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마을에서 나고 자라
중1때까진 겨울에 산에서 나무해서 불때고 살았어요.
겨울이면 눈은 또 어찌나 많이 오던지
발목위로 푹푹 빠지는 눈 속을 걸어서
썩은 나무뿌리 캐오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세월이 참 빠르네요.
저녁때면 군불때서 방 데우고
그 와글와글 거리는 붉은 빛과 주황빛의 잔불 위에
들기름 참기름 섞어 바른 김을 한장씩 사르르 구워주면
아! 그 고소한 냄새.
하얀 쌀밥에 잘 구워진 김을 싸먹으면 얼마나 맛나던지..ㅎㅎ
엄마가 장에 다녀오시는 날에 고등어를 사오시면
그날 저녁엔 그 와글거리는 잔불위로 석쇠에 올린 고등어를
자글자글 고등어 기름이 떨어지게 굽는 저녁이죠.
잔불에 굽는 고등어는 또 어찌나 맛있던가요.
어떤날은 밤도 굽고
어떤날은 가래떡도 구워 조청 찍어 먹고
어떤날은 고구마 구워 먹고
이도저도 마땅한게 없던 날은
닭이 낳아놓은 달걀 꺼내가지고 와서
달걀물빼고 달걀껍질 속에 불린 쌀 넣어
사그라드는 재에 넣어두고 달걀밥 쪄서 먹기도 했는데...
항아리속에 분이 곱게 난 귀한 곶감도 어쩌다 한번씩 맛보고
흔하디 흔한 감또개 (감말랑이) 랑 감껍질도
항아리에서 꺼내다 질겅질겅 씹으면 달콤한 맛이 감돌던
겨울 간식이었고요.
이글이글 타오르던 그 불빛에 볼이 뜨거워지던
그날이 갑자기 그립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