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어두운 날들은 가고

... 조회수 : 766
작성일 : 2017-11-06 15:27:14
내년이면 내 집으로 입주합니다.
서울에, 30평짜리 번듯한, 새 아파트에,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입주합니다.

그동네에는 제가 5살때부터 살았던 아파트가 있습니다.
그 당시 새 아파트였는데, 이제 재건축을 바라보는 아파트가 되었어요.

저는 그 아파트 단지에서 대학 입학할때까지 15년을 살았습니다.
저의 유년을 모두 보낸 곳이지만, 다시 떠올리고 싶지 않아요.
별로 크지도 않은 단지에서 이사만 숱하게 다녔는데다가,
밤마다 아빠가 술먹고 들어와 깨부수던 기억,
어느날 아빠가 사무실 언니(나중에 알고보니 내연녀)를 데리고 와서 내가 커피타줬던 기억,
엄마마저 집나가서 엄마를 기다리며 울던 기억,
사업마저 부도나서 18평 제일 작은 월세집으로 쫓겨나듯 이사와 살림살이 이고지고 살았던 기억,
결국 그마저 유지하지 못하고,
제가 대학을 들어가던 해, 엄마와 저는 아빠와 헤어져 더 변두리 지역 단칸방으로 쫓겨가게 되었지요.

저의 유년, 10대, 그리고 20대를 돌이키면, 다시 돌아가고싶지 않아요.
기억을 돌이키는것만으로도 고통스럽습니다.
아이를 낳아 키우며 보니, 제 어린시절이 더욱더 불쌍하고 가엾은 마음이 드네요.

아무튼 저는, 그 이후로 제 삶을 꾸렸습니다.
부모님의 인생에 구애받지 않고, 저는 나무처럼 단단하게 제 인생을 꾸렸어요.
착한 남편도 갖게 되었고, 힘들지만 사랑하는 제 일도 있고요,
제 목숨을 바칠수도 있을만큼 사랑하는 딸도 있지요.

내년에 새집에 입주할 꿈에 부풀어 있다보면,
이게 꿈인가 생시인가 싶네요.
그 암울하던 날들, 아무것도 이룰수 없을것 같은 시간들을 견디고
평범하지만 그누구도 부럽지 않을만한 내 삶을 꾸리게 된 제가 자랑스러워요.
응원해주세요.
IP : 117.111.xxx.41
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밝은 날이 옵니다
    '17.11.6 3:35 PM (112.186.xxx.156)

    네. 힘든 시기 이제 넘기세요.
    원글님은 어두운 터널을 살아서 건너간 거예요.
    이젠 밝은 햇볕을 누리세요.

  • 2. 방실방실
    '17.11.6 3:42 PM (219.240.xxx.92)

    아자 아자

  • 3.
    '17.11.6 4:02 PM (1.233.xxx.167)

    행복하실겁니다. 그럼요.

  • 4. 맹물
    '17.11.6 4:06 PM (1.241.xxx.25)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참 대견하시네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760207 택배 잘 아시는분 계시나요 6 Dsss 2017/12/19 896
760206 청기자단 제도 폐지 청원.서명 안 하신 분~~ 5 현.5942.. 2017/12/19 376
760205 기독교식 추도예배에 대해 여쭙니다 12 섬아씨 2017/12/19 5,059
760204 부산분들 김해공항에서 대구까지 9 알려주세요 2017/12/19 1,136
760203 82에서 제일 듣기싫은 말.. 15 ... 2017/12/19 3,833
760202 달력보니 빨간날이 내일이라 깜놀 4 2017/12/19 1,413
760201 저한테 폭언한 직장동기 송별회 가야되나요?? 31 dd 2017/12/19 4,921
760200 저글러스 강혜정 많이 이상하긴 해요... 6 음... 2017/12/19 5,048
760199 초등생 투신)소년법 폐지 청원 들어가주셔요 5 나는누군가 2017/12/19 573
760198 박근혜랑 이명박 수사 5 ㅇㅇ 2017/12/19 592
760197 수시 모두 탈락 15 고 3엄마 2017/12/19 6,506
760196 보리차는 무슨물로끓이세요? 4 궁금 2017/12/19 1,630
760195 중2 영어내신 5 중2 2017/12/19 1,179
760194 조기폐경이면 호르몬제 먹어야하나요? 5 우울해요 2017/12/19 1,664
760193 갑자기 얼굴색과 손발이 노래요ㅠㅠ 11 노래노래 2017/12/19 12,857
760192 성인들만 사는 집에선 간식 뭐 드세요? 20 냠냠 2017/12/19 6,025
760191 정말 이쁘고 고급스러운 생일케익 맛집 좀 알려주세요 14 090 2017/12/19 3,455
760190 이재만 "朴, '국정원서 오는 봉투 받아두라' 지시&q.. 4 샬랄라 2017/12/19 1,007
760189 오늘자 중앙기레기 클라쓰.jpg 8 2017/12/19 1,496
760188 회화만 좀 되는 중딩 영어 청담이 나을까요.. 13 절박 2017/12/19 1,779
760187 오픈형 책장 써보신 분 좋나요? 4 나는자유 2017/12/19 966
760186 직장있는 자식들에게 생활비 받나요? 28 직장인자녀 2017/12/19 7,565
760185 아기용품 빌려달라는 애기엄마들은 왜 그러는건가요? 8 .. 2017/12/19 2,465
760184 주부가 할 수 있는 알바가 뭐가 있을까요? 1 알바 2017/12/19 1,844
760183 강 위의 다리(대교) 지날때 마다요 1 반들 2017/12/19 7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