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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1987 감상문

봤어요 조회수 : 2,385
작성일 : 2018-01-08 23:03:44
쫌 늦었나요?
여튼 부랴부랴 봤습니다.

전 89학번인데 
고등학교가 최루탄 난무하는 지역에 있어서 ㅎ 
보충수업이나  야자 때 대학생들이 막 학교 담 넘어 도망도 오고 그랬어요. 연고전 하면 우리 학교 근처에서 모이기도 하고..
우리학교 선생님들이 좀 진보적이라 나중에 전교조도 활발했는데요
예전에는 시험지를 선생님들이 직접 손이나 타자, 워드 같은 걸로 쳐서 만들었잖아요. 
시험지 뒤에 빈 공간 생기면 거기에 정희성 '저문 강에 삽을 씻고'나 강은교 '우리가 물이 되어' 같은 시 넣어주셨고 ㅎ
청산이 소리쳐 부르거든(양성우)이나 김지하 시 같은 것도 넣어주시기도 하고 ㅎㅎㅎㅎ 
그래서 당시에 시사에 고딩들 치고 좀 관심이...
감수성 예민한 시절이어선지 이상하리만치 기억이 납니다. 

1987년에 박종철 사망 보도 시점부터 거의 실시간 수준으로 동아일보 등 신문이 연일 보도 했구요
6,7,8월에는 뭐 말할 게 없죠. 세상이 막...
6월 29일 점심 먹고 놀고 있는데 5교시인가 선생님 들어오셔서
직선제 하기로 했다고 
그래서 애들이 막 환호성 지르고...(뭘 알아서 그런거라기 보다는 뭔가 좋은 일이니 수업 하지 말자는 느낌)
대선운동 하는데 투표권도 없는 고삐리들이 대학로에서 백기완선생님 연설하는 거 구경하고 ㅎㅎㅎㅎ
영화 맨 마지막에 문소리 목소리 
호헌~~~~~철폐~~~~~~~~~ 독재~~~~~~~~~~~~ 타도~~~~~~
(80말90초는 2/4박자 단체샤우팅인데 이 때는 이렇게 호소력 있게 외쳤습니다. 동뜬다고 했던 것 같아요 )
요거 쌩으로 들은 일인이네요 ㅎ 이름은 잊었는데 당시에 선동 목소리 주역 유명하신 분 계셨어요. 
그리고 겨울에 직선제 했는데 노태우 됐죠. 그날 아침 엄마 아빠가 전라도 고향이었던 친구들은 책상에 엎드려 울고 있었어요. 

이번에 영화 보며 보니, 안기부의 무소불위가 임계치에 달한 시점이었네요. 
여튼 각설하고 인상 깊은 점은

1 김윤석 연기 진짜 대단하네요@@
2 강동원 나오니까 관객들이 나즈막히 '아~' 이러면서 깊은 한숨~~~~~~ㅋㅋㅋㅋㅋㅋㅋㅋ
3 영화 잘 만들었더라구요. 늘어질 수도 있고 와꾸가 안맞을 수도 있었을 거 같은데 뭔가 굉장히 매끄럽고....강약이나 완급 조절도 잘 된 것 같은 느낌?(그래도 감독판 무삭제판 나오면 보고 싶네요)
4 음악이 좀더 좋았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지만 너무 음악으로 감정 몰아대면 좀 신파 되겠죠? 드라이하면서도 감동과 울림 주는 음악 우리나라 영화에 바라는 바입니다!
5 뭐 워낙 화려한 캐스팅이고 조연이나 단역들도 다들 뭐 너무너무 잘 하셔서 드릴 말씀이 없음. 
6 80년대 고증 잘된 것 같아요. 
7 그날이 오면 노래와 다큐 화면, 엔딩 크레딧 다 올라가고 유재하 노래 흐를 때까지 관객들이 안 일어나고 다들 조용히 앉아 있는 거 첨 봤어요 ㅎㅎㅎㅎ

저는 준비(?) 한 거 보다 눈물이 그렇게 많은 흐르지는 않았어요. 거의 다 기억이 나는, 실제로 있었던 일이어서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지금 다행히 뭔가 상황이 바뀌어서(아직 진행중이지만) 그런 것도 있는 것 같아요. 재수없는 상상이지만 503이 멀쩡히 지랄하고 있는 상황이었다면 울분에 차서 분노의 눈물을 철철 흘리지 않았을까 싶네요. 

제가 가장 슬펐던 건 연대 교문 앞에서 비슷한 또래의 아이들-학생들과 전경들이 싸우는 장면이었어요.

여튼 대단한 역사의 시간이 흐르고 있네요. 정말 대단한 대한민국입니다. 징글징글하지만 미워할 수도 없어요. 저 때 저렇게 싸웠던 분들 감사합니다. 지금도 싸우고 있는 분들 응원드리고요 
다시 노태우가 뽑힌다던가 김영삼이 야합한다든가 이명박 같은 사기꾼이 세상을 말아먹는다든가 입에 올리기도 싫은 미친 ㄴ 이 눈 앞에 나타나지 않았으면 합니다. 그리 하려면... 저도 똑똑하게 잘 살아야 겠죠. 

89학번이 영화 보고 좀 업됐나보네요 ㅎ 좀 이따 지울 것 같아용 ㅎㅎㅎㅎ
  
IP : 222.111.xxx.233
19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ㅇㅇ
    '18.1.8 11:21 PM (223.39.xxx.71)

    잘 읽었습니다.내일 보러가야겠네요...

  • 2. 진짜 감사
    '18.1.8 11:30 PM (175.115.xxx.92)

    와,, 진짜 추억에 젖게 잘 적어주신거에 감사한 마음이..
    고삐리란 단어가 오히려 정겨워요.
    실컷 최루탄맞고 이리뛰고 저리 뛰고다녔는데
    직선제도 잠깐,, 단일화 실패뒤 전두환 절친 노태우가 뙇,,
    촛불투쟁뒤 레드홍발정 된거와 뭐가 달랐겠어요,, .
    하여튼 다이나믹 코리아,,,,,,,,,,,,,,,,,,,,,,

  • 3. 삶의열정
    '18.1.8 11:31 PM (121.128.xxx.195)

    생생한 감상 감사합니다

  • 4. ㅁㅁ
    '18.1.8 11:32 PM (175.121.xxx.207)

    정리를 잘 하셨네요.
    고등학교때 얘기 재밌었구요.
    음악에 대한 얘기 신선해요.군데 영화가 워낙
    몰입도 높았어요.

  • 5. .........
    '18.1.8 11:34 PM (210.220.xxx.245)

    갖고다니던 화장지가 모자를까봐 극장 티슈도 여러장 뽑아들고 갔었는데 생각보다 담담하게 그 시대를 다시 들여다봤네요
    영화후기는 좀더 생각이 정리된 다음에 글 올려볼까싶고 ㅎㅎ 다 끝난다음에 나오는데 어느분이 일행에게 손많이 가는 분이시라는 말씀이 귀에 딱 들어오네요
    어머 그러게요 하고 맞장구를 칠뻔했어요 ㅎㅎ

  • 6. ....
    '18.1.8 11:48 PM (210.90.xxx.204)

    저는 일부러 스포 안 보고 갔다가 아..! 하고 영화가 노렸던 한 방 제대로 먹고 왔지요. 많이 울고 왔어요.. 좋은 영화입니다

  • 7. 봤어요
    '18.1.8 11:55 PM (222.111.xxx.233)

    우리학교 87학번들은 단체 관람 가더라구요 ㅋㅋㅋㅋㅋㅋ

  • 8. 봤어요
    '18.1.9 12:00 AM (222.111.xxx.233)

    이건 조금 다른 얘긴데
    음악이 좋으면 영화가 아주 오래오래 오래 가는 것 같아요.
    쉰들러 리스트 같은 거(이게 좋은 예인지는 모르겠는데)
    음악이 사람들 귀에 많이 익어서 영화 내용용도 함께 전해지는 거 같거든요

    그날이 오면을 좀더 클래시컬하게 편곡을 한다던가 우리가 잘 모르는 하지만 들어보면 귀에 익은(예전 민중가요 그런 게 많았을텐데..) 멜로디를 아주 현대적이고 멋지게 변주한다던가... 여튼 임팩트 있는 ost 도 있었더라면 더 좋지않았을까 합니다. (지금도 좋아요)

  • 9. ...
    '18.1.9 12:03 AM (182.228.xxx.19)

    반가워요.
    저도 89학번이어서 많은 부분 공감이 되네요.
    6월 10일이었겠죠?
    그날 2교시까지만 하고 담임이 다른데 가지 말고 얼른 집으로 가라고 보내줬어요.
    덕수궁길을 지나 시청앞에서 우리집 가는 버스를 타야하는데 이미 버스는 전부 통제가 되고 전경들과 일반이들이 거리를 메워가고 있었어요.
    어린마음에 이게 뭔가 싶었죠.
    집에 못 갈까봐 너무 두려웠어요.
    길에 있던 아저씨에게 ㅇㅇ번 버스 타야하는데 어째야하냐고 물어보니 서울역까지 걸어가서 타래요
    최루탄 냄새를 맡으며 울면서 서울역까지 걸어가서 겨우 버스타고 집에 왔던 기억이 나네요.
    그때 고2였었고 자의는 아니었지만 역사적인 그 자리에 나도 있었어 이러면서 1987을 봤네요.

  • 10. ...
    '18.1.9 12:05 AM (182.228.xxx.19)

    아 원글님 글 지우지 마세요~

  • 11. 어제
    '18.1.9 12:13 AM (1.225.xxx.199) - 삭제된댓글

    봤는데 저도 끝나고 못 일어나겠더라구요. 기가 다 빠져나간 듯 다리에ㅜ힘이 안들어가지는ㅠㅠ
    저는 원글님 보다 몇 해 선배인데 왜그런지 그 이유가 정리 안됐는데 뜻모를 눈물이 하염없이 계속 흘렀어요.
    엔딩 크레딧 나올 때 다큐 영상과 노래에 더 눈물이.펑펑 났어요. 오래토록 멈추질 않더라구요ㅠㅠㅠㅠ
    영화 볼 때마다 한 번씩 지루하다 입에 달고 사는 남편도 영화 끝나고도 일어날 생각도 안하고 아무 말 없이 한참을 그냥 앉아 있더군요.

    한 번도 쉬어가지 않고 계속 달린 기분이다.
    가슴이 너무 먹먹하다.
    부채감에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
    뭐 하나 뺄 게 없이 꽉 들어차게 잘 만들어진 영화다...
    이게 우리 부부의 총평이예요.

  • 12. 어제
    '18.1.9 12:14 AM (1.225.xxx.199)

    봤는데 저도 끝나고 못 일어나겠더라구요. 기가 다 빠져나간 듯 다리에ㅜ힘이 안들어가지는ㅠㅠ
    저는 원글님 보다 몇 해 선배인데 왜그런지 그 이유가 정리 안됐는데 뜻모를 눈물이 하염없이 계속 흘렀어요.
    엔딩 크레딧 나올 때 다큐 영상과 노래에 더 눈물이.펑펑 났어요. 오래토록 멈추질 않더라구요ㅠㅠㅠㅠ
    영화 볼 때마다 한 번씩 지루하다 입에 달고 사는 남편도 영화 끝나고도 일어날 생각도 안하고 아무 말 없이 한참을 그냥 앉아 있더군요.

    한 번도 쉬어가지 않고 계속 달린 기분이다.
    가슴이 너무 먹먹하다.
    부채감에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
    뭐 하나 뺄 게 없이 꽉 들어차게 잘 만들어진 영화다...
    이게 우리 부부의 총평이에요.

  • 13. 대구
    '18.1.9 12:17 AM (49.161.xxx.193)

    고1때 여자 사회쌤이 다음 대통령은 노태우가 돼야 한다고 열변 토하던 기억이.....

  • 14. 봤어요
    '18.1.9 12:18 AM (222.111.xxx.233)

    아 어제님
    맞아요 한번도 쉬지 않고 계속 달린 기분..
    정말 가투 며칠 뛰고 온 거 같은..
    영화가 아마 한시간 반 정도이겠거니 했는데 다 보고 나오니 두 시간 반 정도더라고요.
    오늘 영화관 관객들도 정말 조용히 다들 자리에 앉아서.. 화장실에서도 조용히 줄 서고 조용조용 얘기하고 통화하는 색다른 풍경이었어요~

  • 15. 업된거 아님 진솔함
    '18.1.9 1:31 AM (211.49.xxx.141)

    글 좋아요 지우지 마세요

  • 16. ;;;
    '18.1.9 1:37 AM (203.170.xxx.68) - 삭제된댓글

    지우지 마시길~~~

  • 17. 눈물
    '18.1.9 1:47 AM (121.165.xxx.214) - 삭제된댓글

    전 치열한 투사들의 삶의 시대를 같이 보냈음에도 불구하고....
    그 마음으로 하염없이 눈물흘렸습니다.

    좀더 현실을 직시하지 못했던, 아니 어쩌면 두려움으로 인해서 외면했던 순간들이 떠오르고
    학교 벽보에 수시로 보여지던 광주학살의 그 실상들이, 너무도 처참했던 그 사진들
    최루탄의 그 냄새와 눈물 그리고 다급했던 발걸음과 가방속의 전단지들이
    그 시간들이 고스란히 다가오더군요.

    그래서 결국
    내 자신만이 알고있는 그 부끄러움에 하염없이 눈물이 흘렀습니다.

  • 18. 봤어요
    '18.1.9 2:50 AM (61.252.xxx.123)

    음 빠트린 게 있는데요
    슬픈 장면
    여진구가 마지막 장면에 엄마 엄마 두번 말해요.

  • 19.
    '18.1.9 8:04 AM (210.221.xxx.239)

    고3...
    고3이라는 핑계로 혼자 울분을 삭이며 아무것도 하지 않았던 비겁함이 창피해서 보러 갈 수 있을까 싶어요.
    전 한대 옆에 있는 학교 다녀서 등교길에 울면서 가고 수업 중에 퍼펑 소리만 나면 창문 닫던 생각이 나네요.
    그리고 노태우가 대통령 됐을 때의 그 참담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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