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댁에서 명절 차례 지내고 급히 상차리고 치우고 설겆이 하고 정리하고
12시 전에 나서려고 하면
늘 점심 먹고 갈꺼냐고 물으시는 시어머니...대답은 노노
일단 너무 배불러서 먹고 싶지가 않고
동서도 그렇고 다른 집 며느리들도 대개 아침만 먹고
친정에 가니 저도 서둘러 나서요 (참고로 전부 다 서울이라 멀지 않아요)
그런데 그렇다면 바로 친정에 가고 싶으냐
그것도 노노 ㅠㅠ
엄마가 특히 개인주의가 특출난 희귀한 성격의 소유자이라
모성애를 느껴본 적도 없고 보나마나 제가 가서 차리고 치우고
다해야 하고...아 올캐언니가 그나마 요리를 한 두자기 해오셔서
먹을 거리가 그나마 있긴 하지요.
아뭏튼 어제도 시댁은 일찍 나섰는데 친정에 굳이 가고
싶지도 않아서 갈까 말까 하다가
애 교육상 저녁 때 쯤 들렀어요. 이것저것 화장품 선물이랑 과일 선물 드리고
엄마랑 대충 같이 차리고 제가 다 설겆이 하고 이제 가야지 하는데
엄마가 "아, 잠깐만 잠깐만" 붙들며 갑자기 뭔가를 급히 찾으러 다니심.
그러더니 여기 어디있던데 어디지? 어디지? 그러면서
결국 도따리 하나만 챙겨오더라구요.
제가 대학 때 읽던 소설책 등인데, 이것좀 가져가라고 ㅠㅠ
그리고 찾다 못 찾은 다른 보따리는 제가 대학교 때 공부하던
원서 등 교재래요. 그것도 가져가라고....
두 분이 60평대에 사시고 방이 5개이고 그 중 두개는 풀 세팅이 된 서재이고
책이 수천권 넘쳐나는데...겨우 다 합쳐야 몇십권 될까? 싶은 제 책을
그렇게나 당장 치우고 싶어 난리쳐야 하는지.
남편이 보더니 "아우 놓을 때도 없고...차 속이 지금 복잡하니 나중에 가져가자"
그랬는데 엄마가 "그래? 다음주에 책 죄다 버릴려고. 이거 소중한 책 같아서...가져가지"
끝까지 가져가게 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