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11년 차 입니다.
말을 하자면 길지요. 십년 차 넘어가면 누구나 그럴 성 싶어요.
날마다 "나만 이런 거 아니다..." 자위하고 살지만,
명절만 닥치면 참... 서럽네요.
물려받은 것 없이, 되려 마이너스로 시작한 결혼 생활이었습니다.
'내가 이렇게 까지 독해져야 하나...' 싶을 만큼 이 악물고 십 년 살았죠.
십 년이 지나고나니, 좋은 평가는 고사하고 '상처뿐인 영광'이었습니다만,
삼 년쯤 우울증 치료를 하고...
우울증 약을 삼키는 제 자신이 못나보여 어떻게든 극복해보자고...
이를 박박 갈며 자산을 다그쳐왔습니다.
이제 제법 남부럽지 않게 살구요...
그 흔한 다이아 하나 없이 살지만, 집 사고, 차 사고, 철마다 맏며느리 노릇 톡톡히 해내며 삽니다만
돌아오는 것은 역시나 불평 불만 뿐이랍니다.
'부자 아들, 안주면 괘씸하고 주면 당연하고...'
오늘은 하도 심사가 뒤틀려서 말이지요...
저 십삼만원 주고 머리 했습니다.
추석 앞두고 꼬인 심사, 화풀이 하느라 헤어샵 원장에게 팁도 2만원 주고 왔습니다.
돈이, 좋긴 좋네요.
기분이 한결 좋아졌습니다.
물론, 팁 2만원은 사흘을 굶은 제 밥 값입니다.
단 돈 2만원에도 발발 거리는 제 자신이 참... 애처러운 순간이기도 합니다 그려...
그동안 커피 한 잔 값이 아까워서 꼬박꼬박 290원짜리 생수병 챙겨서 다녔는데,
몇천원 짜리 티셔츠 입고,
만원짜리 스커트 입으며 아끼고 아끼며 살아왔는데.
그리 사는 게 옳다고... 자부했는데,
오늘같은 날에는 모든 것이 못마땅하고 모든 것이 후회스럽습니다.
십만원이 아까워서 치렁치렁한 머리 질끈 묶고 한 여름 보내느라 너무 버거웠는데,
홧김에 댕강~ 자르고 오니... 정말 후련합니다.
아끼면 뭘해? 다 남 좋은 일만 하는걸?!
하면 뭘해? 그래봤자 좋은 소리 못 들을걸...
그 십년 사이에 시누 시집 보내고
시부모 환갑에 칠순까지... 남 부럽지 않게 해냈습니다.
헌데, 돌아오는 건 늘 타박뿐이라 정말로 슬픔이 진하답니다.
가족 모임 앞두고 뒤틀리는 심사를 애써 감추느라 이러다 암 걸려 죽는 거 아닌가 싶을 때도 있습니다만,
그래도 책임 지자고... 비겁하게 도망가지 말자고...
늘 단전에 힘을 주고 아낌없이 돈을 씁니다.
정작 저는 자신이 행복한 삶인 걸, 잘 모르겠습니다.
자식 노릇, 사람 노릇 하고 사는 것이 이렇게나 힘이 든다니...
명절 앞두고 또 마음이 괴롭습니다.
오늘도 일기를 씁니다.
"삐뚤어 지고 싶은 엎으러진 심사... 이런 못난 내가 싫다."
시간이 더 지나고 나면... 잘했다... 그게 맞는 거다...
그리 떳떳하게 살 날이 올런지...
맏자식에 맏며느리, 명절 앞두고선 늘 몇 날이 지옥스럽습니다.
다들, 잘 살고 계시는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