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며칠 전 강릉 빙상 경기장 다녀왔거든요. 경기도 보고 굿즈도 사고 역으로 가기 위해 셔틀을 타러 갔습니다.
그런데 빨간 점퍼를 유니폼처럼 맞춰입은 젊은 친구들이 손에 태극기를 들고 우르르 몰려가는 거예요.
사실 우리나라 응원하는데 태극기는 당연하다 싶었죠. 그 때만 하더라도 강릉역 앞에서 한반도기 반대하는 몇 안 되는 꼴통들이 태극기 들고 난리 부르스 치는 광경은 상상도 못했구요.
그런데 셔틀 타는 육교 앞 모 교회(이름도 압구정동에 있는, 곧 감옥 가실 사기꾼이 다니는 이름과 같습니다) 앞으로 이 태극기 든 빨간 청년들이 우르르 들어가는 겁니다. 교회 앞 작은 광장에는 어떤 남자가 시끄럽게 앰프 크게 틀어놓 고 가스펠을 열심히 불러대구요. 또 그 앞에는 그 교회 신자들이 차도 나눠주고, 뭔가 내용이 담긴듯한 전단지도 나눠주고 그러더군요.
나와는 다른 경기장에서 경기를 봤는지 모르겠어요. 그리고 태극기 들고 응원하는 것은 매우 자랑스러운 거 맞으니 격려를 해줄 법도 하구요. 그런데 그 교회 앞 풍경을 보니 혹시 그 젊은애들이 교회에서 동원되어 파크를 오가는 수많은 인파 사이에서 일종의 시위를 한 건 아닌가 덜컥 걱정스러운겁니다.
작년 촛불 때 3.1절날 조용기 동생이 동원한 무뇌 개독들이 광화문을 차지한 거 경험하신 분 별로 없으시죠? 저는 그날도 나갔는데요. 10-20대 애들이 교보문고 안에서도 태극기 들고 돌아다녔고, 밖에서는 원래 촛불 시민 자리 다 뻬앗고, 폭력적 언사와 데시벨을 있는대로 높인 소음으로 짖어대다시피 했었어요.
태극기가 어쩌다 닭은 지지하는 무뇌 박사모들과 개독의 연합전선에 이용됐는지 생생하게 봐 왔던 저로서는 빨려들듯 그 교회로 가는 애들을 보니 저도 모르게 끌끌 소리가....
게다가 강릉역 앞에 갔더니 아직 10살도 안 됐음직한 백인 여자남자 아이가 우르르 몰려가며 저와 일행들에게 선물 주듯 뭔가 주고 가는 거예요. 이게 뭔가 싶어 봤더니 영어로 된 지저스 어쩌고 저쩌고... 제 일행이 보더니 아무래도 개독 일파 같다며 휙 쓰레기통에 버리는 바람에 개독 쪽인지 상식적인 개신교 쪽인지 확인도 못했어요. 근데 상식적으로 그 어린 서양애들이 우르르 올림픽이 열리는 시골-서울에 비하면야 그렇죠, 강릉에 그렇게 백인이 많이 몰려산다는 얘기도 못 들었구요-에 단체로 몰려와 거리를 오가며 마치 선심쓰듯 전단지 나눠주는 행태가 상식적인 개신교에서 할 일은 아니란 생각이 드네요.
오늘 이승훈 선수 시상식 보다가 기가 막혀서 그날의 경험을 이렇게 주절주절 써내려 갑니다. 내일 교회 가실 분들도 많을 텐데 아무쪼록 이런 풍경들에 대해 같이 고민하고 생각해 주시면 고맙겠네요. 무릇 보편적인 종교는 결코 악의 무리와 화합할 수 없을텐데 올림픽 주변의 이런 백태 여러 모로 씁쓸하네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