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뒷베란다에서
중학교가 보이는데, 어제가 졸업식이어서
운동장에 차들이 많이 주차되어있더라구요.
바쁜와중에도 잠시 틈을 내어왔는지
철물을 잔뜩 실은 트럭도 와있었는데
평범한 다른 차들사이에서 낡은 회색 그 철물트럭을 보는순간
괜히 가슴이 뭉클해지더라구요.
평생 가난의 무게에 짓눌려 집한칸도 마련해보지 못하고
남의집 셋방살이만 하다가 암으로 저세상갔던 우리 아빠도 생각나고
졸업식날 혹여나, 낡은 옷차림새로 나타날까봐
전전긍긍하면서 맘졸이고
고등학교 졸업식날 변변한 한복도 마련하지 못해서
안가겠다는 저를
제가 원하는 색깔의 한복으로 사서 학교에 들고가겠다고해서
그 말믿고 먼저 학교에 갔더니
나중에 낡은 보풀코트차림의 부모님이 제게 주신 가방을 열어보니
눈이 팽이처럼 도는줄 알았어요.
그건 그건, 몇년전에 팔순을 치룬 언니네 시어머니가 입었던
낡은 한복이었던거에요.
색깔바랜 분홍색, 체념한 얼굴로 그 한복을 입으니
옷고름이 너무 삭아서 풀죽은 할미꽃처럼 고개숙이던 그 초라한 한복
그 생각이 떠오르면서 가난을 너무 일찍 알아버리고 놀림받는 것도 익숙해버린
그 지난날이 떠오르는데
화환을 들고 교문밖으로 사라지는 중학생과 가족들이 보이네요.
3년간의 졸업식을 축하해주려고 화환을 만들어 갖고오셨나보네요.
저렇게 축하해줄수도 있는거구나~
한편으론 웃음나면서도 어쩐지 가슴이 찡해지는 장면을
어제 뒷베란다에서 봤네요.
한편 부모님이 안오셨는지 혼자 졸업식을 맞은 몇명의 학생들은
금새 운동장 한켠을 달려 없어지고 그나마도 분주하던 운동장도 30분만에
단 한명도 없이 사라지고, 아무일도 없던것처럼 키큰 나무들만
호젓하게 서있네요. 부쩍 푸른 하늘에 흰구름만 눈부시게 빛나고..
저혼자만 옛생각에 젖어 한참을 머물던 하루였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