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문명의 이기에 길들여져.....

달려라패밀리 조회수 : 1,282
작성일 : 2011-09-17 20:43:53

우리 부부는 세상이 무너져도 토, 일요일 말고는 항상 출근해야 합니다.

남편도 일하느라 힘들고, 나도 일하느라 힘든데.....-_-

밤에만 사람이 있는 집구석인데도 왜 이렇게 먼지, 머리카락, 털, 부스러기 외 기타 등등의 생활 부산물은 많은 건지.....

쩝, 이건 순전히 완전 잘 먹는데다가 외쿡인처럼 가슴부터 배까지 털이 부숭부숭 난 남편 탓이라고 생각해봅니다.

내가 게을러서가 아니야..... 치우는 속도보다 빨리 더럽히는 남편이 문제야.....(허리까지 내려오는 내 머리카락은 이 순간 염두에 두지 않습니다.)

처음엔 무식하게 몸으로 떼웠더랬습니다.

힘들더군요. 그리고 짜증나더군요.

넘치는 짜증을 남편에게 풀자, 남편이 억울해 합니다.

"아침 8시에 나가서 밤 10시나 되야 들어오는데 도대체 집안일을 언제 도우라는 거냐! 주말엔 너랑 같이 여기저기 불려다니느라 바쁘고..... 그리고 주말엔 내가 청소기라도 밀고 음식물쓰레기라도 버리고 오잖아! 나도 집안일 같이 못 해줘서 미안하긴 한데 퇴근하면 잘 시간이고 주말엔 나갈 일이 많은데 어쩌라고! 밥 차리는 게 힘들어서 그러면 굶을까?!!"

굶긴 나도 싫습니다. 

그리고 평소에 남편이 많이 미안해하며 립서비스라도 열심히 했던지라 더 못 살게 굴고 싶지도 않습니다.

한동안 고민했습니다.

직장을 때려쳐?

.....-_- 오전 10시까지 출근하고 오후 6시면 칼퇴근인데다가 내 집 근처이고 근무 시간에 책 읽고 인터넷 눈치 안 보고 할 수 있으면서도 한달에 150에 +@로 20~30쯤 더 받는 직장 드뭅니다.

아까워서 이건 안 되겠습니다.

도우미를 불러?

나 보기보다 예민해서 남편 말고 다른 사람이 내 집에서 뭔가를 만진다는 걸 상상할 수가 없습니다. 가끔은 남편도 내 물건을 내가 정리해놓은대로 해놓지 않으면 짜증나는데..... 내 성질머리를 누가 다 맞춰줄 수 있나 싶습니다.

암만 생각해봐도 불가능한 일입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 이대로 무식하게 몸으로 떼우는 게 정답인가? 하지만, 힘든 걸? 안 돼. 이대로는 악순환의 반복일 뿐이야..... 어쩔 수 없이 안 치우고 살아야 하나? 오, 그건 안 돼. 차라리 내가 직장을 때려치는 게 나아.

나는 수거받침을 사는데도 이주를 고민하는 여자입니다.

당연히 얼굴에 살이 쏙 빠질 정도로 혼자 고민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고뇌와 번민으로 고통에 찬 시간을 보내는 어느 날, 구원이 찾아왔습니다.

게시판에서 본 식기세척기 사용 후기, 그리고 로봇청소기 구매 후기.

글로만 봐도 이것은 정녕 신세계.... 보라, 금전과 기계의 힘이 너를 축복하리라.

새로움에 깨이신 선지자, 만세!

뭔가를 살 때 무던히도 오래 고민하던 내가 이번에는 일주일만에 두 물건을 한방에 질렀습니다.

그리고.

이것이 과연 상상했던 것과 비슷할 것인지 의심했던 나는 또 일주일만에 유레카를 외치게 됐습니다.

레알 신세계!!!!!!!

남편도 같이 외칩니다.

진작 사지 그랬어!!!!! 이제 집안일은 대충 하고 너는 나랑 손 잡고 같이 노는 거야!!!!! 나 너랑 못 놀아서 그동안 심심했다고!!!!!

남편이 골프치러 가고 한가한 토요일, 이번에는 또 어느 선지자께서 게시판에 경험담을 올리셨던 빨래건조기에 눈이 감니다.

사까마까신이 접신하셨습니다.

아, 이달에는 추석도 있고 뉘집 애들 돌이라고 오라는 곳이 3곳이고, 남편 친구도 결혼한다고 부르던데.....

월급이 스쳐지나가는 통장을 떠올리며 접신을 뿌리치려는데, 저만치서 선지자의 외침이 들리는 듯 하네요.

세면타올이 뽀송뽀송!!!!!!

.....ㅜ_ㅜ

사까마까신은 절 떠나질 않네요.

어쩜 좋나요.....?

IP : 222.117.xxx.227
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1.9.17 8:45 PM (116.37.xxx.204)

    경건하게 영접하시지요.

  • 2. 콩나물
    '11.9.17 8:50 PM (61.43.xxx.6)

    햇볕이 있는데도...건조기까지 사고 싶으세요?

    지금 사용하고 있는 자원은 미래의 사용자에게 빌려온거죠...
    건조기 사용하면 구김도 적고 장점이 많겠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제하시면 안될까요?

  • 3. ..
    '11.9.17 9:09 PM (175.112.xxx.3)

    ㅎㅎ
    바쁘신 분들이라니 영접하시는게 좋을 듯 하옵니다.

  • 4. 제생각도
    '11.9.17 9:16 PM (121.186.xxx.175)

    영접을 조용히 추천합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4105 젊은 엄마들 어디서 옷 사입으세요? 2 애둘엄마 2011/09/19 2,198
14104 무한도전 스포일러가 될수있는 글 ^^ 1 베리떼 2011/09/19 2,026
14103 국민연금 수령시 남편 수입이 있음 수령 못하나요? 4 국민연금 2011/09/19 5,658
14102 비밀번호 바꿨다가...겨우 들어왔네요.ㅋㅋ 2011/09/19 952
14101 독일 아마존에서 물건을 사면...요금궁금 5 궁금 2011/09/19 1,441
14100 토마토2에 예금이 있으신 분들 계신가요? 8 .. 2011/09/19 1,899
14099 문학상 수상의 의미? 1 ... 2011/09/19 1,104
14098 표지가 얇은 전집류 괜찮을까요 ort책 처.. 2011/09/19 898
14097 아파트 단지 안에서 울고 불고 하는 아이는 어떤가요? 2 그렇다면 2011/09/19 1,537
14096 외국사는데요 요즘 너무 외롭고 눈물이 자꾸나요... 34 약한모습 2011/09/19 3,861
14095 슈퍼스타k 이팀이 우승했으면 좋겠네요. 10 .. 2011/09/19 2,406
14094 갑자기 너무 추 워 요 ㅠㅠ 2 안추우세요 2011/09/19 1,361
14093 독감 예방 주사라는게 뭔가요? 신종플루 접종인건가요? 7 독감주사 2011/09/19 1,650
14092 “정전…후진국 수준” MB한테 혼난 ‘MB 낙하산들’ 2 세우실 2011/09/19 974
14091 시부모님이 부모인가요? 제 경우는 요. 66 글쎄요 2011/09/19 14,344
14090 가천컨벤션센터? 1 길 찾기 2011/09/19 1,103
14089 소설가 김훈씨에 관한 궁금증 4 joylif.. 2011/09/19 2,928
14088 집잔금 치루고 등기 이전은 직접 법무사 사무소 가야하나요 4 매매 2011/09/19 2,155
14087 최근 많이 읽은 글에 원글인데요 3 병원 2011/09/19 1,625
14086 제가 만든 고추장이 2 집고추장 2011/09/19 1,555
14085 에버랜드안에있는 숙소 3 처음 2011/09/19 2,744
14084 관리자님,지금 82 정상인가요? 4 쪽지 2011/09/19 1,160
14083 슈퍼스타k 측에서 예리밴드 원본영상 공개했네요. 예리밴드 새돼셨.. 13 ... 2011/09/19 3,811
14082 여동생,남동생 아이들(조카) 생일 챙겨주시나요? 7 어린조카 3.. 2011/09/19 1,615
14081 시어머니랑 남편이 애가 말랐다고 스트레스줘요 3 흙흙 2011/09/19 1,37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