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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임신하기 싫은 마음

... 조회수 : 3,582
작성일 : 2017-11-06 11:54:54

30대 후반이고 결혼 1년차..나름 신혼인 여자입니다. 
남편하고는 서로 비슷하면서도 다른 점이 적당히 섞여서
같이 지내는 데 문제 없고 만족해요.

그런데 남편이 연하라 원래부터 월급이 저보다 적었고
얼마 전엔 이직을 잘못해서
이직하고 2주만에 좀 안 맞는다고 퇴사를 해서
현재 실직 상태구요.
다행히 빚은 없어서, 제가 버는 걸로 생활은 가능해서
그냥 천천히 정말 맞는데 찾아보라고 놔둔 상태입니다. 
한 달 정도 됐어요. 

그런데 얼마 전에 제가 임신한 게 아닌가, 하고 잠시 소동을 겪었어요.
검사해보고 아니라고 알아서 현재는 안심이긴 한데요
저희가 딩크로 살기로 80%쯤은 합의한 상태거든요.

내 몸에 다른 생명이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며칠 하다보니..참 많은 생각이 들더라구요.
사람들은 결혼하면 거의 당연하다는 듯이 아이 낳을 계획을 세우는데
나는 왜 이게 그렇게 불편하고 부담스러울까...

그러다가 제 어린 시절을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어요.
자라면서 바쁜 맞벌이 부부 손에서 커서
못 먹고 못 배운 건 아니지만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았어요.
그러다보니 책도 많이 보는 편이고 생각도 많아져서
결과적으로 제 전공이나 미래를 결정하는 데도 그런 게 영향을 많이 미치기도 했고..

암튼 그런데 제 어린시절을 생각해보면
비어 있다, 는 느낌이 너무 강해요.
부모와 함께 부대끼는 그 시간이 저에게는 너무 부족했어요.
그래서 솔직히 좀 차가운 편이고
부모에게 감사함은 있지만
이 역시도 어떤 사회적인 학습에 의해 각인된
일종의 도리 정도일 것 같구요...
좀 그래요..정서적으로 메마른 거 같아요...

그래서 아이를 낳으면
온전히 사랑하고 희생할 각오가 되어 있지 않고
체력도 약한 편이라 얼마나 짜증이 날까, 이 생각이 들어요.
 
어차피 결혼도 늦었으니
남편하고 둘이 일찌감치 은퇴해서
편하게 살고 싶다, 그런 생각뿐이에요.
남편 소득이 만약에 많은 사람이었다면
그래도 하나쯤은..이라고 생각했을까요? 모르겠어요..머릿속이 복잡...
아이에게는..원하는 것을 이뤄주는 돈보다도
엄마랑 같이 있는 시간이 필요할 텐데
이 집의 가장인 제가 일을 놓을 수도 없고...

나는 아이를 갖고 싶어하지 않는 것 같은데
그래도 '만약에'라는 경우마저..저한테는 사치인건지
머리로는 아니라고 생각하면서도
마음이 복잡해요. 


IP : 112.216.xxx.43
17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자유부인
    '17.11.6 11:59 AM (223.63.xxx.219)

    이럴때 직장맘은 뜨끔하네요.
    죄송하지만 부모님이 퇴근시간이랑 주말에는 어떠세요?
    저는 그래서 아이들 같이 어울리라고
    힘들지만 여럿 낳았고 주말은 거의 아이들에게 시간보내는데요.
    퇴근도 직종에 비해 일찍 하려고 하고요.

  • 2. ..
    '17.11.6 11:59 AM (112.149.xxx.111) - 삭제된댓글

    아이를 강렬하게 원한다거나(오랜 불임 제외), 기필코 훌륭한 엄마가 될 마음을 가지고 애를 낳는 경우는 거의 없어요.
    반 이상은 그냥 생긴 김에 낳고, 나머지 반도 불안불안 하지만 낳아보니 예쁜 거죠.
    그렇다고 덮어놓고 낳으란 건 아니고 다들 그러니까 너무 기준을 높게 잡아 스트레스 받지 말라는 얘기죠.

  • 3.
    '17.11.6 12:00 PM (45.64.xxx.125)

    남편도 이해해준다면 딩크도 괜찮은거같아요..
    요새 살기 각박하잖아요..
    저는 임신막달에 모성애가 부족한지 아님 애기낳으면
    생길수도있겠지만 막좋은지 그런거 아직잘모르겠고
    책임감 압박감 너무 부담되요
    저는 남편이 아기 갖기를 강력히 원했고 프리라
    전업아닌 전업을 하게되었지만 경력이 끊기는것같고
    이래저래 불안하네요..이런마음 갖는것조차 아기한테
    미안하지만 요새 현실이 그런걸요...

    단, 남편분과 충분한 합의는 꼭 거치세요...

  • 4. 44세
    '17.11.6 12:01 PM (115.143.xxx.77)

    저도 원글님과 비슷한 생각으로 결혼하고 아이 없이 쭉 살다가 어느순간 불현듯 아이가 갖고 싶더라구요.
    아마 경제적인 안정감이 조금 생기면서 였던거 같아요.
    그런데 이젠 몸이 안되는 거죠. ^^ 다행히 남편이 아이문제로 저를 속상하게 하는 사람이 아니어서 다행
    이지만 그래도 가끔은 나의 선택이 잘못된건 아닐까 싶을때도 있어요.
    아이가 있으면 있는대로 장단점이 있고 없으면 없는대로 장단점이 있어요.
    저나 남편은 우리가 아이때문에 얻지 못하는 기쁨이 있지만 반대로 아이가 없기 때문에 누리는 기쁨도
    있다고 생각하기때문에 크게 그게 좌절감을 준다거나 그렇진 않아요.
    하지만 원글님이 정말 정말 깊이 깊이 생각하셔서 나이가 든 후에 후회가 되거나 크게 아쉬움이 남을것
    같다는 판단이 서신다면 한살이라도 젊을때 낳으세요. 또 나름 아이들은 다 정말 어른들 말씀처럼
    본인 먹을거는 가지고 태어나는거 같아요.
    좋은 선택 하시기 바랍니다.

  • 5. ....
    '17.11.6 12:02 PM (223.63.xxx.219)

    제 질문글만 올렸네요.

    경제적인 안정이 참으로 중요하죠.

    그렇다고 그게 다는 아니지만.

    아이는 내가 책임질 수 있을때 갖는게 맞는 것 같아요.

    안그러면 아이 키우는데 일생을 휘둘려 살아요.

    저희때는 이런 생각 많이 못하고 살았는데....

    만약 다시 돌아간다면 저는 아이낳는 시기를 좀 조절했을 것 같아요.

    몇명 낳을지는 모르겠지만.

  • 6. ㄴㄴ
    '17.11.6 12:03 PM (1.252.xxx.68)

    잘못알고계시네요 아이한테 부모사랑 중요하지만 돈이없으면요 아이못키워요 다같이 굶어죽는다고요 피임 철저히하시고 남편분 안정적인데 취직하면 그때다시생각해보세요. 지금 아이키우는데 체력, 부모사랑 이런거 논할 처지가 아니에요

  • 7.
    '17.11.6 12:09 PM (106.102.xxx.224)

    38이고 원글님과 비슷한 마음이었다가 불현듯 아이는 낳아야지 하며 낳은 케이스예요
    낳고보니....낳을거면 좀 더 서두를걸 후회가 있네요
    여러모로.

    안낳으실거면 전혀 상관없지만 고민된다면.....서두르시는게 좋아요

  • 8. 80%합의는 안되죠
    '17.11.6 12:43 PM (220.123.xxx.111)

    나중에 두고두고 미련이 남음.. 나이들수록 더요

    100%이던가 아님 지금도 늦었으니 얼릉 낳던가. 해야지 후회가 없어요

  • 9. ㅈㅅㅂ
    '17.11.6 12:48 PM (220.72.xxx.131)

    80%?
    98% 콘돔도 불안하다는데

  • 10. ...
    '17.11.6 1:04 PM (108.35.xxx.168) - 삭제된댓글

    흠... 아이란게 애정으로만 크질 않더라구요. 사랑,관심보다 더 중요한게 경제적인건 맞아요.
    왜냐면 어려서부터 어떻게 길러지느냐에따라서 사회에 나갔을때부터 대접이 달라지니까요. 직업부터요.
    평범한 일상의 소중함과 소소한 삶의 재미를 자식과 나누고 싶다고 생각하고 다들 아이를 낳고 기르는데요.
    그게 참 허무한게 내자식이지만 나완 다른 인격체이고 행복하다는 순간도 어찌보면 품안에 아이가 있을때 같아요.
    그애가 성인이 되어서도 사회에 나가서 일을 할때나 배우자를 만난후에도
    어떻게 변해갈지 변화물쌍해서 늘 부모의 안테나가 그쪽으로 향하고 있다는게 아주 피곤한 일입니다.
    신경끄고 살려고 해도 부모가 되면 그게 그렇게 되질 않아요. 요즘 경제력때문도 있지만 딩크가 많아지는 이유가
    그힘든 자식바라기를 평생 해야하는 부담감을 원치 않기때문이죠. 자식은 공들이고 사랑준다고 내것이 되지 않기때문에
    키우는것에만 초점을 맞추고 행복했노라 하기엔 부모의 인내와 희생이 큽니다.
    많이 생각하시고 아이결정을 하셨음 해요.

  • 11. ...
    '17.11.6 1:05 PM (108.35.xxx.168)

    흠... 아이란게 애정으로만 크질 않더라구요. 사랑,관심보다 더 중요한게 경제적인건 맞아요.
    왜냐면 어려서부터 어떻게 길러지느냐에따라서 사회에 나갔을때부터 대접이 달라지니까요. 직업부터요.
    평범한 일상의 소중함과 소소한 삶의 재미를 자식과 나누고 싶다고 생각하고 다들 아이를 낳고 기르는데요.
    그게 참 허무한게 내자식이지만 나완 다른 인격체이고 행복하다는 순간도 어찌보면 품안에 아이가 있을때 같아요.
    그애가 성인이 되어서도 사회에 나가서 일을 할때나 배우자를 만난후에도
    어떻게 변해갈지 변화무쌍해서 늘 부모의 안테나가 그쪽으로 향하고 있다는게 아주 피곤한 일입니다.
    신경끄고 살려고 해도 부모가 되면 그게 그렇게 되질 않아요. 요즘 경제력때문도 있지만 딩크가 많아지는 이유가
    그힘든 자식바라기를 평생 해야하는 부담감을 원치 않기때문이죠. 자식은 공들이고 사랑준다고 내것이 되지 않기때문에
    키우는것에만 초점을 맞추고 행복했노라 하기엔 부모의 인내와 희생이 큽니다.
    많이 생각하시고 아이결정을 하셨음 해요.

  • 12. ...
    '17.11.6 1:08 PM (112.216.xxx.43)

    원글 작성자입니다. 점심 시간 사이에 많은 분들이 답글 달아주혔네요. 정말 감사해요. 두서없는 글인데도..비슷한 일을 경험하신 분들이 이렇게 알아주시니 너무 감사하다는 마음이네요.
    용기내서 글 작성하긴 했지만 저도 이 문제에 대한 답은 저희 부부만 내릴 수 있다고 생각해요. 여러분 말을 참고 삼아 한번 신중히 의논해보겠습니다.
    감사해요.

  • 13.
    '17.11.6 1:15 PM (117.111.xxx.38)

    40인데..애한테 미안할까봐 못낳어요..
    문득 낳고 싶을때도 있는데 그게 나중에 내가 늙어서 넘 외로울때 걱정으로 낳고 싶지..다른 이유는 없더라구요..
    그래서 전 안 낳기로...했어요
    내 노후 외롭게 안할려고 낳는거 넘 이기적이라 생각되서..
    어쩌겠어요..받아들여야지

  • 14. 개인적인
    '17.11.6 1:37 PM (211.109.xxx.76)

    개인적인 경험이 영향을 많이 미치는 것 같아요. 저역시 성장기에 굴곡이 있다보니 딩크로 살고 싶었어요. 전 남편을 어릴 때 만나 합의가 안된 상태로 결혼했고 제가 원하면 딩크로 살겠지만 제가 아니라면 당연히 아이를 낳고 싶어할 남편과 합의 끝에 아이 하나 낳았어요. 너무 예쁘고 소중한데요. 남편과 합의만 되었다면 안낳고 사는 것도 정말 진심으로 좋을 것 같아요. 대신 이럴 때는 주변말에 휩쓸리지 않을 강단이 있어야합니다. 아시겠지만 우리나라는 오지라퍼들의 천국이라...

  • 15. 피임약과 콘돔 병행하세요..
    '17.11.6 3:38 PM (175.117.xxx.61)

    여자가 대등하게 벌어 가정 경제가 유지되면, 하물며 가장이면 절대 임신 못해요.

    위험이 너무 커요. 애는 일이 년 키우면 되는 게 아니에요.

    부모 사이 좋고 전업 엄마 밑에서 화목하게 커도

    아이가 부담이 너무 커서 안 낳는 사람을 알아요. 개인 성향이죠.

    완벽주의적 성향이나 개인주의적 성향이면 안 낳더라고요.

    옛날에는 여자가 결혼을 안하고 애를 안 낳을 수가 없었잖아요.

    이제는 경제적 자립이 가능하고 자기 행복도 추구할 수 있으니

    아이 안 낳고, 결혼 안한 삶을 상상할 수 있게 된 거죠.

    지금이 딱 과도기인 것 같아요.

    전업 엄마가 해주는 것처럼 일하는 엄마는 해줄 수가 없어요.

    그 관심 사랑 정성..전업 엄마는 가족을 돌보려고 존재하는 사람이니까요.

    그렇게 큰 딸은 일을 하고, 자기 자식에게 그렇게 해줄 수 없단 걸 아니까

    포기하게 되는 거죠. 아직 없는 자식보다는 내 인생이 먼저니까.

    마찬가지로 자식 없어 서러울랑 말랑하는 기분도

    이 세대가 지나고나면 철저하게 개인 선택일 거예요.

    남편과 노후 대비 잘 의논하세요.

  • 16. ...
    '17.11.7 9:48 AM (112.216.xxx.43)

    원글 작성자입니다. 다시 읽어보니 어떤 분이 어릴 때 부모랑 얼마나 시간을 가졌냐고 질문을 해주셨는데, 답을 못 드린 것 같아요.
    어렸을 때 큰 목표나 구상 없이 그냥 잡다하게 학원을 많이 다닌 편이구요. 늦은 저녁에 부모님이 돌아오시는 생활을 초중고 내내 했습니다. 지금은 부모님도 시간적 여유가 많으셔서 같이 여행도 다니자고 하고, 연락도 많이 주시는데..솔직히 어색합니다.
    얼마 전 엄마 환갑 기념으로 비행기 타고 여행도 다녀왔는데, 제가 미혼이고 신랑이 동행하지 않았으면 아마 저는 안 갔을 거 같아요.

  • 17. ...
    '17.11.7 9:50 AM (112.216.xxx.43)

    다시 원글 작성자입니다. 소중한 의견 감사합니다. 확실히 선배님들이 많아서 그런가 도움이 많이 되네요.
    친구에게도 할 수 없는 이야기를 할 공간이 있다는 건 정말 좋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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