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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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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 용돈의 추억

음... 조회수 : 1,500
작성일 : 2018-02-20 13:04:28
이제와서 엄말 원망하는 글은 아녜요. ^^

가난한집 아이였어요. 늘 용돈이 부족했죠.
사고 싶은 것 갖고 싶은 것이 많은 국민학생시절
장난감 살 돈을 주는 건 물론, 장난감을 사 줄 형편이 안되는 찢어지게 가난한 집. 그때 소원이 마론인형(바비는 언감생심, 싸구려 미미면 족했어요)하나 갖는 게 소원이었네요 ㅎㅎ
나름 큰 돈을 만져볼 수 있는 때가 명절이었어요.

해마다 명절이 오기 전에 엄마랑 손가락을 걸며 약속을 했어요. 이번 명절엔 내가 받는 명절 용돈은 제가 가질게요... 엄마도 매해 명절 그래라 했지만, 그 약속은 단 한번도 지켜지지 않았어요.
연휴가 끝날무렵 정말 단돈 천원도 남기지 않고 빼앗아 가셨죠.

지금은 이해를 해요. 너무 가난했으니까 그랬겠죠. 우리가 받는 용돈만큼 엄마도 숙모 고모 이모로서 지출해야 했을테고 아랫돌 빼서 윗돌 괴기를 반복하는 빠듯한 살림에 그렇게라도 채우지 않으면 힘들었을 거예요.

그런데 그런 이해와는 별개로 그때의 좌절감, 슬픔, 뺏기고 난 뒤의 분노, 허탈감... 때로는 증오심까지 들었던 그 기분은 엄마를 이해함에도 여전히 기억에 남아 명절 즈음이면 살아나요.

어느해인가, 저도 아이를 낳고 조카들에게 용돈을 주고 아이가 받아온 용돈을 갈무리하다 문득 엄마에게

어쩜 그렇게도 모질게 다 뺏어갔었냐구, 그래서 살림살이 좀 나아졌었냐고 면박을 줬더니 엄마도 민망해하며 희미하게 웃더군요. 엄마도 시간이 지나니 그랬던게 후회된다는 듯.
엄마 그 민망해하는 웃음 때문에 저도 엄마를 이해하고 그때의 엄마에게 안쓰러운 마음도 가지게 되요. 아이의 명절용돈 천원짜리 한장까지 긁어가지 않으면 안됐을 살림을 살았던 그 시절 엄마에게 애틋한 맘도 생기구요.

요즘 저희 아이들이나 조카들은 그렇게 명절 용돈에 연연해하지 않더군요. ㅎㅎ 다 모으면 꽤 큰 액수가 되는 돈 중 아주 약간의 돈만 남기고 자기명의의 통장에 탁 털어넣고 끝.
평소에도 풍족하니 굳이 명절용돈을 기다릴 것도 없고, 저 포함 부모들도 아이가 갖고 싶어하는 걸 굳이 네 명절용돈 모아서 하라고 하지도 않구요. 명절용돈은 해마다 통장에 들어가 잠들죠. 대학 들어가면 여행경비가 되기 위해.
그 돈을 통장에 입금하라 내어주면서도 그 시절 저처럼 울거나 분노하거나 하는 것도 없고...

시절도 변했지만 형편이 달라진게 가장큰 이유겠죠.

아이 명절 용돈 각자 통장에 입금해 주다 생각나서 써봐요.

참, 전 마론인형, 고등학교 졸업할때까지도 가져보지 못했어요. 하하하.
IP : 1.227.xxx.5
8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아고ᆢ
    '18.2.20 1:11 PM (175.195.xxx.148)

    토닥토닥해드리고싶어요

  • 2. 새뱃돈
    '18.2.20 1:21 PM (125.143.xxx.60)

    받은걸로 빤짝빤짝한 메이커 운동화 샀던 기억이 나네요
    흰검나이키 ㅎㅎㅎ
    우리애들은 생필품은 선물이 아니라고 하죠 엄마가 때되면 알아서 사주는것 켁~

  • 3. 저도.
    '18.2.20 1:23 PM (210.94.xxx.89)

    전 용돈이라는 게 뭔가 싶을 만큼 가난하게 자랐어요.

    없는 집에서 공부는 잘해서 공부하는데 들어가는 돈은 받았지만
    그 이외의 것은 단 하나도 없었던.

    저도 그 마론인형 없었어요. 정말 갖고 싶었는데..

    거기다 결혼 후 아들만 낳아서 인형은 또 가질래야 가질 수도 없었던.

    그래서 컬렉터 바비 모았습니다. 남편이 이걸 왜 사냐고 그래서 마론 인형의 추억을 얘기해 주면서 나는 이거 정말 갖고 싶었다. 딸이었음 딸래미 꺼 사주면서 대리 만족했을텐데 그게 안 되서 케이스에서 꺼내지도 않는 비싼 바비 컬렉터 모으는 거고, 내 어린 시절에 대한 보상 같은 거니까 뭐라 하지 말아라 했습니다.

    그런데.. 그럼에도 어린 시절의 그 마론인형만큰의 느낌은 안 나요. ㅠㅠ

  • 4. ㅇㅇ
    '18.2.20 1:33 PM (1.227.xxx.5)

    맞아요. 지금와서 백개의 바비를 준다해도 그 시절 학교 앞 문방구 진열장에 들어있던 싸구려 미미에 대한 갈망은 채워지지 않을 거예요. ㅎㅎ 울엄마 그 부분에선 참고 모질었어요. ^^;;;; 애가 그렇게 소원하면 한개 사줄법도 한데 말이죠. ㅎㅎㅎㅎ(중등이후로 살림이 조금씩 펴서 그때 돈 삼천원 오천원하던 마론인형하나 못사줄만한 가난은 아니었거든요)
    저도 공부는 잘하는 편이어서 공부 관련된 돈은 잘 쓰셨어요.

    전 다행인지 ㅎㅎ 딸을 낳아서 애 핑계로 인형 콜렉팅하는데(디즈니 베이비돌 죄다 샀어요)
    그럼 뭐하나요... 그때의 결핍감은 채워지지 않는 걸.

  • 5. ㅎㅎ
    '18.2.20 1:46 PM (125.180.xxx.240) - 삭제된댓글

    제 얘기인줄ㅎㅎ 저희집도 엄청 가난했고 오천원 삼천원씩 세뱃돈 모으면 삼만원쯤 되려나..
    안뺏겠다는 약속 받아도 어김없이 가져감ㅜㅜ
    저는 미미는 한개 있었는데 할머니가 저 학교간 사이 무당집이냐고 버려버리셔서ㅜㅜ
    그 때의 충격이란..하.. 결국 한번도 못 사고 성인이 됐어요. 직장인되고 미미 산적 있는데 절대 그 기분은 아니고..
    지금도 마트가면 꼭 핑크로 도배된 미미, 바비 이 쪽 구경해요. 남편도 이해하고 그 시간은 기다려주고요.
    어릴땐 진짜 왜그리 가난했는지.. 그때 생각하면 젊던 엄마도 안쓰럽고 저희 네남매도 불쌍하고 그러네요..ㅠ

  • 6. 제얘기인줄ㅎㅎ
    '18.2.20 1:48 PM (125.180.xxx.240) - 삭제된댓글

    저희집도 엄청 가난했고 오천원 삼천원씩 세뱃돈 모으면 삼만원쯤 되려나..
    안뺏겠다는 약속 받아도 어김없이 가져감ㅜㅜ 
    저는 미미는 한개 있었는데 할머니가 저 학교간 사이 무당집이냐고 버려버리셔서ㅜㅜ
    그 때의 충격이란..하.. 결국 한번도 못 사고 성인이 됐어요. 직장인되고 미미 산적 있는데 절대 그 기분은 아니고..
    지금도 마트가면 핑크로 도배된 미미, 바비, 인형의 집 이런거 꼭 구경해요. 남편도 이해하고 그 시간은 기다려주고요.
    어릴땐 진짜 왜 그리 가난했는지.. 그때 생각하면 젊던 엄마도 안쓰럽고 저희 네남매도 불쌍하고 그러네요..ㅠ

  • 7. ..
    '18.2.20 3:20 PM (125.177.xxx.200)

    저도 미미인형도 아니고 500원짜리 문방구에서 파는 피부 이상하고 관절 구부러지지 않은 싸구려 원피스 입은 인형만 있었어요. 다리 구부려지는 인형이 너무 갖고 싶었어요.
    전 유치원 크리스마스 행사때 다른 친구들은 다들 장난감 선물 받는데 산타가 왜 나한테만 색연필,크레파스를 주는건지 이해가 안됐어요. 저도 장난감 받고 싶었는데......나도 착한 일 많이 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어려운 형편에 유치원 보내준 것만도 고맙지만 산타 선물은 그 당시 너무 원망했던 기억이 나요

  • 8. ..
    '18.2.20 3:44 PM (119.196.xxx.9)

    윗님 글 보니 저도 머리 맡에 양말 놔 두고 잔 기억이....
    다음날 아무것도 채워지지 않은 빈 양말 보고 허탈했던 기억이....
    이웃 할머니께 심부름을 갔는데 돈을 주셨어요
    너무 다 사 먹고 집엘 갔는데 할머니가 엄마랑 통화하셨더라구요
    엄마에게 혼나고 할머니에게 사과 드리러 다시 갔네요
    엄마 말씀이 일리 있는게 어른한테 엄마 모르게 용돈 받은걸이야기 안하면
    엄마가 모르니 감사 인사를 할수가 없다는 거였어요
    할머니가 전화 걸어 확인하셨고 엄마는 금시초문이라 민망한 상황....
    그래도 단 한번도 제가 받은 용돈을 뺏은적 없으셨어요
    근데 슬픈건 엄마가 돈이 없어서 단 100원도 저에게 용돈을 주신적이 없으시단거
    지금은 시집 간 딸인데도 갈때마다 택시비며 애들 뭐 사주라고 꼭 돈을 주시지만
    그 당시엔 집이 워낙 가난했어요ㅠ
    친구들이 착한일하고 100원 받는 용돈이 부러워서 엄마에게 항의했던 기억도 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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