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하루, 나의 한 구석을 뱃속아이에게 내준 채
나 자신은 바짝바짝 시들어가고 있다
내 삶의 윤기도, 색채도 점점 잃어간다.
여자가 나이를 먹었는데 여전히 내 삶의 윤기나 싱싱함 따위를 따지고 있다면
그것도 철이 없는 것이겠지.
매일매일 아파트 15층의 한 공간에서 혼자 시간을 보낸다.
미래에 대한 어떤 희망도 품지 못한 채, 그저 생명에 대한 책임감만으로
매일을 견디고 있다.
이따금 밖에 나서면
겨우 익숙해지려 했던 이국의 풍경들이
죄다 나를 공격하려드는 것처럼 느껴진다.
풍경에마저 입덧을 하게 되었나 보다.
내게 어떤 류의 희망이라도 주어진다면.
아이 낳고 나면 달라진다는 등의, 모성애에 기댄 대책없는 낙관이 아닌,
좀 더 구체적이고 나 자신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희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