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철수 씨는 출마를 포기했다 . 박원순 씨가 출마를 강력히 원해서다 . 지지율 1 위인 인물이 어떤 사람이 자기와 비슷하게 또는 자기 이상으로 잘 할 것 같기 때문에 포기한다 하면 , 그 말은 자기를 대신해 그 사람을 지지해 달라는 것과 같다 . 범야권 통합후보로 박원순 씨가 나서게 해 달라는 무언의 강력한 요구가 행해진 거나 마찬가지다 .
이번 안철수 씨 출마와 관련된 일련의 사태의 흐름에서 제 1 야당인 민주당은 지극히 소외되었고 무력하게 보였다 . 민노당을 포함한 다른 야당들도 마찬가지다 .
민주당에서 누가 시장 후보로 선출되든 박원순 에게 양보해야 할 처지에 놓여 있기 때문에 민주당내에서의 후보 선출과정은 김이 빠질 가능성이 크다 ( 아무도 들러리 서고 싶지 않을 것이므로 ). 그리고 야권후보 단일화 과정도 별로 흥미를 끌지 못할 것 같다 ( 기계적으로 , 형식적으로 , 이미 누가 후보가 될지 거의 결정된 거나 다름 없어 ).
그러다 보니 , 실제 선거에선 민주당 성향 , 민노당 그리고 다른 야당 성향의 유권자들이 투표장에 나오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 특히 주목할 부분은 , 민주당의 미미한 역할에 실망에 투표장에 나오지 않을 호남사람들이 많을 거란 거다 . 아무리 , 지역주의가 문제이고 지역주의를 타파해야 한다고 외쳐도 , 막상 투표에는 지역연고가 상당히 작용한다 .
이러면 , ( 저번에는 노회찬이 야권표를 갉아 먹어 한날당 5 세훈이 당선됬는데 ) 이번에는 호남유권자들이 많이 투표장에 나오지 않아 한날당 후보가 당선될 가능성이 아주 높다 .
한명숙 씨는 민주당 후보로 해서 서울시장에 나왔기 때문에 제법 호남표가 나와 5 세훈과 엇비슷했지만 , 박원순 씨는 무소속으로 나올 것이기에 한명숙 씨 때보다도 호남표가 나오지 않아 더 큰 차로 패배할 가능성이 크다 .
지난 지자체 선거에서 유시민 경기도지사 후보가 호남표가 생각보다 많이 안 나와 김문수 에게 패배한 경험이 서울에서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는 거다 .
20~30 대 젊은 사람들은 안철수 를 무척 많이 지지하지만 , 박원순 은 그리 높은 지지를 그들로부터 받는 것 같지 않다 . 안철수 는 경제적으로 , 사회적으로 성공한 , 능력 있고 양심적인 부르주와 (bourgeois) 이지만 박원순 은 어렵고 , 소외된 사람에 관심을 갖는 , 나눔과 복지에 관심이 많은 선량한 인물이란 개념밖에 들어 오지 않아 젊은 층도 막상 투표장에 많이 가지 않을 수 있다 .
안철수 씨로 인해 범야권통합후보가 박원순으로 고정되는 예상치 않은 일이 발생했고 , 그로 인해 야권통합에 김이 빠지고 , 호남표가 동원되지 않아 , 그리고 다른 야당표나 젊은이들의 표도 많이 나오지 않아 한날당 후보가 당선될 가능성이 ( 안철수 씨가 출마설이 나오기 ) 전보다 높아졌다 .
뭐 , 이건 안철수 씨를 비난하려는 의도가 아니라 , 세상사는 이렇게 이상하게 엮어져 의도치 않은 결과가 자주 발생한다는 거다 ( 이걸 유식한 애들은 “unintended consequences of social action” 으로 표현하지 ).
P.S.:
박원순 씨가 후보로 적합하냐 , 능력이 있느냐의 문제는 여기서 다루지 않았다 . 그는 좋은 사람임이 분명한데 그의 주변에는 권력을 탐하는 자들도 꽤 있지 않나 의심한다 . 검사 생활하다 , 지금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로 가 있는 내 친구가 하나 있는데 , 그는 박원순 씨와 매우 가까운 사이인 것 같다 ( 나에게 그렇게 얘기했으니 ). 내 친구는 근본은 좋은데 꽤 야심 ( 권력욕 ) 이 있다 . 어쨌거나 , 당선되어 보다 좋은 세상 만들어 주면 좋겠지만 , 문제는 당선이 상당히 어렵다는 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