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전 대통령 측은 여권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이명박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의 온라인 여론조작, 야당 정치인 사찰, 방송 장악 시도 등 전방위적인 폭로 작업이 참을 수 있는 선을 넘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 전 대통령은 문재인정부의 적폐청산 작업을 ‘퇴행적 시도’라고 규정했다.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정치 현안에 대한 공개적인 언급을 자제해온 이 전 대통령으로서는 강한 표현을 사용한 것이다. 그동안 이 전 대통령 주변에서는 “여권이 해도 해도 너무하다. 가만히 당하고만 있을 수는 없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이 전 대통령 측은 여권이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에 대한 보복 차원에서 무리한 정치 공세를 퍼붓고 있다고 판단해왔다.
다만 이 전 대통령이 대응 수위를 조절한 흔적도 엿보인다. 국정원 대선 개입 등 여러 의혹을 구체적으로 반박하는 대신 추석 인사 형식의 글에 적폐청산에 대한 입장을 덧붙였기 때문이다. 여권의 적폐청산 작업이 계속될 경우 추가 대응에 나설 수 있다는 경고도 담았다.
일각에서는 이 전 대통령이 추석을 앞두고 연휴 기간 동안 보수층의 결집을 도모하기 위해 입장을 발표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그는 자신의 지지층을 겨냥해 “올해 추석 인사가 무거워졌지만 그럴수록 모두 힘을 내자”고 당부했다.
이 전 대통령은 문재인정부의 외교·안보 정책과 경기침체 문제에 대한 언급도 했다. 그는 “수출기업, 소상공인, 자영업자 할 것 없이 모두가 어렵고 일자리를 찾지 못한 청년이 늘어나고 있다”고 우려했다. 또 “북한의 핵 도발이 한계상황을 넘었다. 우리는 그것을 용인해선 안 된다”며 “국제사회의 제재도 날로 강해지고 있다. 나라의 안위가 위태로운 지경에 이르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요즈음 나라를 걱정하는 이들이 많다. 저도 그 중의 하나”라며 “이럴 때일수록 국민의 단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적폐청산이 국민적 단합을 해칠 수 있다는 보수 진영의 우려를 반영한 주장이다. 이 전 대통령 측의 움직임이 추석 연휴 이후 본격화될 보수 통합 움직임과 맞물려 보수층의 반발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 전 대통령의 입장 표명을 ‘여론을 떠보는 태도’라고 규정하며 “당당하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김현 대변인은 “적폐청산을 반대하는 이 전 대통령의 퇴행적 시도는 국익만 해칠 뿐 결코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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