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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 가득) 리틀 포레스트 후기

조회수 : 6,378
작성일 : 2018-03-02 15:00:47

(스포일 가득이니 영화 보실 분은 읽지 말아주세요)

 

아침 조조로 보고 왔습니다.

195석 영화관에 저 포함 3명 있더군요. 아주 편안하게 잘 보고 왔습니다.

 

그냥 제 생각을 적어볼게요.

 

영화 보기 전에 제 생각은,

워낙 원작이 유명해서리(특히 일본 원작이니) 아무리 잘 만들어도 좋은 평은 나오기 힘들겠다,,,,라고 생각하고 갔어요.

 

제 감상평은...좋네요. 좋아요. 영화 보고 기분이 무척 좋아졌어요. 

 

아시다시피 영화는 한국의 사계절을 모두 보여줍니다. 조명을 아주 잘 쓴건지, 아님 한국의 빛을 정말 잘 담아낸건지 각 계절마다 화면의 색이 달라져요. 겨울은 무겁고, 초봄은 춥지만 따뜻함이 느껴지고, 초여름은 여리여리한 연두빛, 한여름은 쨍한 초록빛, 늦가을은 탁한 밤색, 다시 겨울은 스산한 바람냄새 나는 회색. 아~ 빛을 너무 잘 썼어요. 잠시 두 개의 계절만 있는 나라에서 살았을때, 날씨가 추워져도 단풍이 들지 않는 이상한 나무들과 추운 날씨가 하루아침에 반팔 티셔츠를 입어야할 정도로 더워지는게 뭔가 편치 않았던 느낌이 되살아났습니다.

 

김태리, 류준열, 진기주 젊은 세 배우가 너무 넘치치도 모자라지도 않게 차분하게 각자의 역할을 잘 해주었다고 생각합니다. 진기주 배우는 미스티보다는 이런 류의 영화에서 더 어울리더라는 ㅎㅎ. 류준열 배우야 뭐 그냥 딱 과수원집 츤데레 총각이고요. 김태리 배우는... 전 이 배우가 좋아요. 예쁘지않은 얼굴, 왜소한 몸매, 어느것 하나 여배우로서 장점은 딱히 없어보이는데, 뭐랄까 어떤 역할을 하던 그 사람이 되는 느낌? 여러 배역을 얹어도 다 받아낼 수 있는 얼굴이 있는것 같아요. 굳이 비교하자면 젊은 날의 강혜정 배우를 보는 느낌입니다. 앞으로 계속 건승하시길.

 

영화에서 다루는 음식 중에 우리가 매일 먹는 평범한 한식이 별로 없어요. 아무래도 젊은이들이 나오는 영화이니 밥/국/찌개/나물이 나오면 바로 6시 내고향 느낌 날까봐 일부러 뺀걸까요? 수제비, 떡설기, 배추전, 배추국 정도 나옵니다만 뒤에 나오는 크렘 브륄레나 오꼬노미야끼의 잔상이 너무 강하게 남아서인지 나물같은거 참기름 똑 떨어뜨려서 무치는 장면 하나 넣었으면 좋았겠다...라는 생각 잠시 했습니다.

 

영화 보면서 제가 너무 아줌마인것을....양배추계란샌드위치는 계란 하나 삶아서는 택도 없을텐데,,,저 하얀 면보는 가닥가닥 밀가루가 들러붙을텐데 언제 빨고 삶고 말리나,,,저 추운 겨울에 방문쪽으로 머리 두고 아침에 일어나서 기침할텐데,,,막 이런거 눈에 들어와서 좀 괴로웠다는요. ㅎㅎ

 

한가지 좀 아쉬운 점은,,,그릇이나 부엌살림살이를 세련된 빈티지로 가져가야 한다는 강박이 있었던건 아닌지...누가 봐도 수십년된 시골주택의 주방인데,,,지승민의 공기, 화소반 그릇은 세렴됨을 뛰어넘어 언밸런스한 느낌이 들었어요. 도시에서 보는 이 브랜드들은 한적한 전원의 느낌을 주는데 정작 시골에서 이런 그릇을 보니 겉돈다는 느낌? 차라리 투박한 유기나 살짝 찌그러진 스텐 볼이 놓여있었으면 눈길이 안가면서 자연스러웠을텐데,,, 파이렉스 빈티지볼은 좀 튄다는 느낌? 세월이 흘러 언제나 그 자리에 있던 빈티지 살림이 아니라 세월의 흔적을 새겨보려는 느낌? 컷코 칼에 , 매끈한 소리야나기 주전자도요. ㅎㅎㅎ

 

일본 원작이라 맘이 편하지 않은 분들도 계시고 여배우에 대한 호불호도 있고 여러가지 이유로 이 영화 별로다...하는 분들 많으실 것 같아요. 전 먹는것 좋아하고 음식영화 좋아하는 평범한 40대 애엄마인데 재미있게 봤어요. 많은 분들이 이 영화 보시고 잠깐이라도 눈과 마음이 따뜻해지셨으면 좋겠어요. 휴식같은 영화입니다.

 

특히 이 영화는 여성 영화감독인 임순례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어요. 남녀를 나눠 응원하는건 아니지만 영화판에서 여성감독의 작품이 메이저 영화관에 걸리는게 얼마나 힘든지 알기에 좀 더 많은 사람이 봐주시면 좋겠습니다. 여성감독 만세!

 

겨울에 데려온 귀여운 강아지 오구가 여름 가을로 가면서 점점 커지길래 오! 정말 디테일하다..싶었는데 ㅋㅋ 어린 오구는 오구가, 큰 오구는 진구?(이름이 맞나 모르겠네요. 엔딩크레딧에서 봤는데)가 연기했더군요.

아! 그리고 영화협찬을 경북 의성군에서 했어요! 갈릭소녀들 컬벤져스의 고향이요! 아무래도 올해 마늘은 의성마늘을 사야겠어요.

 

온기가 있는 생물은 다 의지가 되는 법이다....이 한마디만으로도 의지가 됩니다. 오늘도 서로의 온기를 느끼며 소소하게 살아가렵니다.

 

 

IP : 118.37.xxx.64
2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8.3.2 3:07 PM (14.33.xxx.242)

    ㅎㅎㅎㅎㅎ 저도 보면서 너무이쁘게 만들고싶어서 애쓴느낌?
    요즘 인터넷에 유명하다는그릇다 모아두고
    바쁘고 정신없고 치열한 시골모습은 없죠.ㅋㅋㅋㅋ

  • 2. 123
    '18.3.2 3:07 PM (121.164.xxx.76) - 삭제된댓글

    감독님 인터뷰 보니까 그 부엌살림들은 영화상으로 설명되어있진않지만 엄마가 일본에서 요리공부한 설정이래요. 그래서 그런 도구가 있는 거라고...
    감독님 인터뷰에 재미난 뒷이야기가 많던데.. 아 사이트 복사가 안되네요...ㅜ.ㅜ

  • 3. 123
    '18.3.2 3:09 PM (121.164.xxx.76)

    감독님 인터뷰 보니까 그 부엌살림들은 영화상으로 설명되어있진않지만 엄마가 일본에서 요리공부한 설정이래요. 그래서 그런 도구가 있는 거라고...
    감독님 인터뷰에 재미난 뒷이야기가 많은데 함 보세요~https://m.blog.naver.com/juckwoo/221216605414

  • 4.
    '18.3.2 3:09 PM (118.37.xxx.64)

    아, 그리고 한가지 더.

    영화의 중요한 축인 엄마와 딸의 관계도 참 좋았어요. 딸을 키우는 엄마로서, 여러 생각이 들더라구요. 난 딸에게 어떤 엄마일까?

  • 5. 오호
    '18.3.2 3:10 PM (116.123.xxx.168)

    감상평도 아주 좋네요!!
    일본편을 재밌게 넘 잘봐서 기대많이 되네요
    아무래도 음식을 다루는거라
    감독님이 식기에 공을 들이셨나보네요
    이런영화봄 맘이 편안해지고
    힐링이 저절로 된다는 !!!

  • 6. 마키에
    '18.3.2 3:11 PM (119.69.xxx.226)

    와 글이 수준급이세요 ㅎㅎ
    안보고 지나칠 수 없게 만드시네요^^
    자주자주 영화평 올려주세용^^

  • 7. 인연
    '18.3.2 3:13 PM (211.38.xxx.169)

    앗 저도 오늘 조조로 봤는데 제가본 영화관엔 삼분의 일은 찼었어요. 아빠가 돌아가시기전에 음식 레시피를 많이 가르쳐주셨는데 눈물이 나서 혼났네요. 너무 예쁜 부엌과 유명한 그릇 집기들 제가봐도 알아맞출수있어 놀랄정도였지만 시골서 그정도 음식하는 엄마라몃 저정도 쓸수있겠다라며 저혼자 머릿속으로 이해하려 하며 봤네요^^정말 재밌었어요.

  • 8. 저도
    '18.3.2 3:25 PM (113.157.xxx.130)

    일본판도 솔직히 일본 완전 깡시골인데 나오는 집기가 요리도구가 정말 한 팬시한 물건이 그득이었죠.
    일본판에서의 엄마도 여느 보통 엄마가 아니잖아요. 아니 그 시골에서 철마다 우스터소스를 만드는
    사람이 평범하지 않죠!(외국인 전 남자친구나, 크리스마스에 만드는 케잌이나) 누텔라까지 만들잖아요.
    결론은 일본판도 그다지 리얼한 시골부엌이 아니었어요 ㅎㅎ

  • 9. 아줌마
    '18.3.2 3:30 PM (122.37.xxx.231)

    저두 애 개학이라 학교보내놓고 이거 보러 갔다왔어요. 일본판이 재료의 성장과정부터 요리로 만들기까지의 과정이 세세했다면 한국판은 많이 생략되어 보여줘서 좀 아쉬웠달까..아무래도 한편에 다 담을래니 어쩔수 없었겠지요.. 류준열의 대사들이 몇개 마음속에 와 닿았어요.

  • 10. ㅇㅇ
    '18.3.2 3:41 PM (175.223.xxx.113)

    글 참 잘쓰시네요. 개학하고 호젓하게 혼자서
    조조영화볼려고 하거든요. 참고할게요.

  • 11. ..
    '18.3.2 3:45 PM (221.149.xxx.101)

    저도 다음 주 월요일 쯤 혼자 조조 보러 가야겠네요.

  • 12. 푸른하늘날
    '18.3.2 3:49 PM (218.209.xxx.81) - 삭제된댓글

    안 땡기는 영화였는데...
    님의 리뷰를 보니 보고싶어졌어요^^

  • 13. ...
    '18.3.2 3:54 PM (116.34.xxx.169)

    내일 딸학 보기로 했는데, 기대되네요^^

  • 14.
    '18.3.2 4:18 PM (121.129.xxx.71)

    저도 어제 여기에다 리포 후기 썼는데 이거 너무 비교됩니다. ㅎㅎ 글 진짜 잘쓰시네요. 김태리 류준열 진기주 정말 연기잘했어요. 캐스팅이 신의 한수이고 뭔가 화면이 꽉찬연기랄까. 웃음코드도 따뜻하고 순한 강아지 오구 넘 사랑스러웠죠. 주말에 가족이랑 한번 더 갈 생각입니다.류준열의 설렘연기는 진리 ㅎㅎㅎ

  • 15. 기대되요.
    '18.3.2 4:20 PM (218.39.xxx.149) - 삭제된댓글

    오늘 밤에 딸이랑 보러가려고 예매해놨어요.

  • 16. 솔솔라라
    '18.3.2 4:46 PM (223.38.xxx.35)

    김태리가 친구 몸에서 애벌레를 떼내서 던지는 장면을 찍으면서 바닥에 모포를깔았대요. 애벌레 안죽이려고요. 날벌레들도 안죽이고 손으로 내몰고 모든 생명들을 우대하며 촬영했다합니다. 임순례감독님이 카라대표이고 베지테리안이세요. 영화의 태도가 참좋아요. 이영화는 보고남 기분이좋아진다는게 젤큰장점

  • 17. 심미안
    '18.3.2 4:59 PM (223.62.xxx.182)

    제가 느낀 감상하고 완전 똑같네요 ㅎㅎㅎ

  • 18. ㅇㅇ
    '18.3.2 5:30 PM (116.124.xxx.172)

    열한살 된 딸이랑 봤어요. 건강하고 따뜻하고 휴식같은 영화였어요.
    아이가 이해 못하는 부분이 있을까봐 걱정했는데 너무 좋았다고 하더라구요.
    배추전 뽐뿌를 받아서 해먹으려구요. 그릇이랑 주방기기들이 멋스러워서 보통 엄마는 아니라고 느꼈지만
    역시 일본에서 요리공부를 했단 설정이었군요. 세 친구 케미도 여주의 자연미도 오구의 연기력도 모두 좋았어요. 딸과 함께 보는거 추천합니다!

  • 19. 태리해
    '18.3.2 5:39 PM (175.209.xxx.18)

    저도 주방기구들이 너어무 살림블로거 스타일인데? 싶긴 했어요. 홈쇼핑에서 한참 팔던 해피콜블렌더도...
    전 시골출신이라 미모 아가씨 혼자 대문도 없이 길쪽으로 난 허술한 집에 혼자 사는 건 환상 허구란걸 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밌게 봤어요.

  • 20. 찌찌뽕
    '18.3.2 5:42 PM (119.69.xxx.28)

    딱 그럴거같아... 그런 영화일거같아,, 했는데 그런 기대에 딱맞는 평을 올려주셨네요. 여자들끼리 보러가면 참 좋을거같아요.

    감사합니다^^

  • 21. 리포
    '18.3.2 5:50 PM (211.51.xxx.158)

    저도 영화봤다고 글쓰고 게시판 복습을 하니 영화평올려주신분이 계시네요. 저는 글 내릴까봐요. ㅎㅎㅎ 세세히 잘쓰셨네요. 오구로 나오는 강아지 넘 귀여웠어요. 아카시아꽃 튀김도 맛보고 싶고. 냇가장면도 너무 좋았고 읍내장면도 넘 웃겼죠? 전체관람가이니 애들이랑 보기도 좋을 듯 한 영화인것같아요. 담주중에 혼자 조용히 한번 더 보러갈까해요. 말그대로 힐링되는 영화인것 같아요.

  • 22. 글을
    '18.3.2 6:26 PM (115.139.xxx.86)

    어쩜 이렇게 잘 쓰실까요
    딸둔 엄마들 다 보러가겠어요
    저도 예매 했어요 ^^

  • 23. . .
    '18.3.2 7:45 PM (59.12.xxx.242)

    리틀포레스트 영화평 너무나 잘 쓰셔서 보러가고 싶네요

  • 24. ..
    '18.3.2 10:39 PM (112.150.xxx.197)

    전 이 감상 평 본 걸로, 영화는 안보기로요.

  • 25. 왕초보
    '18.3.3 7:30 AM (121.187.xxx.113)

    시골이니까 놋그릇이나 찌그러진 스텐그릇이 당연히다는 생각은 너무나 구태신데요. 저도 면소재지의 리단위에 거주하는데 그릇이랑 가전제품 마니아라 ㅎ ㅎ
    시골에도 치열함이랑은 상관없이 사는 사람들도 많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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