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친구 하나는 설겆이를 제때 안 하고 미뤘다 해요.
특히 저녁먹은 설겆이를 그 다음날까지 안 하고 있다가 씽크대가 꽉 차서 그 다음 조리가
불가능할 정도가 되야 할 때가 많더라구요.
아침에 차 마시자고 불러서 종종 가서 뭐라도 도와주려고 하면
나 또 안치웠어ㅎㅎ 하면서 부엌에 못들어 오게 해요.
들여다보면 부엌에 설겆이 그릇, 뚜껑 안덮어 파리 날리는 반찬그릇들이 빈틈없이 쌓여있어요.
설겆이 뿐 아니라, 쓰리기 정리, 빨래,,그런거 항상 넘치도록 미루는거 같더라구요.
친구 흉을 보려는 건 아니구요..
첨엔 저렇게 해놓고 잠이 올까?
밤에 피곤해서 못 치웠으면 그거나 얼른 치우지 사람은 왜 불렀지?
저라면 절대 정리 안 된 상태를 남에게 안 보여주고 싶을텐데..이해가 안갔어요.
그런데 그 친구 장점이(내겐 없는) 있어요.
자기 하고 싶은 일, 취미 이런거 추진력있게 잘 하구요...
친하고 싶은 사람에게 먼저 잘 다가가고..
별 요리 안 해놓고도 손님 쉽게 잘 불러서 주변에 사람이 많고..
안 좋은일 맘 속에 오래 품기 보단 탁탁 잘 털고 뒤끝 없고,,
자기 치부나 약점을 포장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잘 드러내고..
반면에
집 지저분하면 절대 누구 못 부르고,,
손님초대라도 하면 완벽하게 잘 하고 싶어 며칠 전부터 준비하느라 끙끙대고,
하고 싶은 일이 있어도 이래 저래 생각이 많아 미루기만하고,
내 약점이나 치부를 절대로 남에게 쉽게 안 드러내려고 하고,
별 일 아닌 일도 오래 품어 생각하는
저와는 참 다른 친구에요.
아무튼 나랑은 많이 다른 그 친구를 보면서
겉으로 드러나는 단점도
오히려 어떤 점에서는 장점이 될 수 있겠구나...
생각이 듭니다.
많이 다르니 첨엔 서로 이해가 힘든 부분도 있었는데
그냥 그대로 인정하고 조심하면서
친구로 잘 지냅니다.
어떨땐 그 친구의 그런 단순하면서도 추진력있는 성격이
참 부럽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