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시어머니 자랑

자랑 조회수 : 2,111
작성일 : 2017-08-23 21:22:24
오늘 낮에 시어머니를 만났습니다
밖에서 커피나 한잔 하자고.
앉자 마자 그래 요즘 뭐 어떻니 라 하십니다
실은 요즘 아이둘이 동시에 사춘기인데다, 큰애가 너무 무기력하게 공부도 안 하고 힘들게 해서 오늘 아침에도 좀 울적했거든요
촉이 유난히 좋으신 시어머니라 왠지 제 하소연을 들어주셔야 겠다 생각하셨던거죠.
울컥 하는 마음으로 아이들 얘기, 속상한 얘기 한참을 늘어놓고
그럼 시어머니가 참 추상적인 언어로 제 마음을 달래주시는데 그게 저 어려서는 되게 이상하고 뜬구름 잡는 얘기 같더니 요즘은 그 어머니의 공감의 말 한마디한마디가 참 좋아요
따뜻하게 위로가 되요.
더구나 요즘 남편이 너무 까칠하게 변하고 힘들게 하고 그러는데 그것도당연 아시죠.
어려서 아이가 사춘기 없이 지나갔다, 다 지나고 보니 어머 얘는 말썽도 없이 어른이 되었네 생각했었는데 이제사 사춘기를 저리 겪으니 너 힘들어 어쩌냐. 애둘 사춘기만으로도 너무 힘들텐데..
라며 조용히 위로 해 주셨어요.
손윗 시누가 있어요. 좀 독특하신. 어머님이 끼고 살고 저에게 아무 말도 못 하게 바람막이가 되어 주시는데 어머님이 시누에게 그러셨대요. 너 죽더라도 사람들 사이에 들어가서 남들 사는 거, 남들 어떻게 사나, 어떻게 행복을 만들면서 사나 꼭 그거 구경하고 그거 배우고 죽어. 그런것도 모르고 그냥 지금처럼 살다 죽는 거 아니야. 꼭 사람 사이에 들어가서 부딪히고 부딪혀보며 살다 죽어라..
(죽어란 표현이 너무 자주 나오네요..) 전 근데 딸을 위하는 진짜 마음이 느껴지더라구요.

어려선 시어머니의 느리고, 살림 잘 안 하시고, 청소도 잘 안 하시고 그런게 싫었거든요. 왜 저리 늘어놓고 사시지? 왜 청소 안 하시지? 왜 밥도 잘 언 하시지? 근데 지나고 나니 그런 단점은 잘 기억도 안 나고 늘 불같은 저를 조용조용 다스려 주시며 제 마음 다독 거려주시는게 그저 감사할 뿐이네요.

덕분에 집에 돌아와 아이에게도 제 마음 조용조용 이야기 하고 아이의 장점 하나 더 발견하고 아이에게 맘껏 칭찬해 줬어요.
그냥 바람 부는 밤에 자랑 한번 하고 갑니다.
IP : 221.148.xxx.8
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나도
    '17.8.23 9:28 PM (14.32.xxx.118)

    나도 그런 시어머니 되고 싶어요.
    그런데 나는 밥도 잘하고 잘치우고 깔끔하긴해요.
    하지만 우리며느리에겐 정말정말 아들을 같이 키우는 엄마로서 지낼거예요.

  • 2. 더웠는데
    '17.8.23 9:28 PM (1.235.xxx.221)

    이 글이 마음에 시원한 바람이 되어주네요.

    무척 보기좋고 아름다운 고부 사이십니다.

    저도 원글님 시어머니 같은 시어머니가 되고 싶고
    그런 저를 알아주는 원글님 같은 며느리를 얻고 싶네요.
    아이에 대한 속상함을 공감해주는 시어머니..생각만 해도 가슴이 따뜻해져요.

  • 3. ....
    '17.8.23 9:33 PM (110.70.xxx.32)

    부러워요.

  • 4.
    '17.8.24 6:20 AM (58.140.xxx.144) - 삭제된댓글

    저도 그런 시어머니가 될래요 꼭 꼭

  • 5. ...
    '17.8.24 11:58 AM (121.124.xxx.53)

    엄마라도 저런 역할 해주기 힘든데 좋은 시어머니 만나셨네요.. 부럽네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721476 재첩국에 쓴맛이 나는데 2 2017/08/23 1,795
721475 이용마 기자가 말 하는 '공영방송 정상화' 1 ... 2017/08/23 404
721474 죽어야 사는 남자 친딸이 강예원인거 어떻게 안건가요 ㅇㅇ 2017/08/23 904
721473 로버트 맥키의 시나리오 어떻게 쓸것인가 13 tree1 2017/08/23 1,099
721472 냉장식품 유통기한 임박이면 세일많이 하잖아요 21 베이컨 햄 2017/08/23 4,299
721471 인천송도 맛집 추천해주세요 6 ... 2017/08/23 1,165
721470 공유를 보면... 7 저는 2017/08/23 3,784
721469 영전강이 회계직이라네요?? 10 음... 2017/08/23 2,828
721468 발리 리조트, 호텔 20만원대 추천해주세요. 7 찡어 2017/08/23 1,450
721467 2015 재보궐 선거 보수단체 동원정황 메모 발견 2 스브스 단독.. 2017/08/23 372
721466 적폐들의 다음 사냥감은 살충제 관련 식약처장이네요 9 적폐 2017/08/23 1,028
721465 요즘 고등학생들은,,, 6 2017/08/23 2,502
721464 오늘 이름모를 한 슈퍼 주인 부부에게 위로를.. 82 에효 2017/08/23 24,707
721463 동네 장사라는 게 뭔가요? 12 동네북 2017/08/23 3,627
721462 블로그 인스타 판매자에게 물건구입했는데ㅜ 10 .. 2017/08/23 3,816
721461 19) 심약자 클릭금지...5.18당시 공수부대 만행 36 광주학살현장.. 2017/08/23 6,267
721460 초보엄마.. 지혜를 구합니다- 땀많고 기관지 않좋은 아기 11 28 2017/08/23 1,074
721459 워킹맘..힘든 날.. 9 ㅇㅇ 2017/08/23 1,827
721458 결혼 때 주택 공동 명의 글 보니.... 18 세상 2017/08/23 3,897
721457 시어머니 자랑 5 자랑 2017/08/23 2,111
721456 방언처럼 특정 지역만 쓰는 틀린 표현... 37 이솽 2017/08/23 2,776
721455 못참고 에어컨 제습 켰어요 5 2017/08/23 2,416
721454 일반 중소기업이 월급 따박따박 주는 경우가 드문가요? 6 호박냥이 2017/08/23 1,649
721453 낼 애 도시락으로 카레를 싸주려는데 보온도시락이 없으면? 7 돌돌엄마 2017/08/23 1,617
721452 내일 서울 습한가요? 6 미치겠네 2017/08/23 1,4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