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려 고분벽화에도 사람머리의 새는 여럿 등장한다. 무용총 널방 천장고임에는 봉황을 연상시키는 몸에 긴 모자를 쓴 사람의 머리가 달린 새가 그려져 있다. 천년, 만년을 뜻하는 천추, 만세는 인간의 무한 장수를 기원하고 소망하는 용어이다.
사람머리의 새 천추, 만세는 무한한 수명을 꿈꾸는 인간의 바램이 형상화된 상상속의 존재인 셈이다.
무용총과 안악1호분의 사람머리 새들은 신선을 연상시키는 얼굴을 지녔고, 특별한 형태의 모자를 썼다. 천왕지신총의 천추나 덕흥리벽화분의 천추, 만세는 무한한 삶의 화신들이다. 신은 아니지만, 괴물이나 요괴, 약용동물도 아니다. 고대 동아시아 신화에 모습을 드러냈던 신으로서의 이미지와 능력을 아직 일부나마 간직하고 있는 존재인 셈이다. 어쩌면 고구려 고분벽화 속의 사람머리 새들은 신으로 지내던 시대를 되돌아보며 속절없는 세월의 흐름, 세상의 변화, 이전과는 달라진 사람들의 눈초리를 안타까운 눈으로 마주 보고 있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