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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우리엄마가 답답할때

오후 네시 조회수 : 2,766
작성일 : 2018-01-18 17:10:02

어릴때의 저는 엄마아빠에게 많이 혼나면서 유년시절을 보냈어요.

알콜중독자로 65세까지 살던 아빠는 제게 머리에 두부만 들었다고 매일 욕을 했어요.

심지어는 *만 들어있다, 마이나스 저질이라고 욕을 했고 사람들이 간혹 컴컴하고 불기없는 우리집에 올때면 더 그 사람들앞에서 더 활개를 쳐서 사람들이 배를 쥐고 웃게 만들었어요.

 

엄마는, 그런 아빠를 대신해서 늘 직접 돈을 벌어야 했어요.

초등학교도 졸업을 못했고 부모님도 일찍 돌아가셔서  어린시절을 친척집에서 허드렛일하다가 19살에 아빠를 만나 결혼했었는데 그때에도 아빠는 술을 마시면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면서 대문을 발길질하고 들어왔대요.

아빠의 술버릇은 밤에 잠을 절대 자지않고 식구들 머리맡에서 큰소리로 떠드는거에요.

대신 가족들이 학교로, 직장으로 다 떠난 고요한 빈집에서 코를 드르렁대면서 실컷 자다가 오후 6시가 되면 또 나가서 술을 먹고 오는 일정한 패턴이 있어요.

그리고 저녁 7시쯤 되어서 이미 골목 어귀쯤에 육두문자가 실린 욕을 하면서 아빠가 길바닥을 거의 휩쓸다시피 바지를 질질 끌면서 나타나요.

그런 아빠라서 평생동안 명패가 달린 우리집을 가져보지 못하고  월세집만 전전했어요.

 

그런 환경이 싫어서 고등학교 졸업도 하기전에 3학년 가을무렵, 이력서를 냈던 회사에 붙었을때(기숙사가 있던 먼곳)

그길로 집을 떠나와 일찍 회사생활을 하게 되었어요.

기차를 타면 1시간 30분정도 걸리는 곳인데 원래 집이외의 더 먼 세상을 구경해본적이 없어서 그 곳도 꽤 먼곳인줄 알았죠.

처음 기숙사에 들어왔을때 창가를 빽빽하게 막아둔 철로 만든 쇠창살이랑 낡고 빛바랜 이층침대가 놓여진 방이 무척 삭막했는데도 너무 조용해서, 방이란 공간이 이렇게도 조용할수 있구나 라는것을 처음 느꼈어요.

처음으로 두 귀가 조용할수 있다는게 신기해서 전 그방이 금새 편해졌어요.

 

나중에 , 엄마랑 전화통화할때 집의 근황을 물으니

"너에게 했던 그욕들을 이젠 나한테 한다. 네가 없으니까"

라고 하네요.

아빠가 8살때부터 그욕을 하곤했는데 왜 그때 한번도 나를 지켜주지 않았냐고 하니까

피곤해서 그랬다고, 나한테만 하지않으면 상관없어서 그랬다고.

 

여름이 끝나갈 무렵, 가을초입무렵에 집을 떠나왔을 무렵이니, 그 회사에서 5년가량 일했는데도 저는 수중에 돈이 없었어요.

그동안 목돈이 될수도 있었는데 몇번씩 다 쓰다보니 저는 5년전과 똑같은 처지였어요.

 

그런데도 엄마는

가족을 위해 다 살자고 하는 행동이고

너를 키워낸 댓가이니 생각하면 그리 큰돈이 아니라고 하는데

 

어릴때부터 궂은 집안일에, 두 분의 구박에,

밖에 나가면 놀림감의 대상이 되곤했는데

그런 모든일들은 기억을 전혀 못하더라고요.

 

그러던 어느날, 드라마를 보고있는 도중에

미국은 애들이 18살만 되면 다 독립시킨다더라, 어매~~

엄마가 놀란 얼굴빛을 하며 저를 바라보는데 그 눈빛마저 화가 나더라구요.

 

젊은날, 대학가려고 마련해둔 돈도 다 쓰고

저를 위해선 아무 기반도 마련해두지 않았으면서

저도 19살에 독립한것과 같지 않나요?

게다가 지금은 암을 포함해 여러 병을 앓고 있는 엄마와 함께 살고 있는데

어릴때 말을 못말아듣는다고 구박을 해대고

학교 가기전 돈달랬다가 싸대귀를 엄청 야무지게 때리는지

착착 뺨이 저절로 다음 싸대귈 맞기위해 엄마의손바닥으로 돌아오고

안경이 수돗가난간까지 날아가고,

그러고도 멈추지 않고, 겨울아침 공기중을 가르는 날선 따귀소리가

전 지금도 생각나거든요.

20대는 넘게 맞았을걸요? 수돗가로 안경이 풀쩍 날아가니까

마당에 함께 살던 옆집 아줌마둘이 아이쿠!하는 외마디소리가 들렸어요.

그 아줌마들앞에서 손찌검 당하던 일이 너무 수치스러워서

아픔도 몰랐어요.

나중에 엄마가 대문간으로 사라지고 나서 안경이 온전한가 가봤더니

한쪽 다리가 찌그러졌던데, 그대로 쓰고 다녔어요.

그러고도, 엄마가 밉지않았는데

 

나중에 커서 빈몸으로 결혼해 아기를 낳고 키워보니,

그 세월속에서도 달라지지않은 엄마의 천연(덕)스러움이

얄미워지기시작하더군요.

한번도 온화한 말을 해주지 않았던 사람.

제 이름을 부르는 순간 깜짝 놀란채로 흠칫 돌아보면

늘 혼내거나, 심부름을 시켰던 사람.

 

그런 엄마가

나는 배아프면 까스명수

열나면, 아스피린

이정도만 알고 살았다

라고 할때는 그 단순한 논리로만 세상을 살아왔던 엄마가

부러웠었어요.

 

그런 엄마는  미국애들은 18살만 되면 독립한다는 말을

많이 했는데도 설명하기가 너무 힘들고 어려워서

아예 입다물고 있었어요.

 

"거기에 비하면, 너는 얼마나 행복했니?너도 18살에 독립하지 않게 해준

부모 만났으니"

 

엄마는 늘 매사가 그런 식이었어요.

나이가 올해 73세인데, 전 우리 엄마만큼 답답한 분을 만나본적이 없어요.

 

엄마가 불쌍한것을 저도 알고 있어요.

오래전에 세상을 뜬 아빠때문에 젊고 행복해야 했던 날들이 너무 힘들었으니까요.

술아니면 하루도 살수 없던 아빠는,

우리가 11살때 압력밥솥의 추를 만드는 공장에도 취직한적 있었어요.

그렇지만, 이틀도 못가고, 근로자로 일하기로 한 조건대신 방한칸을 빌려 살기로 한

그 공장안을 큰 도끼를 메고 다녔어요.

날이 시퍼렇게 빛나는 큰 도끼자루를 메고 다니니, 그 누구도 아빠를 제지할수가 없었어요.

결국 그해 눈발 날리는 초겨울날, 우리는 다시 짐을 꾸려 떠났죠.

그런 일들은 늘 계속되던 일상이라 어느 한군데 정착해본적이 없어요.

 

화가나면 머리채를 잡아끌고 혼냈던 엄마가

지금은 저랑 같이 살아요.

살면서 화해하지 못하고 지내왔던 일들이

과거로 묻히지못하고, 현재와 뒤엉켜 나타날때가 있더라구요.

 

가끔 우리는 언성을 높여 싸울때가 있어요.

그러나 제게 남는건 진한 죄책감뿐.

 

엄마는 제게 말로 설명하지 못할 애증인것같아요. 누군가 엄마를 많이 닮았다고 하면

그렇게 그 하루가 우울하기까지 해요.

 

 

 

 

IP : 220.89.xxx.192
1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5686
    '18.1.18 5:13 PM (14.32.xxx.176) - 삭제된댓글

    긴글 읽었네요.엄마한테 똑같이 해주던지.잊던지 하세요.지나간 일 생각해서 머해요.

  • 2. ...
    '18.1.18 5:32 PM (211.202.xxx.38)

    힘든 시간을 보내셨네요...
    꿋꿋이 살아내신 것 대견하세요 토닥토닥
    지금부터는 늘 행복하세요
    사랑합니다

  • 3. ....
    '18.1.18 5:33 PM (183.98.xxx.237)

    안아 드릴게요. 지금까지 너무 애쓰며 살았어요.
    세상 어디에도 기댈수도 위로받지도 못하는 기분 잘 알지요
    엄마랑은 전혀 닮지 않았어요. 글을 읽어 보니.
    같이 사시면 계속 영혼을 갉아 먹을텐데 안타깝습니다

  • 4. ......
    '18.1.18 5:37 PM (164.124.xxx.147)

    글만으로도 얼마나 힘든 시간을 버텨내셨는지 알겠어요 ㅠㅠ
    지금까지 살아내신것 만으로도 정말 대단하시네요 그 엄마와 함께 살고 계시다는것도 대단 하시고요
    이제 님을 위해 사세요 삶이라는게 참... 누구에게는 잔인할정도로 힘든거같아요

  • 5. 원글
    '18.1.18 5:43 PM (121.184.xxx.215)

    혹시 우리엄마처럼 앞뒤 맥락없이 단순하고 답답한 분을 친정엄마로 두신분없으신가요 어릴때의 저는 엄마에게 단한번도 온화한 말을 못들어보고컸어요 **년 ^년 ::::년 %%%년온갖욕의 퍼레이드가 다 저를향한 지칭대명사였어요 ᆞ엄마는 자신이 중핵교까지만 나오면 대통령이 되었을거라고 화를 냈었어요 그러면 저는 얼마나 머리좋으면 그럴수있나 라고 속으로만 감탄을 했지만 그런저도 학교에 관련된 모든일들은 전혀 엄마에게 물어보질않고 컸어요 그리똑똑한엄마도 숙제는 못해줄테니까요 전과가없어서 낱말풀이도 제가 전부 지어서가고했는데 사실은 엄마도 똑똑한사람이라고 인정해주고싶었던 저의 억지였을지도 모르죠

  • 6. ..
    '18.1.18 5:50 PM (211.108.xxx.176)

    저희 엄마도 73세로 같네요
    고등학교 졸업할때까지도 자식이 아무것도 느끼지
    못한다고 생각하는지 말 함부로 해대고 정도 없어서
    마흔 넘은 지금도 맺햐있는게 많은데
    저 성품은 손주를 봐도 변하지 않아요
    아이들이 할머니랑 있기 싫어해서 얘기해봤더니
    초등학생인데도 다 알아요
    엄마 할머니는 엄마 있을때만 친절해 라고 하더라구요
    이제 마흔넘은 딸 눈치보며 보는대서만 아이들한테
    친절하고 저 없을때는 어릴적 아무 감정 못느낀다고
    생각하고 똑같이 했겠죠
    왜 자식들이랑 손주들까지 정 없이 하는지 본인은 모르겠죠

  • 7. ...
    '18.1.18 5:50 PM (211.253.xxx.18)

    글 정말 잘 쓰시네요.. 대단히 총명하신 분이란 생각이 듭니다.이런 분이 험한 환경에서 얼마나 다치셨을고..

  • 8. ㅇㅇ
    '18.1.18 5:54 PM (49.142.xxx.181)

    다 읽고 한숨을 겨우 쉬었어요.
    그리고 글을 너무 잘 쓰시네요. 세상에 ....
    아............. 원글님 손잡아드리고 싶네요. 그리고 존경합니다.

  • 9. 가슴이 먹먹하네요
    '18.1.18 6:07 PM (125.142.xxx.136)

    그런환경에서도 잘 견디시고
    잘 살아오셨다고 칭찬드리고 싶어요.
    어머니는 왜 같이 사는거에요?

    정말 싫으네요.
    결혼은 안 하신건가요?
    왜 그런 어머니랑 같이 사시는건지...너무 싫으네요.

    어머니도 독립해서 사시라고 하면 안되나요?ㅠㅠ

  • 10. .....
    '18.1.18 6:13 PM (106.246.xxx.212) - 삭제된댓글

    와~글솜씨 정말 부러워요 함축된
    잔잔한 성장소설을 읽은 느낌이예요
    곁에 계시다면 지난일들
    밤새 들어주고 싶어요
    그리고 저 또한 윗분들처럼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어요

  • 11. 원글
    '18.1.18 6:48 PM (121.184.xxx.215)

    아빠가 노후를 전혀안해놓았거든요 ᆢ젊을때부터 빨간딱지 온집안에 붙여진걸보고 살아서 또그때가왔다는 엄마전화에 늘후다닥 통장해지하고 살았어요 그리고 전 결혼에대한 환상도 일찌감치 없었는데도 그냥 평범하게 애둘 낳고 여태 산거지요 엄마는 우리옆에 와사는거고요 암이 걸려서 혼자 힘들어요 어릴때 두동생들앞에서 늘 혼나기만하고 집안일하면서 눈치만 보고 크니까 동생들과도 좀서먹해요 전 작은아씨들이란 책이 심난할정도로 한참 자라날때 그렇게 지내보지못했어요 결핍이 있다면 아마도 그런거같아요 우리엄마아빠도 핸드폰없던 90년대초반에 제가 어디있는지ᆞ 어느 회사이름인지 번호가 어떤지 하나도 몰랐어요 그건 두동생들도 그럴정도로 제가휴가받아집에와도 달리 할얘기가없었어요

  • 12. 잔잔하게
    '18.1.18 7:33 PM (39.7.xxx.83)

    글을 잘쓰시네요
    올해 49인 저도 어린시절 너무나 불우했습니다
    길가다가도 딱죽고싶고 ㆍ굴파고 들어가 안나오고 싶을 만큼 우울할때가 많아 냉정히 원인을 생각해보면 현재의 문제가 아니라
    꿈을 가져보지도 펼쳐보지도 못한 어린 내가 늘 내안에서 울고 있는것 같아요
    앞으로 좋은일만 있길 바랍니다

  • 13. .....
    '18.1.18 10:29 PM (210.90.xxx.171) - 삭제된댓글

    아버진 상황이 다르긴 하지만 저도 심한 학대당하고 살았어요...
    전 얌전히 알아서 공부잘 하는 스탈이었는데 온갖 화풀이 욕풀이 대상이었죠ㅜㅜ 착한아이였는데 어떤 날은 못생겼다고 구박하고 하.........초등학교 때부터 죽고싶었어요...고등 때부터 자살시도 하고~~~그 어린 아이가 너무 가여워요ㅜㅜ
    전 마주하면 다시 옛 기억에 발작일어 날 것 같아 가급적 안봐요..불쌍하기도 하지만 본인 업보죠...제 속을 누가 알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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