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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박사는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제6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40여년간 법조인으로 살았다.
대구지법에 부임해 부산고법,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거쳐 2000년 서울지법원장을 끝으로 퇴임했다.
퇴임 후 법무법인 태평양에서 일하던 그는 2009년 돌연 물리학을 공부한다며 미국 유학길에 올랐다.
당시 그의 나이 66세였다. 늦깎이 유학생이 된 그는 어렵다는 물리학 박사학위를 7년 만에 취득했다.
현재는 자신이 졸업한 미국 UC머시드대 대학원에서 박사후연구원으로 있다.
강 박사는 “미국에 공부하러 간다고 했더니 친구들의 반응은 ‘너 미쳤니?’였다”며
“다들 박사학위 하다가 우리 나이에 암 걸리기 쉽다고 만류했다”고 말했다.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물리학자가 된 것은 가슴속에 남아있던 ‘이루지 못한 꿈’에 대한
갈망이 있었기 때문이다. 강 박사는 “고등학교 때도 이과를 선택했고 대학입시 때
서울대 원자력학과에 관심이 있어 학장에게 편지를 보내기도 했다”며 “다만 아버지의 권유로
서울대 법대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그는 네 번 만에 사법시험에 합격해 법조인의 길을 걸었다. 성공적인 법조인 인생을 살았지만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은 듯한 느낌은 떠나지 않았다. 판사 생활을 하면서도 종종 꿈을 떠올렸지만
우선순위인 현실에 파묻혀 뒤로 미뤘다.
퇴직 이후에야 물리학 공부를 본격적으로 고려했다. 대학 후배인 핵물리학과 교수와 진로상담을 했고
미국 유학을 제안받았다. 토플과 GRE 공부를 하기 위해 서울 강남의 영어학원에서
고시생 생활을 하기도 했다. 강 박사는 “학원 강사가 강의실 한쪽에서 고개를 숙이고 있는 나를 가리키며
‘저 아저씨보다 못하면 안된다’고 했다”고 회상했다. 끊임없는 노력으로 영어점수 커트라인을 넘겼고
UC머시드대로부터 합격 소식을 들었다.
물리학 공부는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어려운 물리학 용어로 된 강의를 7년간 외국어로 들으면서도
포기하지 않을 수 있었던 이유는 이제야 자신의 길을 찾았다는 깨달음 덕분이었다.
그는 “원하는 것을 하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하다는 것을 비로소 알았다”며
“대학 합격 소식을 듣고 고등학교를 졸업한 이후 40년간의 삶은 사라지고 지금으로 바로 연결되는 듯한
벅찬 환희를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UC머시스대에서 레이먼드 차오 교수와 함께 중력 속 양자현상을 연구하고 있다.
강 박사는 이날 실험실 수준에서 중력파를 검출할 수 있는가에 대해 강연했다.
그는 “지난해 ‘LIGO(라이고)’ 연구진이 중력파를 검출하는 데 성공해 노벨상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기도 했다”며 “실험실 수준에서도 중력파를 검출할 수 있을지가 우리 연구의 주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