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에 말이 그리 없는 건 아니예요.
조근조근 꽤 웃기고 재밌어요.
근데 가끔씩, 아니 자주, 말 대신 손짓으로 답해요.
말이 훨씬 빠르고 쉬운데 말이죠.
예를 들어 잠자고 있는데 깨우면서 오늘 소집일 맞아?
그러면 비몽사몽간에 그냥 응, 하면 될 것을
이불 속에 있던 손을 꺼내서 두손가락 동그랗게 말아서 그렇다는 싸인을 보내요.
심지어 고개까지 끄덕이며.
제가 무슨 말을 하면 이해 안 된다는듯이 그게 무슨 뜻이냐고 묻는 대신.
손가락으로 물음표 3개를 허공에 그려요. ㅎㅎ
나갈 때 카드 가지고 가냐고 물어보면 응 이라고 한 마디 하면 될 걸
주머니에 있던 거 꺼내서 보여줘요.
이런 아이 또 있나요?
지금 고3이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