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현관문으로 나선 후 엘리베이터에 탄 소리가 들리면 베란다로 나가서
오종종 학교를 향해 걸어가는 아이들을 내려다봐요.
그런데 아이들 몇 명이 우글우글거리면서 뭉쳐서 뛰는 걸 봤어요.
뭐하는 거지? 하고 계속 보니까 오~~~, 하얗고 작은 하룻강아지가 뛰어다니고
아이들을 그 강아지를 한쪽으로 몰고 있더라고요.
아이고오~, 저 철없는 것들이 어린 강아지를 못살게 구는구나.. 하면서
여차하면 뛰어내려갈려고 외투를 입고 있는데
아이들이 강아지를 모는 방향이 이상하더라고요.
학교 뒷산 쪽으로 몰고 있었어요.
그런데 강아지를 몰다가 지각할 것 같은지 아이들이
"어우~, 너무 늦었어."
"어쩔 수 없다, 그냥 가자. 이따가 집에 올 때 다시 보자."
등등의 말을 하더라고요.
아이들이 모두 떠나기까지 그 하얀 강아지는 꼼짝앉고 웅크리고 있었고요.
그런데!!!
아이들이 전부 학교로 들어가고 주변이 조용해지자 그 강아지가 뒷발로 벌떡 일어나서 일어나는거예요!!!
저 진짜 너무 놀라서 베란다에서 뒤로 넘어갈뻔했어요.
그 강아지가!! 강아지가 아니라 토끼였어요!!!
인근에 유치원이 몇 곳 있고 대부분 작은 축사를 가지고 있는데
아마 축사 울타리 아랫쪽의 땅을 파고 나왔나봐요.
아이들은 그런 사실은 모를테니 그 토끼를 집(=산)으로 보내주려고
산 방향으로 몰아가고 있었던거예요.
어린 토끼라서 귀가 크게 자라질 않아서 멀리서 보기에는 몽글몽글한
하얀 강아지로 보였어요.
여기가 시골이라 산 아래가 모두 밭인데 수확하고 남은 배추 뜯어먹으러 왔나봐요.
이 추운 날에 밖에 오래 있으면 안 될 것 같아서
저라도 잡든지 몰든지 해서 유치원에 데려다주려고
내려갔는데 그새 어디론가 갔네요. 어디로 갔을까요.
걱정이 돼서 베란다에서 못 떠나고 있어요.
완전 무장한 채로 보이기만 하면 후다닥 내려가봐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