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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쓸신잡2) 유시민의 워딩 8 / 서울 편

나누자 조회수 : 1,567
작성일 : 2018-01-07 10:36:32
- 종로, 중구 편
# 저녁토크로 모인 식당에서 냉면 먹으며 음식 맛 못 느끼는 아줌마 식당이 맛집으로 유명하다는 얘기가 나오자
황교익/ 주인이 간 안봐도 됨. 유명 떡볶이집의 성공비결이 지나가는 꼬마들 불러다 시식시키고 인기있는 레서피로 만들었기 때문임.
유시민/ 식당 주인이 '내가 맛 젤 잘알아~'라는 집은 미각 엘리트주의인 거고 손님 입맛에 맞추는 집은 대중노선인 거고...

유희열/ (냉큼 질문) 제가 자주 하는 말이 "음악은 분석하면 안돼~ 분석하는 순간 늦으니 감으로 가라~" 인데
정치는 분석을 깊게 하는 사람이 플레이어로 성공하나요?
유시민/ 아니지! 분석을 잘하는 사람의 대표사례가 정도전인데 그는 태조의 장자방이었음. 
고려를 폐하고 조선을 세우고 한양을 설계하고 경복궁 설계하며 종묘와 사직을 세우고
국가 이데올로기까지 적립했으나 이방원의 칼에 죽었음. 분석적이고 확실한 논거로 열일 다한 분을 그렇게 죽여버렸음.

장동선/ 인간의 뇌는 분석과 공감을 동시에 못함. 논리적으로 생각하는 순간 공감능력이 떨어짐. 뇌 패턴이 그러함.
유시민/ 리더는 분석하는 사람이 아님. 직관이 강한 사람이 리더가 되고 분석가는 참모가 되는 것임. 
(황교익이 왜? 라고 묻고, 유시민이 자꾸 분석하기 때문이라고 답하자)
유희열/ 작가님은 자신도 분석해서 한계를 알고 정계를 떠나신 거에요?
유시민/ 그렇지!
유현준/ 또 모르죠~ 분석 잘하는 참모가 밑으로 들어오면 리더가 될런지도.
유시민/ 안돼! (일동/ 왜요?) 나보다 분석 잘하는 사람은 별로 없거등~ (일동 박장대소. 졌음!)

# 북대문 숙정문과 남산에 올라 정도전의 시각으로 서울을 내려다본
유시민/ 숙정문에서 출입금지 지역이었던 청와대 가는 길이 공개되어 있더라고~ 
고려말까지 원나라 지배를 당했던 경험 땜에 수도를 방비하는 게 아주 중요한 일이었고
정도전이 4개의 산을 산성으로 연결해서 단단한 한양도성을 만들었음.
당시 일곱 왕자가 다 개인사병을 거느렸는데 그게 국가기강이 안 서는 일이라,
정도전이 외부침략 대비에 집중하자며 그 개인사병들을 다 관병으로 돌리자는 건의를 태조에게 했음.
그래서 화난 이방원이 죽였던 것임. 개국공신의 허망한 죽음이라 넘 안타까움.
오늘 돌아보며 생각했음. 아마 그는 한양을 설계하며 인생최대의 희열을 느꼈을 거라고.
육백년 동안 닫혔던 숙정문 안길을 걸으며 그가 지금 이 길을 다시 걷는 상상을 하며 만감이 교차했음.

유현준/ 봐요~ 분석가가 아니세요, 감정이입을 잘 하시잖아요.
유시민/ 분석하기 위해선 감정이입을 좀 해야하는 것임. ㅋ

# 황교익이 서울은 이주민의 도시라고 말 꺼내며 다섯분의 고향을 알아보니 서울토박이가 한명도 없음.
황교익/ 서울의 삶은 '영자의 전성시대' 같은 삶이었음.

# 세운상가에 다녀온
장동선/ 당시 최고의 주상복합 공간이었던 곳인데, 거기서 3D프린터 활약상을 보며 서울의 미래를 봤음. 
그걸로 각자 필요한 물건을 다 만들 수 있는 세상이 열리면 도시가 재편될 것임.
유시민/ 서울 같은 거대도시는 대량생산과 화석에너지를(자동차, 난방) 기반으로 만들어진 것임.
같은 공간에 모여 일하고 출퇴근 시간, 휴무가 같음. 광역버스와 전철이 생긴 것도 도시 구조가 이런 것도 다 대량시스템이기 때문임.
둘 중 하나만 근본적으로 변화해도 도시는 유지 안될 것임. 
3D프린터가 완전공급되어 개인생산이 가능해지면 1. 공장이 사라지고 2. 그래서 재택근무가 이뤄짐. 
장박사 말 들으니 난 서울의 미래가 암담하게 느껴지는데...

유현준/ 아뇨~ 앨빈 토플러가 '전자통신이 발달하면 사람들은 숲속 전자오두막에서 재택근무를 할 것'이라고 예언했으나
그 후로 사람들은 도시로 더 밀려왔음. IT기업들도 모여서 일하고 애플도 신사옥 건립 중임.
결정적으로 상사들은 부하직원이 집에서 일하는 꼴을 못봄! (일동 대폭소)
모여 일할 때의 시너지 효과도 계산해야 함. 문제는 화석에너지 도시 중에서도 서울이 비효율적이라는 것.
도시계획이 잘못되었는데 주거 업무 상업지역을 나눈 게 패착임. 

# 종묘, 명당성당, 기독교회관에 다녀온
유시민/ 종묘의 아름다움은 유홍준 선생이 강조하신 바 있음. "종묘는 소리와 풍경도 사라지고 건축의 아름다움만 남는다."
정도전이 왼쪽에 종묘, 오른쪽에 사직을 세웠음. 사직은 산업의 융성을 기원하고 종묘는 왕실의 제사를 모시는 도덕의 기초를 의미하는 곳임.
사실 현재는 그런 기능이 필요없는 사회임. 그러나 어느 사회든 그런 도덕적 기초를 묶어세우는 일이 필요함.
이념이든 이데올로기든 가치든 도덕법이든 그런 게 있어야 공동체가 일체감으로 에너지를 낼 수 있음.
현재 종묘의 기능을 하는 곳은 시대정신을 끊임없이 되새기게 만들고 알려주는 곳임. 그런 곳이 21세기 종묘임.

나에게 그런 종묘 같은 공간이 바로 기독교회관임.
박종철과 이한열이 죽고 시민이 거리로 쏟아져나왔을 때 피난처가 되었던 건 종교기관이었음.
기독교회관은 매일 전쟁터였음. 가령 김문수가 보안사에 잡혀갔을 때, 우리가 이곳에서 시위계획도 세우고 유인물도 만들었음.
종교기관이 우리의 보호망이었던 건 국제적인 조직망을 갖고 있기 땜에 정부에서 함부로 못했기 때문임.
성공회회관, 명동성당이 다 같은 역할을 했음. 그런 공간의 의미를 우리가 잊지 않는 것. 그게 21세기 종묘임. (일동 박수)

#황교익이 광화문을 언급하며, 주권재민의 광장인데 굳이 이순신과 세종대왕 동상이 거기에 있어야 하나? 의문 제기하자
유현준/ 공간이 힘을 유지하는 건 그런 동상의 상징이 힘을 유지해주기 때문임.
유시민/ 이순신은 민족독립의 상징 역할을 하고 세종의 위민정신은 지금의 민주주의와 통하고, 난 괜춘하다고 봄.
논리적으로 따지면 조선의 인물이 거기 서 있는 게 안어울릴 것 같으나, 사람들이 좋아하잖아~
(황교익/ 아니~ 난 그 교통번잡한 곳 말고 좀더 좋은 곳에 모시자고오~~ (일동 폭소))

# 유시민의 종묘론에 자극받았다며 사직론을 펼치는
유현준/ 근대를 움직인 건 민주화와 산업화의 두 바퀴인데, 현재 우리의 사직단은 아파트라 생각함.
가족부양의 본능을 충족시켜준 게 아파트인 것 같음.
(유시민 끼어들며 사직단도 제사기능을 했던 곳인데, 사람들이 어디가서 뭘 숭배하냐의 문젠데... ) 네, 산업화는 돈을 숭배하는 것임.
현물화될 수 있는 아파트가 21세기 사직단임.

유시민/ 사직단은 강남에 있음. 코엑스, 제2 롯데월드, 육삼빌딩이 사직단임. 돈이라는 욕망을 투사, 충족시키는 상징이기 때문임.

# 황교익이 시장에서 빈대떡을 먹으며 기억난 이진성 사법관이 법정에서 읊었던 김종삼의 시를 읊어주자
유시민/(동감하며) 나도 청문회 때 시를 읊었음. 도정환의 '가지않을 수 없는 길'. (영상 공개되며 일동 건배. 문학의 밤이잖아~)

# 서촌을 걷다가 신해철의 동상을 본
유희열/ 군대제대 후 첨 했던 그의 프로 게스트시절을 회상함.
(막방하며 신해철/ 우리가 왜 사냐하면 행복해지기 위해 사는 거에요~)
그의 사망소식을 듣고 그날밤 만든 곡이 '취한 밤'임. 

# 피맛골이 사라지고 빌딩들이 들어선 걸 황교익이 아쉬워하자 
유현준/ 하늘이 안 보이게 변했다는 게 문제의 핵심임. 자연의 변화를 느낄 수 있던 곳이었는데 지금은 복도밖에 없음.
황교익/ 맞아~ 하늘이 보이던 낮고 예쁜 골목길이 사라져버렸음.
유현준/ 건물보다 보존해야 할 게 골목길임. 건물은 낡으면 바꿔야 하나 골목처럼 자연발생적으로 발생한 공간이 더 중요함.
유시민/ 개발이익을 누리자니, 우리가 숭배하는 사직단의 정신에 따르자니 그럴 수밖에...
유현준/ 지역 건축에 이익이 되도록 법규를 고치면 됨. 윈윈할 수 있는 부분임.

유시민/ 피맛골과 달리 북촌 서촌 익선동 등 다양성이 살아남은 동네도 있음. 그 이유는?
유현준/ 반작용임. 70년대까지 우리가 마당과 골목길이 있던 공간에 살았는데
두 공간은 속옷차림으로 나갈 수 있었던 사적 외부공간인데 반해, 
지금은 그런 공간이 없는 아파트에 우리가 살고 있음.
현 도시공간은 정주할 수 없는 곳임. 현재도 피맛골 같은 먹자골목이 생기는 게 보행자의 속도에 맞추기 때문임.
요즘 뜨는 핫플레이스는 다 느린 공간임. 자동차가 못가는 공간에 사람들이 몰림. 익선동이 대표적임.
인터렉티브한 공간이 갖는 매력이 대단한 것임. (각자 한마디/ 앞길이 예측 안 되서 도파민이 분비되는 곳.)

유희열/ 그래서 물어봤음. 다음 핫플레이스는 어딜 것 같냐고.
유시민/ 얘기하면 안돼! (모두/왜요?) 나중에 따로 내게 알려줘~ (일동 박장대소)
나도 이 사직단 물신숭배의 대열에 함 들어가보자고~ 
(정색하며) 유 교수의 영향력을 생각한다면 방송에서 이런 걸 내보내면 안 됨.
귀하들은 자신들의 욕망이 어떤 파문을 불러올지 예상을 못하는 거임~
(동시에 제작진 일동/ 그래도 알고 싶어요~ ㅋㄷㅋㄷ)

IP : 122.34.xxx.30
9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hh
    '18.1.7 11:04 AM (115.92.xxx.101)

    오호~~
    알쓸신잡 기다려져요

  • 2. ㅇㅇ
    '18.1.7 11:16 AM (61.101.xxx.246)

    저랬던 김문수가..

  • 3. 파랑
    '18.1.7 11:26 AM (115.143.xxx.113)

    글로읽으니 빠르고 재밌음 ㅎ

  • 4. 재미지네요 역시
    '18.1.7 11:55 AM (180.67.xxx.177)

    저랬던 김문수가 222 ㅋ
    역시 유시민씨는 살아있는 현대사네요~

  • 5. 콩순이
    '18.1.7 12:28 PM (219.249.xxx.100)

    감사해요.재밌게 읽었어요.

  • 6. 원글
    '18.1.7 1:28 PM (122.34.xxx.30)

    기독교회관에 갔을 때, 당시에 운동권을 보살펴주셨던 총무님 방에 갔으나 출타 중이셨음.
    만나뵙고 싶어 로비 커피숍에서 기다렸으나 결국 못 만났음.
    운동권 앞에서 경찰과 맞서고, 밥 사주고, 힘을 북돋아주셨던 분이라고 회상하던
    유시민의 표정이 참 애틋했음.

  • 7. ...
    '18.1.7 4:21 PM (218.236.xxx.162)

    고맙습니다~ 하루 하루 읽는 재미가 매우 커요^^ 끝났으나 원글님 덕분에 아직 끝나지 않은 알쓸신잡2~

  • 8. 나의 한국 현대사
    '18.1.7 10:29 PM (219.115.xxx.51)

    유시민의 나의 한국 현대사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잘 몰랐던 현대사의 부분들- 아 그래서 그렇게 되었구나 뒤 늦게 구슬이 꿰어지고, 격었던 부분들에서는 울컥하고. 읽어 볼 만한 책입니다.

  • 9. 버드나무
    '18.1.9 1:28 PM (182.221.xxx.247)

    유시민의 워딩 8 / 서울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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