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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수능보던날

수능 조회수 : 1,889
작성일 : 2017-11-15 14:55:20
95학번이니 수능 두번째되던 해 인가요?
상고나와 직장생활하다 대학가기로 맘먹고 독학으로 혼자 공부했어요
기초도 없고 중딩때까진 전교 50등정도 했어서 ㅡ한학년 천명정도 있던 학교였어요 ㅡ커트라인 높은 고등학교를 갔어요
고등때 친구들 자부심도 크고 학교도 분위기 좋고 교칙도 엄하고 모두다 열심히 하는분위기 였지만 취업을 위한 학교다보니 영수 기초가 매우 취약했어요
졸음 참아가며 새벽 6시에 일어나 영어만 새벽반 학원
한시간 듣고 출근..점심시간 후딱 먹고 탈의실서 문제집 감추면서
몰래 공부..근무시간에는 책상앞 다이어리에 영어단어 써놓고 일하며 틈틈히 외우기

퇴근후 지하철에서 공부
집에와서는 또 몰래 방에 들어가 공부..대학시험 보는거 숨겨야 해서
문제집을 소설책에 덮은후 공부
12시만 되면 쏟아지는잠
새벽 영어시간 기초가 너무 없어 가끔 수업시간에 학생들에게 문제답 풀이 시키는데 내차례오면 가슴이 두근두근
챙피 안당하려고 새벽 나가는 시간 외우며 가슴 졸이고 들어가고..
아침 배고파 잠깐 짬내서 편의점에서 라면 김밥한개 먹고
뛰어 출근..
그때 고등생들 아침등교 하는거 보였는데 그게 그리 부럽더라구요
하루종일 그냥 저학생들은 오로지 공부만 하면 되는구나
딱 공부만 하면 되는 학생들이 그렇게 부럽더군요

여름휴가때도 독서실가서 혼자공부하고 남들에게 들킬까 조심조심
회사에서 혹여라도 알려질까 많이 조심했는데
수능 접수하고 예비소집일 수능당일 어쩔수 없이 월차를 내야했죠
그런데 예비소집일과 수능일 연달아 2일 연차는 도저히 불가능

예비소집 안가면 안되는건가? 그런거 알려주는 사람도 없고
그전날까지 야근했고 일도 싼더미로 쌓여 있던 그때

예비소집일은 그냥 안가는걸로..하고
인터넷도 발달 안된시절이라 알아보기도 힘들었고 몰래 하는거라
누군가의 도움도 못받는 상황

수능 당일날
막내남동생도 고3이라 수능을 봤어요
수능도시락 싸고 부모님이 데려다 주신다며 같이 나가고
전 회사간다며 수험장으로 갔어요
도시락은 못쌌죠
그냥 갔어요
혼자서 시험보러가는데 시험장 앞에는 부모님들 고등후배들이 응원차 많이들 오고 난리가 났더라구요
나이도 20살 넘고 직장생활도 해보고 제가 원해서 혼자 몰래 공부한거라 마음의 동요? 그런거는 없었는데요

시험시작전 얼마나 떨리던지 ..가슴이 막 터질거 같아서
진정시키느라 혼났던게 기억나요

고등생이나 재수생들은 모의고사도 보고 학교시험도 보고 했겠지만
저 그런걸 안보고 문제집과 교과서만 봐서 시험에 대한 긴장감을 그때 첨 느낀거였거든요
고등때도 연합고사 안봤구요..
Omr카드 작성하는데 손이 떨려서 한손으로 잡고 맘 다잡았던것도 기억에 생생하네요

점심시간엔 ㅡ 아침도 안먹었어요ㅡ
그냥 한참을 창밖도 보고 제가 살아온 날들
혼자 힘들고 외롭고 쓸쓸하고 내가 그냥 좀 불쌍하고
그랬다가 이자리에서 시험보고 있는것도 행복이고 내인생의 전환점이란 생각도 들고 ..그런생각들로 눈물이 나는데 울수는 없고
같은 교실에 있던 고등생들이 얼마나 이쁘던지..
시험끝나고 혼자 집으로 오는데 길거리엔 온통 해방.수험생들 위한 뉴스가 쏟아지고..난 내일도 출근해 휴가로 못했던 일들이 산더미인데 내일 하루만이라도 그냥 푹 쉬고 싚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집에 오니 동생은 시험 못봐 집안 우울하고
저도 성적이 썩 좋진 않았어요

그러나 내가 할수 있는 최선였고 그거면 된거다하고 누웠는데
갑자기 그동안의 일들이 주마등처럼 휙휙 지나가면서 눈물이 마구 쏟아지는데 멈추질 않더군요

그리 밤을 새고 출근했고 성적받고 또다시 대학원서 쓰는걸로 암초를 만났어요
그때..회사 그만두고 그냥 딱 공부먀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몰래 원서 쓰느라 숨어서 누가 들어올까 방문잠그고
회사 퇴근후 회의실서 불끄고 숨어 있다가 사람들없음 숨어서 작성하고...

결국 대학을 가긴 갔습니다
누구하나 제가 대학입학했다고 촉하해주는 사람도 없고
부모님은 등록못하게 입학금도 안주고 월급통장 부모님이 가지고 계셨는데 그냥 직장 다니라고 끊임없이 이야기하고

하고 싶은 공부보다 졸업후 취지잘되는곳으로 원서 쓰고.
학교때 너무 적성 안맞았으나 그건 사치라 이를 악물고 공부하고
알바해서 학비벌고 장학금타고 졸업했어요

벌써 20넘도 넘었네요
그날 참 추웠는데 양말도 안신고 굽나간 구두에 앏은 코트입고
혼자 일찍 시험장간거 생각나네요

자리에 앉아 감독관 설명 듣는데 긴장해서 소리가 하나도 안들리고
교문앞에서 기도하던 수많은 부모님들
왜나는 저런 부모님 보살핌 없이 이리 살아왔나
그저 공부만 해라 해주는 그런분이 한분만 계셨어도 얼마나 행복할까..
수능일은 저에게 평생 슬픈기억으로 남아 있네요
IP : 211.108.xxx.4
2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버드나무
    '17.11.15 2:59 PM (182.221.xxx.247) - 삭제된댓글

    고마워요.. 열심히 살아주어서.

  • 2. 와 대단해요.
    '17.11.15 3:02 PM (211.223.xxx.123)

    공부를 해본 사람은 알죠.
    전업공부도 정신적으로 시간적으로 힘든 일이지만
    공부에 무슨일이 덧붙여 지는 순간! 그 촉박함과 괴로움이란.

    전업으로 공부만하고 식구들이 다 서포트 해 줘도 잡일 한두개만 터져도 공부가 망쳐지는데

    회사생활에다 누가 알까 감추며 공부하셨다니.
    그럼에도 결국 대학도 가시고 그걸로 취업도 하시고
    대단하고 훌륭하세요. 지금은 대학 간 게 삶에 당연히 플러스 인거죠?
    슬퍼하지 말고 젊은 자신을 기특하게 생각하고 뿌듯해하셔도 될 것 같아요^^

  • 3. 운명
    '17.11.15 3:15 PM (211.108.xxx.4)

    등록할때도 등록금 집에서 안줘 친구가 거짓말 처럼 마감일날 돈빌려 등록
    입학후 어렵게 공부..이악물고 공부해 장학금받고
    적성 안맞고 너무 힘든 공부였으나 이공계라 취직잘되서
    고졸후 다니던 직장에서와는 다른 일과 위치

    그곳에서 알았던 직장후배소개로 운명 같은 현재 남편을 만났어요

    지나고 보면 참 열심히 치열하고 열정적으로 살았어요
    고등친구들 매우 많이들 저랑 비슷하게 좋은직장 관두고 뒤늦게 대학갔는데 행시붙은 친구도 있고 수의사 친구도 있고 그래요 가끔 만나면 서로 우리 참 대단하다 그럽니다

    등록마지막날까지 집에서 돈을 안줘 펑펑울며 출근했던 기억
    내가 일년을 어떡게 공부했고 합격한곳인데 동생 뒷바라지
    하라고 대학포기하고 직장 계속 다니라는건지
    부모가 너무 원망스럽고 그런날도 맘껏 울고 소리치지 못하고 출근해서 울음 삼켜야 했던 내가 가여워
    지금도 그때 생각하면 20대의 나는 너무 불쌍해요
    돈 선뜻 빌려주고 꼭 대학 먼저 가있으라는 친구
    너같은 친구 너무 자랑스럽다면 저보다 한해 늦게 공부해 더 좋은학교 법대붙은 친구
    은행원으로 야간대학 다니며 대학원까지 공부해 높은 위치까지 간 친구
    그런 친구들이 있는것만으로도 저는 잘살았다 생각하지만
    누군가 저보다 어른이 나를 다독이고 용기를 주고 희망을 주는 메시지를 줬다면 나는 더 발전할수 있었을거다라는 생각이 들어요

    제 아이가 중딩아들인데 그래서 인지 치열하고 야무지게 못하고 있는 아들이 넘 한심해요^^ 엄마의 욕심이고 이기적인 맘이겠죠

  • 4.
    '17.11.15 3:17 PM (221.167.xxx.147)

    열심히 노력하셨네요. 글 지우지 말아주세요. 저에게도 힘이 되는 글이네요.
    멋지십니당^^!

  • 5. 원글
    '17.11.15 3:18 PM (211.108.xxx.4)

    제가 살아온 삶은 조금은 부끄러웠고 평범하게 살아오신분들 굉장히 부러웠는데 힘이 되신다니 넘 고맙습니다

  • 6. 와 대단해요
    '17.11.15 3:19 PM (211.223.xxx.123)

    그러셨군요.
    하긴 지금이니까 말이지 그때 심정이 어떠셨겠어요, 고생은 또 어떻고.

    저도 사실 더 열심히 해야 할 부분이 아직 남아있는데
    심지어 저는 지지해주고 기대해 주는 어른들도 많은데 제 마음도 다시 가다듬게 되네요.
    가끔 이곳에서 원글님 같은 분들을 보게 되고 좋은 글도 보게 되어서 참 좋아요.
    나태해 지려고 하면 원글님 글 생각을 할 것 같아요^^

    멋진언니 화이팅!!

  • 7. ㅇㅇ
    '17.11.15 3:22 PM (49.142.xxx.181)

    정말 장하십니다. 저희 부모님은 저에게 공부만 하라고 했었는데 그러지 못했던 제 젊은날이 부끄럽네요.
    한편으론 또.. 원글님이 편하게 공부할수 있는 환경이였다면 그리 절박하지 않았을수도, 그래서 공부를 더
    게을리 했을수도 있어요.

  • 8. ...
    '17.11.15 3:23 PM (61.80.xxx.90)

    님...저도 똑같아요. 공부 나름 잘 했는데, 형편상 상고가서 대기업 입사.
    저는 94년도 수능 봤어요. 수능 첫 해. 두 번 보던 1994년.
    대학갔고, 님과 마찬가지로 제 적성과 하고 싶은 공부가 아닌 경상계열 학과로 갔어요.
    저도 님도 정말 치열하게 살았네요.

  • 9. 61님
    '17.11.15 3:30 PM (211.108.xxx.4)

    그러셨군요
    그과정을 알기에 반갑네요
    대학가서 새내기들 공부안하고 놀때나 복학생들 정신못차리고 딴짓할때 제가 막혼냈어요
    무서운 언니라고 ㅋㅋ 시험때 요점정리해서 프린트해주고 조별과제 도맡아 밤새워하고..그때 다른학생들 한심하다 생각했는데 지나고 보면 저는 늘 즐길줄 모르고 놀줄도 몰랐던거 같아요 바보같이..지금 만약 대학가면 많이 놀고 젊음을 즐길거야 한답니다

    현실성 제로지만 다시 딱 중1때로 돌아가고 싶어요

  • 10. 좋은일 가득하길요
    '17.11.15 3:40 PM (222.239.xxx.166)

    낼 딸 수능인데 온가족이 지진에 흔들리고 맘도 흔들렸는데
    담담한 이 글이 감동을 주네요.
    저는 중년인 지금까지 치열하게 살아본적이 없어서 나중에 눈감을때 후회할거 같아요.
    우리 친정 어머니는 어려운 시절 가장 노릇하며 동생들 뒷바라지 했던분이예요.
    그땐 모두가 힘들었고 운명 같았고 가족을 보듬고 살았었는데, 시간이 흐르고 나니 그 감사하는 맘들도 퇴색이 되고 세상에 젤 소중한건 본인의
    삶이더군요. 공부를 놓았던걸 살아가며 순간순간 후회 하셨대요.
    제가 오래전 가르쳤던 중3 아이가 있었는데 삼남매의 장녀였어요.
    아래 남동생 하나는 제 보기엔 공부가 힘들겠다 싶었고 막내는 어렸죠.
    형편이 어려웠던 그 집 부모님은 장남이 공부하길 바랬는데 전 그아이에게 욕심을 가지고 끝까지 본인 공부를 하라고 인문계 진학을 권했었죠.
    원글님의 결단력 용기 인내에 박수를 보냅니다.무슨일이든 잘해나가실 분이시네요.

  • 11. 응원합니다
    '17.11.15 3:48 PM (118.221.xxx.74)

    그래도 딸아들 가리지 않고 공부시켜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신 부모님 만나
    여지껏 앞가림하고 살아가는 이입니다.

    존경하고 응원합니다.
    수많은 포기의 유혹에서 살아남아 지금은
    아프지만 기억을 되살릴수 있어 다행이라 여겨지며...
    이젠 항상 건강하시고 행복이 가득한 날만 이어지시길 바랍니다.

  • 12.
    '17.11.15 3:51 PM (114.203.xxx.163) - 삭제된댓글

    안아주고 싶네요~~
    다가져도...투덜거리고 응석만 부렸던 제가 너무 민망한 하루네요~
    잘해내셨어요~~

  • 13. 파티
    '17.11.15 4:06 PM (211.36.xxx.16)

    절실함이 느껴지는...멋진 분이시네요.
    오늘의 제가 부끄럽습니다.
    고3 수험생이 있는데 고3이는 제 인생을 사는거겠죠.
    앞날에 행복이 가득하시길 빕니다.

  • 14. ㅇㅇ
    '17.11.15 4:11 PM (1.231.xxx.2) - 삭제된댓글

    너무너무 훌륭해서 로그인했습니다. 아아....세상에.....님 정말 훌륭하네요.
    앞으로 모든 일 잘 되시길 빌어요. 대딩 엄마인데 우리 아이가 님 반의 반만 됐어도 좋겠어요.
    눈물나네요 어쩜 이렇게 열심히 사셨어요.ㅠ.ㅠ

  • 15. 감동
    '17.11.15 4:39 PM (211.209.xxx.193)

    지진 뉴스에 맘 졸이다가 님 글 보고 감동받아 로그인 했어요
    정말 훌륭하십니다
    글도 담담하게 잘 쓰셨고요, 윗님들 말씀처럼 앞으로는 좋은 일만 있기를 바랄게요
    대단하세요~

  • 16. 얼룩이
    '17.11.15 5:37 PM (218.51.xxx.111)

    지금 그래서 친정부모님은 님께 미안해하시고
    잘해주시나요?
    또 남동생은 누나의 고생, 희생을 인정하고
    안쓰럽고 고마워하던가요?
    궁금합니다
    그리고 님맘 저도 약간은 알겠어요
    저도 힘든 시절이 있었기에

  • 17. 고3맘
    '17.11.15 6:33 PM (223.39.xxx.254)

    정말 치열하게 멋지게 사셨네요
    근데 왜 이리 찡하고 눈물이 날까요
    내일 수능보는 울딸 생각하다가
    님글 읽으니...부모맘으로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좋은 환경이 꼭 좋은것만은 아니라고 ...
    스스로 일구어낸 삶에 박수를 보내드려요
    이래저래 심난하고 불안한 맘이었는데
    님의 글 정말 감동이에요
    행복하세요

  • 18. 얼룩님
    '17.11.15 6:34 PM (211.108.xxx.4)

    제나이 40중반을 넘었습니다
    중딩 아들둘 키우고 있구요
    오빠.여동생.남동생.부모님 얼굴안본지 2년 됐습니다

    젊었을때는 원망 많이 안하고 뒤안보고 그저 최선을 다하고 사느라 나를 돌아보고 주변을 돌아볼 여유가 없었어요
    결혼후 아이를 키우면서 어린 제모습이 아이들에게 투영되면서 젊었을때 제가 너무 가여운 겁니다

    부모님은 제가 이기적이래요
    가난한집 맏딸이 희생 좀 더해 재수생 오빠.학생인 동생들 학비 보테고 직장생활하다 시집이나 가지 어려운 형편에
    돈벌어 자신위해 공부만 했다구요
    학교다닐때 집에서 돈한푼 안받았어요
    식당알바부터 주말 웨딩도우미까지 단하루도 안쉬고 학비 용돈 책값 다 벌어 생활했고 졸업후 취직해서는 월급한푼 안쓰고 고스란히 집에 가져다주고 시집갈때 제 카드 할부로 혼수하고 제가 직장 다녀 다 갚았어요
    남편이 참 좋은사람이고 경제적으로 절 편히 해줘서 늘 감사하게 생각하며 사는데 어려운 친정 도움 안준다 서운해 하세요

    그때 계속직장 다니지 않고 공부해 대학간게 그리도 아까웠나봐요 합격통지서 보여줬을때 찡그리고 일그러진 표정 지으시던 엄마..등록만 제발 해달라 부탁했을때 돈없어서 넌 대학 못가 하던 부모님..막내동생 등록금도 간신히 했다던
    등록마지막날 하늘이 무너지는듯 머리가 까메졌는데도
    부모님께 큰소리 한마디 못하고 눈물 삼키며 출근했던
    수능날보다 더 가슴아팠던 그날..등록마지막 마감일

    부모님이 한번만이라도 우리딸 고생했다 미안하다 돈이 없어서 동생만 등록했다 어쩌니라고만 했어도
    저는 어쩜 포기하고 말았을겁니다

    어쩌면 저런상황이 저를 더 독하고 강하게 살아가도록 했는지 모르겠어요

    늘 부모님은 너는 너만 알고 너를 위해서만 살았지 집안사정은 생각지도 않은 이기적인 딸 이라고 하세요

    죄책감도 가졌는데 제아이를 키우다보니 너무 억울해서
    자식이 생활비벌고 집안걱정하고 공부도 제대로 안하고 돈만 벌어다 줘야하는 존재라 생각하는 엄마는
    제가 저고생할때 50이셨더라구요
    난 아무것도 못한다고 집에서 제월급만 보고 계셨죠
    그와중에 사채얻어 오빠 재수까지 시키고 집안 풍지박살나고요

    친정가면 답답하고 빚더미에도 정신못차리고 늘 겉모양에 신경쓰고 남들 시선 신경쓰며 사는 형제들 부모님들
    손주들 차별. 며느리 딸 차별 다 꼴보기 싫어 안보고 살아요

    근데 외롭네요
    나도 형제들과 어울려 놀고 부모님과 좋은곳 가고 싶은데
    친정가족들 보는게 너무 괴로워 연 끊었어요

    늘 저한테만 안까워하고 정없이 구시고 먹는걸로도 아이들 차별하고...난 한번도 부모님 속상하게도 안하고 알아서 다하고 원하는거 사달라는말도 안하고 20살이후에는 만원짜리 하나도 안받고 살았어요
    월급 다 드리고 결혼 했건만 이기적이게 자신만위해 살았던
    냉철한 딸 이라네요
    제가 이리살아온건 어쩌면 저런환경탓도 있었겠죠
    어찌보면 감사해야할 상황인가 싶네요

  • 19. 원글
    '17.11.15 6:43 PM (211.108.xxx.4)

    그런데 우리부모님 생각해서 저는 늘 아이들에게 최선을 다하고 공부열심히 하는것을 늘 강조하는데..
    제가 이리살아와 그런지 나태하고 노력 별로 안하는 아이를 이해하기 넘 힘들어요
    이런 좋은환경속에서 공부만 열심히 하면 되는 상황속에서
    왜 치열하고 독하게 못하는걸까..
    제가 잘못인거 아는데 아이들보면 답답하고 한심스러워요
    자식은 맘대로 안되나 봅니다

    느슨하게 놀고 있는걸 정말 못보겠어요ㅠ
    제 이럼 안되는거 맞죠?

  • 20. 얼룩이
    '17.11.15 9:39 PM (218.51.xxx.111)

    그렇군요
    제가 예상했던것보다 더 하는군요
    잘하셨어요
    친정안보고 사시는거요
    원글님과 원글님가족만 위해 사세요
    진짜 친정식구들 욕도 아까운 부모군요ㅠ.

    친정에대한 애증? 없애시고 님은 님길 가세요
    행복하시길.

    저도 중3때 아빠가 아프시게돼서
    아빠가 실업계가라하고 자기딸 재수시키는
    큰엄마라는 인간은 연필하나 안보태주면서
    대학가지말라고 했었죠
    전 학력고사 전날도 아빠행패로 날세고 시험보러갔는데
    님은 더하시네요
    대견하십니다
    그리고 아들들은 님을 이해못해요
    옛날 보릿고개 얘기해도 실감안나잖아요
    저도 악착스럽고 독하게 공부하지 않는
    중딩아들때문에 트러블이ㅠ
    그냥 달래야해요,애들 이해못하고
    애들환경과 님과는 다르잖아요

    친정 뒤돌아보지마시고
    시집올때까지 그러고왔으면 진짜 효녀인걸요
    맘으로 완전히 독립하시길

  • 21. 민트
    '17.11.15 10:44 PM (122.37.xxx.121)

    원글님 진짜 한편의 소설을 읽는거같았어요
    마음이 짠하고 그 불굴의 의지 진짜 칭찬해드리고싶어요

    근데 이젠 마음의 긴장을 놓아버리고 정말 편하게 하루하루를 누리며 사시길 빌어요 지나간 과거의 자신을 불쌍한 피해자모습에만 가두지마시고
    충분히 강하고 열정적이고 친구복 많은 그런 사람으로만 바라보세요
    원글님 가족은 나쁜것도있지만 원글님과 매우 다른 좀 모자란 사람들 같아요 가족도 서로 레벨이 맞아야되더군요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 삶의 자세 , 근성 이 모든것이 그사람의 격을 말해주는데 원글님은 가족들과 다른 차원의 사람같아요
    더 빨리 깨닫고 더 빨리 탈출했다면 좀 덜 억울하셨을까요?

    그냥 무엇으로도 명쾌하게 설명안되는,이해할수없는 것들은 내 업보다 생각하세요 가족복이 없는대신 친구복은 기가막히네요 이것만봐도 원글님은 가족들과는 애초에 다른 세계에 속하는 사람이란 느낌이 들어요

    그 가족의 굴레에서 완전히 벗어나는길은
    원글님 자신을 더욱 사랑하고 지나온 모든길을 다 받아들이는거라고 생각해요

    가족이,부모가 결코 특별한게 아니더군요
    그냥 여느 인간관계랑 똑같아요
    모든 인간에게는 격이라는게 있죠
    그게 서로 다르면 그것도 내가 그들중 소수이거나 혼자라면? 거의 미칠 지경이 돼요ㅜㅜ
    아드님들은 그런 전쟁같은 삶을 혹독한 가정을 경험하지 못했으니 당연히 독하지않은거에요 얼마나 다행입니까?

    자수성가한 부모의 긴장감은 오히려 아이들의 악착같음을 빼앗아가는거같아요 이것도 총량의법칙이있는건지 ㅎㅎ

    힝상 행복하시길 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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