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Banner

어두운 날들은 가고

... 조회수 : 885
작성일 : 2017-11-06 15:27:14
내년이면 내 집으로 입주합니다.
서울에, 30평짜리 번듯한, 새 아파트에,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입주합니다.

그동네에는 제가 5살때부터 살았던 아파트가 있습니다.
그 당시 새 아파트였는데, 이제 재건축을 바라보는 아파트가 되었어요.

저는 그 아파트 단지에서 대학 입학할때까지 15년을 살았습니다.
저의 유년을 모두 보낸 곳이지만, 다시 떠올리고 싶지 않아요.
별로 크지도 않은 단지에서 이사만 숱하게 다녔는데다가,
밤마다 아빠가 술먹고 들어와 깨부수던 기억,
어느날 아빠가 사무실 언니(나중에 알고보니 내연녀)를 데리고 와서 내가 커피타줬던 기억,
엄마마저 집나가서 엄마를 기다리며 울던 기억,
사업마저 부도나서 18평 제일 작은 월세집으로 쫓겨나듯 이사와 살림살이 이고지고 살았던 기억,
결국 그마저 유지하지 못하고,
제가 대학을 들어가던 해, 엄마와 저는 아빠와 헤어져 더 변두리 지역 단칸방으로 쫓겨가게 되었지요.

저의 유년, 10대, 그리고 20대를 돌이키면, 다시 돌아가고싶지 않아요.
기억을 돌이키는것만으로도 고통스럽습니다.
아이를 낳아 키우며 보니, 제 어린시절이 더욱더 불쌍하고 가엾은 마음이 드네요.

아무튼 저는, 그 이후로 제 삶을 꾸렸습니다.
부모님의 인생에 구애받지 않고, 저는 나무처럼 단단하게 제 인생을 꾸렸어요.
착한 남편도 갖게 되었고, 힘들지만 사랑하는 제 일도 있고요,
제 목숨을 바칠수도 있을만큼 사랑하는 딸도 있지요.

내년에 새집에 입주할 꿈에 부풀어 있다보면,
이게 꿈인가 생시인가 싶네요.
그 암울하던 날들, 아무것도 이룰수 없을것 같은 시간들을 견디고
평범하지만 그누구도 부럽지 않을만한 내 삶을 꾸리게 된 제가 자랑스러워요.
응원해주세요.
IP : 117.111.xxx.41
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밝은 날이 옵니다
    '17.11.6 3:35 PM (112.186.xxx.156)

    네. 힘든 시기 이제 넘기세요.
    원글님은 어두운 터널을 살아서 건너간 거예요.
    이젠 밝은 햇볕을 누리세요.

  • 2. 방실방실
    '17.11.6 3:42 PM (219.240.xxx.92)

    아자 아자

  • 3.
    '17.11.6 4:02 PM (1.233.xxx.167)

    행복하실겁니다. 그럼요.

  • 4. 맹물
    '17.11.6 4:06 PM (1.241.xxx.25)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참 대견하시네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745830 천박하다고 생각되는 것 22 ㄹㄹ 2017/11/06 6,996
745829 내일 11시까지 광화문 가야하는데요. 교통통제 할까요? 2 ... 2017/11/06 752
745828 코스트코 만얼마짜리 담요 4 ... 2017/11/06 2,430
745827 리본약 다이어트 5 ..... 2017/11/06 1,471
745826 [단독] '美 도피' 이인규, 버지니아주 체류 확인 7 추접다. 2017/11/06 2,295
745825 노회찬의원 정무위원회에서 질의중 빵터짐 6 ... 2017/11/06 2,521
745824 보험가입 5년 전에 병원갔던 것도 추적되나요? 3 라라라 2017/11/06 2,901
745823 두가지일을 한꺼번에 잘못하느거를 뭐라해요? 5 남편들 2017/11/06 1,473
745822 남편에게 정 떨어진 게 다시 좋아지려면? 5 ㅡㅡ 2017/11/06 4,084
745821 크루서블-억.울.함.으로 고통받는분들 3 tree1 2017/11/06 642
745820 정치검사들 장난 아니었네요. 15 오라를 받아.. 2017/11/06 4,681
745819 전희경 욕 좀 더 합시다. 15 생각할수록 .. 2017/11/06 3,356
745818 중2 아들 정신이 가출상태인거 같아요 12 궁금 2017/11/06 4,767
745817 김치담근뒤에 청각 따로 추가로 넣어도 효과가같나요 2 쭈쭈 2017/11/06 961
745816 전세금2천만원 올리면여 4 졍이80 2017/11/06 1,868
745815 중학교..시험 앞두고 내내 자습만 시키는 선생들 14 어이상실 2017/11/06 2,233
745814 직장맘이신 분들 나 자신만을 위한 시간 있으세요? 5 자유가그립다.. 2017/11/06 1,286
745813 트럼프 "아베, 대량의 美군사장비 구입하기로 했다&qu.. 1 샬랄라 2017/11/06 711
745812 회사 회식을 없애야 할것 같아요 6 세상 2017/11/06 2,091
745811 국회의원 국민감사라도 해야하지 않을까요? 4 ... 2017/11/06 638
745810 중국은 트럼프방문에 스모그줄이려 바베큐까지 금지,우린 반미시위 .. 15 뭐죠 2017/11/06 1,946
745809 세상 재밌게 사는 분들은 저녁시간 어떻게 보내세요 12 2017/11/06 3,306
745808 팟케스트 매니아분들 추천부탁 해요~!! 43 팟케 좋아~.. 2017/11/06 3,159
745807 다욧중인데요 1 칼로리 문의.. 2017/11/06 575
745806 내일 명동 가야 되는데 .. 트럼프 방한때문에 1 ㅎㅎ 2017/11/06 8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