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후나님의 진중권에 대한 글 며칠전 보았는데 갑자기 사라져 버렸네요.
흥미진진하게 읽었구요...
그런데 그저 진중권이 단문의 트위터 논객쯤으로 보인다고 하셔서
제가 생각하는 진중권에 대해 한 번 말씀드려 보고 싶어 글 올립니다.~^^
진중권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황우석과 디워 논쟁이죠.
그는 황우석 사건때 국수주의 광풍에서 과학에 대해 그저 일반인이 가진 평범한 소양과 한국사회에 대한 몇 개의 촉수만으로 온 세계를 흔들던 신드롬의 허상을 꿰뚫어본 훌륭한 논객입니다.
정말 그때 누구도 황우석이 틀렸다고 함부로 나설 수 없었고 황우석을 욕하면 매국노로 치부될 정도의 광기속에서 꿋꿋이 소신 밝히다 강연차 간 모 지방대학에서 감금당하기도 했죠.
디워의 경우, 황우석때보다는 덜했지만 외려 더욱 많은 안티를 양산해내며 좌충우돌했습니다.
그 때는 개인의 영화감상을 자신의 블로그에 올리는것만으로도 악플테러를 당하는 소수의견의 자유를 허용치 않은 인터넷 문화때문에 논쟁에 뛰어들었죠. 사실 이 일이 아니었다면 디워의 서사나 경제효과에 그렇게 맹공격을 펼치지 않았을 겁니다.
진중권은 늘 진보의 틀 안에서 사고해 왔지만 편을 가르지 않는 신랄한 비판적 글쓰기로 인해 대중 다수에게 우리 편인지 아닌지 헷갈리고 질리게 하는 비호감신공을 부려왔습니다.
그러나 그가 진정한 논객인 이유는 바로 위 두 사건을 보면 이해할 수 있습니다.
아무리 우리나라를 단군이래 최강의 나라로 만들어줄 과학영웅이라도, 아리랑 들으면서 눈물겹게 펼쳐지는 우리 나라 국산CG를 뽐내는 영화라도 깔 일이 있으면 까야 하고, 깔 수 있는 자유가 있어야 진짜 진보의 나라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러고 잘못을 잘못이라고 말할 때 우리 편이 당장은 손해보지만
그것을 통해 시대는 발전할것이라는 남들이 보면 같잖은 사명의식을 가진
골치아픈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진중권이 두 대통령의 수많은 정책을 까댄 것 역시 사실이지만
두 정권의 진정성을 이해하고 그것을 기본으로 잘못된 정책을 잘못이라고 까댄것 뿐이죠.
아쉽게도 너무 신랄하게. 너무 재수없게.
그런데 왜 그런 거 있잖아요 나는 그 사람의 잘못된 행동 하나하나를 지적한 것 뿐인데 그 사람은 내가 그 사람의 모든 것을 틀렸다고 생각한다고 오해하는... 하긴 어느 순간은 매일 매일이 독설이었던 시절도 있었지만 그래도 그가 깐 건 잘못된 정책이지 정권 자체를 부인했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이번에 곽노현 교육감에 대해선 바로 사퇴하라고 하고
윤여준과의 관계로 한참 입살 오르던 안철수씨에 대해선 지켜보는 입장을 취하더군요.
이 두 사안에서도 진중권의 논객으로서의 자세는 극명하게 대비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진중권이 곽교육감의 존재 자체를 부정한다고는 생각하지도 않습니다.
하지만 댓가성이 없다고 하지만 돈을 건낸 순간 선거법이라는 줄 위에 이미 올라간 것이라고 생각했고 이미 불법을 저질렀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한나라당 정권하에서 재판으로 가면 당연히 유죄 예상하고 나온 발언이었을 수도 있구요. 제 개인적인 생각에도 법을 전공한 곽교육감이 선거법의 핵심적인 법조항의 테두리안에 걸려있는 사안을 선의였다고 주장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인 것 같습니다. 유권자들이 어떻게 마련한 자린가요. 우리 정치와 교육의 희망을 안고 있는 그 자리를 위협하는 일이라면 좀 더 신중했어야 되지 않을까요...
(하지만 많은 분들이 사퇴하지 말라고 하는 의견이 틀렸다고 생각하는 건 아닙니다. 그냥 같은 편일지라도 한 사안에 ‘ 다른’ 의견을 낼 수 있는 거고 그가 원하는 사회는 이렇게 논쟁이 자유로운 사회일거라 생각합니다.)
반대로 안철수씨는 불법을 저지른 것도 아니고 아직 어떠한 정치적 입장을 취할지에 대하여 내놓은 팩트가 없어서인지 매우 온건한 논평뿐이더군요.
결론적으로 법원은 곽교육감을 구속했습니다. 비열하게 추석을 앞두고 말예요. 한나라당이 이런 껀수를 놓칠 리가 없고 곽교육감은 선의 이전에 이런 일들을 예상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안철수씨는 반한나라당이라는 정치적 입장을 분명히 하고 박원순씨에게 양보했구요.
조독마 이후 대한민국에 존재하는 논쟁거리에 진중권이 논객으로서의 대처가 모두 옳았던 것은 아니지만 중요한 사안마다 전 그가 늘 합리적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무균실에서 사니까 좋겠다는 글 아래에 있던데...
왠만하면 넘어가주면 좋을 것 같은 진보의 실수도 피눈물나게 까대는 키보드워리어 본능은
타협의 도가 각인된 정치가의 뇌가 아니라
논쟁의 중심에서 사안의 옳고 그름을 가림으로서 시대가 한 걸음 더 올바르게 나아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 논객의 혀에 더 순응한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이왕 이 나라의 정치에 발 담그고 있으니 우리가 옳다고 생각하는 진보쪽에 힘을 싫어주고 옳은 말을 진정성있게 설득해주면 좋으련만
그는 매일 매일의 사안들에서 정치적 이해득실을 따져 진보의 편에 도움되는 말을 하기보다는
법원 앞의 정의의 여신이 들고 있는 천칭으로 재어 본 순간순간의 진실을
서슬퍼런 장검을 휘두르며 정의를 재단하는 것처럼
독설일지언정 내 편에 해가 될지언정 진실이라고 판단한 지점을 정확히 짚어주는 것이
더 큰 진보의 틀을 이루어낼 수 있다고 생각하는
원대한 꿈을 맘속에 품고 사는 사람인 것 같습니다.
아래 무균실에서 산다는 글도 있던데
지역주의, 국수주의, 온갖 비리의 나쁜 바이러스에 노출되도 이겨낼 수 있는 면역력 있는 사회를 만드는데 일조한단는 자부심을 가지고 그는 사는 것 것이겠죠.
제가 생각하는 진중권은 이런 사람입니다.
사람들이 진중권을 알만큼 안다고 생각했는데 또 것도 아닌 것 같아 이렇게 저도 글 한 번 올려봅니다.
사실 논객으로서보다 미학자로서 진중권의 책을 많이 사랑하는 저로썬 남에게 상처를 주는 과한 독설이 싫습니다.
그것 때문에 그의 합리적인 논점이 자꾸 핀트가 나가 애티튜드의 문제로 비화되는 것은
논객으로서 분명히 잘못된 전략인것 같은데 왜 그러는지 고칠 생각이 전혀 없더군요....
하지만 누가 말리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