은거 참기름 똑 떨어뜨려서 무치는 장면 하나 넣었으면 좋았겠다...라는 생각 잠시 했습니다.
영화 보면서 제가 너무 아줌마인것을....양배추계란샌드위치는 계란 하나 삶아서는 택도 없을텐데,,,저 하얀 면보는 가닥가닥 밀가루가 들러붙을텐데 언제 빨고 삶고 말리나,,,저 추운 겨울에 방문쪽으로 머리 두고 아침에 일어나서 기침할텐데,,,막 이런거 눈에 들어와서 좀 괴로웠다는요. ㅎㅎ
한가지 좀 아쉬운 점은,,,그릇이나 부엌살림살이를 세련된 빈티지로 가져가야 한다는 강박이 있었던건 아닌지...누가 봐도 수십년된 시골주택의 주방인데,,,지승민의 공기, 화소반 그릇은 세렴됨을 뛰어넘어 언밸런스한 느낌이 들었어요. 도시에서 보는 이 브랜드들은 한적한 전원의 느낌을 주는데 정작 시골에서 이런 그릇을 보니 겉돈다는 느낌? 차라리 투박한 유기나 살짝 찌그러진 스텐 볼이 놓여있었으면 눈길이 안가면서 자연스러웠을텐데,,, 파이렉스 빈티지볼은 좀 튄다는 느낌? 세월이 흘러 언제나 그 자리에 있던 빈티지 살림이 아니라 세월의 흔적을 새겨보려는 느낌? 컷코 칼에 , 매끈한 소리야나기 주전자도요. ㅎㅎㅎ
일본 원작이라 맘이 편하지 않은 분들도 계시고 여배우에 대한 호불호도 있고 여러가지 이유로 이 영화 별로다...하는 분들 많으실 것 같아요. 전 먹는것 좋아하고 음식영화 좋아하는 평범한 40대 애엄마인데 재미있게 봤어요. 많은 분들이 이 영화 보시고 잠깐이라도 눈과 마음이 따뜻해지셨으면 좋겠어요. 휴식같은 영화입니다.
특히 이 영화는 여성 영화감독인 임순례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어요. 남녀를 나눠 응원하는건 아니지만 영화판에서 여성감독의 작품이 메이저 영화관에 걸리는게 얼마나 힘든지 알기에 좀 더 많은 사람이 봐주시면 좋겠습니다. 여성감독 만세!
겨울에 데려온 귀여운 강아지 오구가 여름 가을로 가면서 점점 커지길래 오! 정말 디테일하다..싶었는데 ㅋㅋ 어린 오구는 오구가, 큰 오구는 진구?(이름이 맞나 모르겠네요. 엔딩크레딧에서 봤는데)가 연기했더군요.
아! 그리고 영화협찬을 경북 의성군에서 했어요! 갈릭소녀들 컬벤져스의 고향이요! 아무래도 올해 마늘은 의성마늘을 사야겠어요.
온기가 있는 생물은 다 의지가 되는 법이다....이 한마디만으로도 의지가 됩니다. 오늘도 서로의 온기를 느끼며 소소하게 살아가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