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큰 딸이 30개월이에요.
말도 잘하고 노래도 잘 부르고 눈치도 빠르고 밥도 잘 먹고 잠도 잘 자요..
이렇게 이쁜 저희 아이가 밖에만 나가면 그냥 '얼음!' 상태가 되어버리네요.
자주 만나는 동네 할머니조차 저희 아이가 아직 말을 못하는 줄 아실 정도에요.
아파트에 노인분들이 많이 사시는데, 손자 손녀 봐 주시는 할머니들도 많으세요.
저처럼 집에서 아이들 보는 엄마는 없는건지 큰애 걸리고, 작은애 유모차에 태워 산책나가면
저희 큰애 또래 아이들과 같이 나온 할머니들을 많이 만나요.
그중에는 저희 애 갓난이 때 부터 쭉 보던 분들도 계시구요.
그런데 아무래도 저는 엄마고, 다른 아이들은 할머니들이 데려온 애들이라
제가 할머니들과 스스럼없이 편히 지내지 않아서 그런지 저희 애도 동네 애들과 어울리지 못해요.
놀이터에서도 저랑 있을 때는 신나게 잘 타고 놀던 놀이기구가 있어도
다른 또래 아이들이 먼저 놀고 있으면 절대로 가까이 가지 못하고 제 주변에서만 서성여요.
대부분 두돌 - 두돌 반 정도 되는 아이들이라 아직까진 서로 어울려 노는걸 잘 모른다해도
다른 아이들은 그래도 자주자주 서로 보던 사이라 그런지 대충 어울려서 노는 것 같은데
놀이터나 분수대에 나가면 저희 애만 외따로 떨어져 있는게 영 마음에 걸리네요.
다른 할머니들은 저희 애 보면서 순하다 순하다 하시고 아이들 노는게 끼어주시려고는 하는데
애들은 저희 애가 새초롬하게 쳐다보고만 있으니 애들 보기엔 낯설은지 그냥 경계하는 듯 해요.
그러면 제가 옆에서 저희 애에게 같이 놀아도 된다, 같이 놀자고 해 봐.. 이렇게 추임새는 넣어주지만
애가 내켜하지 않는데 막 밀어넣을 수도 없는 노릇이고.. 내년 봄에는 어린이집에 보낼 계획인데
어린이집에 가서도 이렇게 따로 떨어져 혼자 놀거나 다른 애들과 섞이지 않으면 어쩌나.. 괜히 마음 아프네요.
사실 저나 저희 남편이나 낯가림이 좀 있어서 사람들과 쉽게 말을 섞지 못하는 성격이긴 한데..
저희 어릴 때도 그랬었나.. 싶다가도 저희 애는 그래도 활발히 잘 어울려 놀아줬으면 싶기도 하구요.
타고난 성격이란게 있으니 그냥 놔둬도 되는걸까요. 아니면 제가 뭔가 엄마로서 해 줘야 하는걸까요?
밖에 나가면 그저 좋다고 따라 나서는데, 다른 애들만 보면 얼어서 가까이 가지도 못하는
큰애 생각하면 참 마음이 아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