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대학친구가 전화를 했어요. 그 친구가 전화한 건 제 기억에 4년만이네요. 왠일일까 싶었는데 안부 몇 마디 묻고 나더니 오백만원 정도 빌려 달라고. 뭐 급한 돈도 아니고 교회관련 일을 하는데 필요한 돈이라 그러는데 그 소릴 들으니까 그럼 그렇지 싶고 빌려줄 마음이 안 생겨서 남편이 돈 관리를 해서 내 마음대로 빌려주기 어렵다며 거절했어요. 그랬더니 알았다 그런 얘기 해서 미안하다며 끊었는데 마음이 참 그렇네요. 미안한 한 편엔 남편도 직장 다니고 친구도 직장생활 하는데 5백만원이 없어서 생전 연락 안 하다가 돈 빌려달라고 하고 싶은가 싶어서 어이가 없어요. 아마 그 친구한테 그동안 섭섭한게 있어서 그랬는지...
그 친구는 대학교때 부터 친하게 지냈는데 결혼하고 형편이 안 좋았어요. 공부하는 남편 대신 친구가 직장을 다니게 됐는데 어린이집을 못 구해서 제가(직장을 쉬고 있어서) 돌 지난 친구 아들을 봐주기도 했고 어떻게 된게 이사할 때마다 이사갈 집이 안 비워져서 애 데리고 자취하는 저희 집에 와서 며칠씩 묵고 가기도 했어요. 며칠 씩 있어도 밥 한번 안 샀지만 형편이 그러니 그것도 이해했죠. 이사하는데 전세금이 모자라 3백만원 빌려준 적도 있어요.
그럴 때마다 말로는 우리 신랑이 니 은혜 잊지 말라고 한다 잘 되면 옷 한벌 해주라고 한다 그러더군요. 그랬는데 제가 결혼했을 때 축의금은 달랑 2만원(그 때는 남편이 직장을 다녀서 형편이 좋았어요) 혼자 내기 그러니까 여러 명 같이 내는데 끼어서 냈더라구요. 그거야 그럴 수 있는데 그 친구는 서울에 있고 저는 멀리 떨어진 지방이라 서울에 어쩌다 올라갔을 때 보고싶어서 얼굴 좀 보자고 하면(미리 전화를 하죠) 그럴 때마다 다른 약속이 있다고 해서 얼굴 본 지가 4년이 넘었네요.
작년인가 그 친구 어머니께서 돌아가셨는데 저는 다른 친구한테서 그 연락을 늦게 받았어요. 일요일에 돌아가겨서 화요일이 발인이었는데 월요일에 받은거였죠. 장례식장까지 3시간 거리인데 돌 지난 애 데리고 가기가 그래서 못 가고 삼우제 지나고 연락해서 미안하다고 했더니 대뜸 한다는 말이 '나도 니 아버지 돌아가셨을 때 안 갔는데 뭐 '그러는데 마치 자기가 아버지 초상 때 안 와서 내가 안 갔다고 하는 것 같아서 그 말이 참 서운하더군요.
이래저래 섭섭한 것만 생각나는걸 보니 그 친구와 정말 친구가 맞나 싶고 이러다 멀어지겠다 생각이 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