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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입덧과 남편

하아 조회수 : 2,353
작성일 : 2011-09-10 11:27:41

외국에서 임신초기 보내면서 입덧에 괴로워하고 있습니다.

 

원래 체기와,그에 수반되는 온갖 것들의 냄새와 모양에 예민해지는 증상을

잘 못 참는 사람인데요....

이게 매일매일 계속되니 정말 매일매일 벌 받는 느낌이에요

저 혼자서 식사를 겨우겨우 마련해 먹으면 속이 뒤틀리구요

그나마 외식이나...남이 해준 걸 먹어야 잘 넘어가더라구요

집안꼴은 폭탄 맞은 것 같은데...임신하고 나니 더러운 것들이 더 눈에 잘 띄는데

손하나 까딱할 힘이 없어요.

침대에 고꾸라져 있을 수밖에 없어요.

 

 

하루는 남편이 왔을 때 제가 너무 힘들어 보였는지 달래길래

그동안 쌓였던 눈물이 막 터지더라구요

당신이나 나나 그닥 원하지 않았던 아가라서 당신한테 뭐라고 잔소리하기도 미안한데,

너무 힘들다. 아파트 창밖 내려다보면서 죽고 싶다는 생각만 한다.

속이 아파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데 집안 꼴은 이게 뭔지 모르겠고

난 이제 저녁밥도 부엌일도 할 수가 없을 정도다...(음식 냄새를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요)

여기서 이렇게 내가 뭘 할수도 없는데 내가 한국에 가는 게 나은거 아닌지 모르겠다

너무 슬프다...

 

하고 울었더니

(그동안은 이렇게 표현을 잘 안했어요)

 

저를 안고 달래주면서

괜찮다고...집안일은 자기(신랑)가 다하면 되지...

괜찮다고 하면서 좋은 말로 달래주더군요

 

고맙고, 그런 말을 믿었어요.

 

 

제가 임신전에는 나름 남편에게 집안일 안 시키고 전업주부로서 제할일을 열심히 한다 주의였거든요...

근데 입덧이 너무 심하니까 도저히 그럴 수가 없더라구요.

그런데 문제는,

제 신랑의 단점이기도 한데,

말만 그렇게 잘해요.

 

 

막상 집에 와서 설거지더미가 산처럼 쌓여 있어도

그릇 한장 씻지 않구요,

와이셔츠 다리미질도 자기가 다 하겠다고 하고서는 한 장도 안 다려서

결국 제가 몸 고꾸리고 다려야 하구요.

 

그리고 제가 입덧이 심해서 뭘 잘 못 먹다가도

가끔씩 특정 음식-외식으로만 먹을 수 있는 것들(비싼 거 아니에요) 먹고 싶다고 하면

한번도 흔쾌히 그래 우리 마누라 아가도 가졌는데 맛있는거 사줘야지!

이렇게 나서는 적이 없어요.

여기 외식비가 무척 비싸기도 하지만(웬만큼 저렴한 외식을 해도 5만원 정도, 제대로 먹으려면 10만원부터)

월급이 제가 알기로 적은 사람도 아니고, 이런 때 쓰라고 있는 돈이 아닌가요.

저 임신 전에도 외식하고 싶은 적 정말 많았지만 참고 살았거든요. 그런데 입덧하면 그게 잘 안 되잖아요.

그런데 입덧할때도 외식할때 늘 눈치보고...남편의 내키지 않는 표정 보고 겨우겨우 나가게 되니

정말 서글퍼요. 임신했을땐 먹고 싶은 걸로 서글프게 만들어선 안 되는 거 아닌지.. 

 

 

그러다 어제였어요.

어제는 저녁을 어찌겨우 잘 먹긴했는데,

여전히 속이 불안불안하고 뒤틀려서 가만히 앉아 있었거든요.

그런데 신랑이 제가 앉아있는 거실 큰 테이블을 보고는

"와...정말 집안 꼴 말도 안되게 지저분하다" 그러는 거예요.

사실 신랑이 그거 치우려면 치울 수 있거든요. 치우기 어려운 물건들이 벌려져 있었던 것도 아니고...

저는 그때부터 기분이 좀 상했어요.

 

 

그리고 오늘 저녁은 남편이 갓 들어온 직장동료를 집에 데려와 술을 마시고 있네요.

1차로 저도 데리고 나가서 근처 음식점에서 저녁을 먹었는데,

저한테 (생활비로 준 )현금 좀 많이 갖고 나가라고 하더라구요.

그리고는 결국 제가 가지고 온 현금으로 계산을 했어요.

어차피 남편이 벌어다주는 생활비니까 남편이 내든 제가 내든, 할 수도 있는데

문제는 이런 식으로 남편 일에 제 몫의 생활비를 쓰다가 생활비가 빨리 떨어지면

달라고 말을 해야하는데

그게 너무 싫어요. 달라고 하면 시원하게 주는 것도 아니고...농반진반 해가면서

벌써 다 썼냐고, 아껴쓰라고 하면서 뜸을 들이며 주거든요.

안그래도 저는 여기서 살림하면서 제 몫으로는 10원한장 허투루 써본적 없어요.

돈을 너무 못 써서 스트레스를 받을 정도인데...농담이라도 저런 소리 듣는 게 싫거든요.

 

 

아무튼,뭐 그랬지만 동료분도 있고 하니까 그냥 저녁값 잘 내고 집에 들어왔어요.

남편은 동료분하고 밖에서 맥주를 한가득 사서 들어오더니

저보고는 들어가서 자라고 하고

계속 술을 푸고 있네요...

솔직히 자기도 스트레스 받겠죠. 자기도 원해서 가진 아기 아닌데, 매일 마누라가 죽상을 하고 있으니 말이죠.

해야될 일도 늘고...

하지만 막상 저를 위해 실생활에서 배려하는 건 별로 없어요.

그래도 아내와 아이가 남편에겐 배려의 최우선이 되어야 하는 거 아닌가요.

남편은 그냥 자기 기분이 더 소중한 사람같아요.

저는 솔직히 지금 인생에 몇 번 없던 위기나 다름이 없거든요. 몸 상태도, 마음 상태도,

게다가 한 생명이 저한테 달려 있으니 제 마음대로 저를 놔두고 싶어도 그럴 수가 없어서

더 스트레스를 받아요.

남편도 스트레스는 있겠지만, 그런 저를 이해를 잘 못하는 것 같아요.

힘들다고 말하는 것도 지쳤구요...

친정엄마는 좋은일만 생각하라시는데...

저는 모든게 다 혼란스러워요...좋은일이 뭐고 희망적인 게 뭔지 잘 모르게되어버렸어요...

남편마저 의지가 안되고 오히려 더 멀어지는 것 같아 슬퍼요.

IP : 186.220.xxx.89
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ㅇㅇ
    '11.9.10 11:35 AM (211.237.xxx.51)

    남편한테 잘 얘기해도 안바뀌는걸 어쩌겠어요..
    입덧이 그렇게 사람 잡는거긴 해요. 없는 사람은 이해를 절대 못하겠지만
    입덧으로 고생해본 사람으로서는 (제가 오죽하면 한번 입덧 겪고는 딸 하나 낳고 말았어요
    애는 이미 다 커서 고등학생이고 둘째 생각 해본적조차 없네요;)
    님의 고통이 안타깝네요. 약을 먹어서 해결될수도 없고요.

    남편 원망해봤자 해결책도 없고요. 입덧을 좀 가라앉히는 방법을 생각해보세요..
    음식 사먹고라도 속을 비워놓지 마시고요. 아침에 입덧이 제일 심할텐데..
    눈뜨자마자 빵이든 비스킷이든 뭔가 속을 좀 채우세요.
    속이 좀 채워지면 입덧이 덜하거든요. 속을 비워서는 안됩니다 . 조금씩 조금씩 무엇
    인가 꾸준히 드세요. 입맛 땡기는거면 더 좋고 그것조차 없으면 냄새 없는 비스켓 같은거라도
    오물오물드세요..

    원하지 않는 임신이라고 하셨는데 그렇다 해도 임신은 축복이에요.
    태교 잘하시고 순산하기 바래요..

  • 하아
    '11.9.10 11:42 AM (186.220.xxx.89)

    위로와 좋은말씀 감사합니다...
    저도 이번입덧 때문에, 원래도 아기 낳는다면 하나만 낳을 생각이었지만 더더욱 그 생각이 굳어진 1인이에요;;
    확실히 속이 비면 더 괴롭더라구요...뭐라도 먹으려고 애쓰긴하는데, 정말 이상하죠. 괴롭게 먹은 음식은 또 금방 목에 걸리더라구요 ㅠㅠ 아무리 느끼한 음식이라도 가끔씩 기분좋은 순간에 먹으면 신기하게 소화가 잘되구요. 제멋대로인 저의 입덧 ㅠㅠㅠ

    남편이 원망스러우니 모든게 다 힘이 없네요.
    아무래도 지금 이곳에는 친구도 아무도 없고 남편뿐인지라...감정을 위로받을 곳도 그사람뿐인데
    그 당사자가 절 실망시키니(어쩌면 제가 임신-입덧중이 아니면 그냥 저 사람은 저모양이지,
    하고 참고 넘어갔을지도 몰라요. 하지만 제 몸이 우선 너무 힘겨우니 그렇게 넘길 여유가 안 들어요 ㅠㅠ)
    그게 뭘 해도 마음을 힘들게 하네요...

  • 2. 힘내세요.
    '11.9.10 11:49 AM (14.45.xxx.165)

    힘내세요..저도 지금 임신중인데 저는 신랑이 저보다 입덧 더 심하게 했어요.
    저는 침대에 꼬꾸라져나 있지 신랑은 하루종일 못먹고 토하기도 하면서 일을 다녔어요. 한달내내요.
    저는 밥은 먹었는데 신랑은 밥냄새도 역겨워 하더군요. 저희도 집안 개판이었구요.
    저는 냉장고만 쳐다봐도 구역질을 했어요. 병원가서 포도당 여러번 맞았어요.
    힘내세요. 부모되기가 쉬운게 아니라고 저희 어머니가 그러셨어요.

  • 하아
    '11.9.10 11:54 AM (186.220.xxx.89)

    앗 신기합니다! 정말 남성분도...남편분들 중에도 함께입덧하는 분들이 계시네요
    말만 들었는데...
    견디기 힘드셨겠어요.저는 아직 그나마 임신 초초기라 이정도지
    입덧이 진짜 기승부린다는 10주 넘어서면 저도 어떻게 될지 모르겠어요.

    힘든건 나하나로 족하다고 천사표처럼 생각해왔지만...
    제 신랑도 입덧 좀 겪어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제 신랑은 입덧이 어떻게 고통스러운지 잘 모르는 것 같더라구요.
    제가 후각과 뒤틀린 비위 때문에 표정을 찡그리고 있으면
    "왜 그래? 어디 또 아파?" 그래요...

    설명을 좀 해줘도 곧 잊더라구요...

  • 3. ☆☆
    '11.9.10 12:58 PM (116.38.xxx.69) - 삭제된댓글

    에구 저도 지금 입덧중에요 ㅠㅠ. 정말 죽을 것 같죠..ㅜㅜ.
    방금도 토했네요.. 전 남편 냄새가 젤 괴로워요. 입냄새, 땀냄새.
    전 회사도 다녀요. 집에 있으면 더 우울해져서 휴가도 안내고 다니고 있네요.
    저 정말 서있을 힘도 없고 말할 기운도 없고 너무 괴로워서 이러다 죽는거 아닌가 했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조금씩 기운 돌아오는게 느껴져요. 지금 11주 4일째구요.
    첫애때 12주부터 많이 좋아졌던걸 생각하며 버티고 있네요!! 지금은 이 생각 저 생각 하지말고
    버티는데만 신경쓰세요~ 살아야한다는 생각만! 우리 힘내요!^^

  • 4. 로즈
    '11.9.12 11:48 AM (121.73.xxx.101)

    글을 조리있게 참 잘 쓰시네요.

    남편분한테 이런식으로 편지를 써보시는건 어떨까요?
    입덧, 외식, 생활비줄때의 상황들을...

    남편이 생활비주면서 아껴쓰라느니 벌써 다 썼냐느니 이런소리 앞으로 못하게
    못박으세요. 평생 그 소리들으면서 살수는 없잖아요.

    입덧은 4개월 넘어가면 가라앉을거예요.
    열달내내 하는사람도 있긴하던데 대부분은 임신중기가 되면 가라앉아요.

    첫아인데 너무 힘든거같아 너무 안쓰럽네요.
    정말 가까이 산다면 제가 입에 맞는걸로 좀 만들어주고 싶네요.
    혹시 뉴질랜드 북섬이면 연락처라도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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