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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제사 - 박지웅

설날에 조회수 : 3,305
작성일 : 2018-02-16 00:06:26

즐거운 제사

 

향이 반쯤 꺾이면 즐거운 제사가 시작된다.

기리던 마음 모처럼 북쪽을 향해 서고

열린 시간 위에 우리들 一家는 선다

 

음력 구월 모일, 어느 땅 밑을 드나들던 바람

조금 열어둔 문으로 아버지 들어서신다

산 것과 죽은 것이 뒤섞이면 이리 고운 향이 날까

그 향에 술잔을 돌리며 나는 또

맑은 것만큼 시린 것이 있겠는가 생각한다


어머니, 메 곁에 저분 매만지다 밀린 듯 일어나

탕을 갈아 오신다 촛불이 휜다 툭, 툭 튀기 시작한다

나는 아이들을 불러모은다 삼색나물처럼 붙어 다니는

아이들 말석에 세운다. 유리창에 코 박고 들어가자

있다가자 들리는 선친의 순한 이웃들

한쪽 무릎 세우고 편히 앉아 계시나 멀리 山도 편하다

향이 반쯤 꺾이면 우리들 즐거운 제사가 시작된다

엎드려 눈감으면 몸에 꼭 맞는 이 낮고 포근한,

곁!



詩 : 박지웅

*2005년 문화일보 시 당선작 *

IP : 72.80.xxx.152
2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8.2.16 12:09 AM (222.237.xxx.199) - 삭제된댓글

    헐.....

  • 2. ㅇㅇ
    '18.2.16 12:10 AM (39.117.xxx.5)

    당선작;;

  • 3. 즐겁겠지
    '18.2.16 12:12 AM (110.47.xxx.25) - 삭제된댓글

    마누라가 제사상 차려주고, 마누라가 그 상 설거지 다 해줄테니 어찌 즐겁지 아니하겠는가?

  • 4. 즐겁겠지
    '18.2.16 12:18 AM (110.47.xxx.25)

    마누라가 제삿상 준비 다 해주고, 또 마누라가 그 상 설거지 다 해줄테니 어찌 즐겁지 아니하겠는가?

  • 5. 미친
    '18.2.16 12:20 AM (219.255.xxx.83)

    기가막혀서...........

  • 6. ..
    '18.2.16 12:27 AM (203.229.xxx.102)

    니가 상 차려라 시붕상아.

  • 7. 자신이 차리고 치운다면
    '18.2.16 12:29 AM (110.47.xxx.25)

    '괴로운 제사'로 달라졌을 듯 합니다.

  • 8. ...
    '18.2.16 12:33 AM (180.92.xxx.125)

    왕처럼 받아먹기만 하니 즐겁지.
    나라도 즐겁겠네.

  • 9. 플럼스카페
    '18.2.16 12:46 AM (182.221.xxx.232)

    막상 남자인 남편도 제사 안 좋아하던데...
    그걸 즐.겁.게. 느끼는 사람도 있었네요. 반어법은 아닌 거 같은데.

  • 10. 염병하네
    '18.2.16 12:54 AM (211.177.xxx.4)

    염병하네 염병하네

  • 11. ㅋㅋㅋ
    '18.2.16 1:59 AM (124.54.xxx.150)

    저런걸로 당선이...

  • 12. 지랄한다
    '18.2.16 3:44 AM (125.179.xxx.156)

    지랄하네 이런 웃긴 시 첨 봄

  • 13.
    '18.2.16 5:44 AM (58.140.xxx.30)

    저런시가 나오고 또 잘썼다고 상주니 제사문화가 없어질 수 있겠나요.

  • 14. . . .
    '18.2.16 6:18 AM (72.80.xxx.152) - 삭제된댓글

    제사문화가 왜 없어져야 하나요?

  • 15. . . .
    '18.2.16 6:19 AM (72.80.xxx.152)

    잘 쓴 시입니다.
    그런데
    제사문화가 왜 없어져야 하나요?

  • 16. ...
    '18.2.16 7:09 AM (95.222.xxx.232)

    직접 상차려서 즐거워 해야지.

  • 17. ......
    '18.2.16 10:15 AM (175.223.xxx.125)

    시는 멋진 시인데...
    음식준비, 상치우고 정리하기, 설거지.. 까지 죄다 본인이 하면 저런 아름다운 시가 과연 나왔을런지..
    매우 씁쓸하네요...

  • 18. demara
    '18.2.16 10:38 AM (172.114.xxx.124) - 삭제된댓글

    너만 즐거운 제사

    향이 반 쯤 꺽이면 허리 한번 펴고
    깊은 숨 한번 뱉는다. 이제 끝 났다.

    내 눈물로 차린 저 상 앞에 손가락 깜짝 않던
    남의 식구들이 선다.

    음력 구월 모일, 서늘한 바람에 한기가 드는데
    귀신들어오라고 현관문을 연단다.
    남의 집 고운 딸이 얼굴도 모르는 남의 조상위해
    눈물과 서러움으로 차려낸 이 상이, 음식 냄새가
    시리도록 아프다.

    조선시대 종 부리듯 남의 집 귀한 딸 데려다가
    허리 한번 못 펴고 차린 거한 상을
    손가락 까딱 않던 다른이가 생색은 다 내는 구나.

    언제쯤 깨우칠까 귀신이 제삿밥 먹는 다는
    어리석디 어리석은 믿음.

    중요한 조상 제사상은 자기가 좀 차리자. 나도 우리 조상 제사상 차리고 싶다.
    너는 좋으냐, 즐겁냐 나는 죽겠다. 힘들고 서러워서. 언제까지 하나 이 짓.
    너는 엎드려 눈 감고 제사 지내고 나는 엎드려 눈감고 한 숨 자게 하라.
    차리긴 내가 했으니 치우는 건 니가 해라.

    니미럴!

  • 19. 윗님
    '18.2.16 11:09 AM (180.224.xxx.210) - 삭제된댓글

    필력 브라보!
    개신교인이지만, 제사 자체는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요.
    돌아가신 부모님 기리는 날이 뭐가 나쁜가요?

    하지만, 여성들 노동력에 기대서 잔뜩 차리는 우리나라 제사문화, 명절문화는 잘못돼도 한참 잘못됐죠.
    원글님, 뭐가 잘못됐다뇨...말해도 안 통할 분 같긴 합니다만.

  • 20. 윗님
    '18.2.16 11:18 AM (162.243.xxx.244)

    필력 브라보!
    개신교인이지만, 제사 자체는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요.
    돌아가신 부모님 기리는 날이 뭐가 나쁜가요?

    하지만, 여성들 노동력에 기대서 잔뜩 차리는 우리나라 제사문화, 명절문화는 잘못돼도 한참 잘못됐죠.
    원글님, 뭐가 잘못됐다뇨...말해도 안 통할 분 같긴 합니다만.

  • 21. ..
    '18.2.16 12:03 PM (223.38.xxx.163) - 삭제된댓글

    손가락 하나 까딱 안하고 남의 집 귀한 딸 등골 빼먹으며 차린 제사니 즐겁겠지.. 뭐 이런 병신같은 시가 다 있는지 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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