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친정에 갔더니 냉장고가 고장나 멈춘지 2일 되었다고 했다.
그래서 다음날 일요일 냉장고 검색을 하고 하이*트엘 가서 그 찜해둔 냉장고를 보니 가격이 인터넷 최저가 보다 40만원 가까이 차이나고, 심지어 하이*트 온라인 쇼핑몰보다 25만원이 비쌌다.
솔직히 직원한테 말하면서 같은 회산데 가격 차이가 크다 10만원정도라면 바로 살텐데 생각 좀 해봐야 겠다고 하니....
공짜로 사는 방법이 있단다...
듣다보니 복잡해서 아무래도 좀 생각하고 오겠다고 하니 얼굴에 살짝 번득하는 느낌과 '그러지 마시고요' 라며 사은품을 제시하며 끈질기게 설득하며 혼자 있을 틈을 주지 않았다.
결론은 H카드를 만들면 냉장고를 100만원에 살 수 있고, 대신 내가 10년동안 5만원짜리 적금을 만들면 원금 600만원만 가져가는 조건이라고 했다. 즉 120회 5만원 납입 만기 600만원 현금은 내가 가지고 그에 파생되는 이자로 미리 냉장고를 산다는 내용이었다.
나는 머리털 나고 누가 공짜로 뭘 준다걸 믿은 적이 없는지라 아무래도 찜찜해 옆에 남편, 친정엄마 한테 의견을 물어도 나보고 알아서 하란다. 특히 남편은 은행에 근무하는데 내가 이런거 괜찮냐고 물으니 잘 모르겠단다...
자우튼 결론은 카드만들고 적금을 들기로 하고 물건을 샀는데... 그 다음부터 내 머리가 돌아가기 시작하는 거다.
만약 내가 해약을 한다면... 어떻게 될까...
나는 10년짜리 적금을 자식을 위해서도 든게 없다. 이것을 유지하는게 커다란 부담으로 다가온다.... 아무래도 일을 친것 같다... 성인 3명이 가서 그것도 남편이 옆에 버젓이 있는데 덩치 크고 입냄새를 몹시 내며 내가 거절이라도 할라치면 분위기를 험하게 할 직원이 두려워 그냥 일사천리로.....
사실 친정 부모님께 고가의 물건을 사주는 것에 대해 남편의 눈치를 살펴야 하고......
친정엄마는 딸이 사주는 물건이라 또 아무 생각이 없었을 것이다.
이 모든 상황들이 가방 정리를 하다 발견한 영수증을 보니 물밀듯이 밀려온다.
팔짱을 끼고 엄마와 내 근처에 오지 않았던 남편.
딸에게 받는 선물이 불편한 엄마.
남편 외벌이 주부인 나에게 고가이지만 남들이 볼 때 작은 냉장고.
그리고 반드시 팔겠다는 집념으로 똘똘뭉친 판매원.
생각이 많아 머리가 어지럽다....
그리고 히트인 것은 내가 들어야 할 적금은 상조보험상품이었다.
지난 2년 사이 나는 오빠만 둘이던 고명딸에서 무남독녀가 되었다. 출가외인이니 우리집 일에 상관말라 소리지르고 가끔가는 명절에 싸움이라도 나면 유독 나에게 너네집에 가라고 하던 아버지. 늘 내 성질이 못 배워먹어다고 하시더니 오빠들 떠난뒤로 단 한번의 다툼이 없었다. 나는 오래 전에 좋은 딸이길 포기했는데......
생각해보니 상조보험 하나는 있어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