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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나를 울린 아빠의 한마디.

못난딸. 조회수 : 6,374
작성일 : 2017-08-23 11:16:22
얼마전 혼자 집에 갔어요. 남편이 아이 본다고 해서 간만에 홀가분한 마음으로 기차타고 집에 갔죠. (저희집에서 기차로 한시간 이내 거리)

엄마아빠가 데리러 나오셨어요. 
집에서 기다려도 된다고 말씀드렸는데 그래도 차 가지고 데리러 나와주셨네요.
문득 울컥 하며 25년쯤 전, 제가 집떠나 서울로 대학 갔다가 처음 집으로 내려갔던 때가 떠오르는거에요.
엄마는 나를 데려다주시며 기차안에서 펑펑 우셨는데, 저는 앞으로의 대학생활에 설레고 불안해 하는 마음때문에 부모님 생각은 많이 못했던 것 같아요.
암튼 엄마가 데리러 나오신다며, 뭐 먹고싶냐기에 엄마가 만든 유부초밥! 이랬더니
유부초밥을 도시락으로 싸오셔서 늦은 밤에 기차역으로 저를 데리러 나오셨죠. 그때는 부모님도 젊고 건강하셨고 세상 걱정이 없었어요. 저는 볼이 미어지게 유부초밥을 먹으며 집에 갔죠.

벌써 세월이 많이 흘러... 엄마도 예순 훌쩍 넘겨 몇년 후면 일흔이고, 
운전 좋아하고 여행 좋아하시던 우리 아빠, 뇌출혈로 수술을 받으셔서 거동이 편하시지 않아요.
제가 맏딸인데 아빠는 아빠 판박이인 ㅎㅎ 저를 정말 많이 아끼셨고
미스코리아보다도 더 예쁘다는 말씀으로 절 조금 부끄럽게 하셨지만,
까무잡잡한 피부의 제가 흰 피부 별로 부러워하지 않는건, 아빠가 예전부터 늘
"21세기 미인은 까무잡잡한 피부야!" 하셨기 때문인 것 같아요.

집에 가끔 갈때마다 아빠가 이젠 진짜 노인이구나... 이 생각에 늘 슬퍼요.
...
제가 집에서 하룻밤 자고 다음날 올라가려는데, 엄마가 일이 있으셔서 엄마 나가시고 제가 집을 나서게 되었어요.
엄마가 에고 간만에 왔는데 미안하네, 데려다주지도 못하고..하시기에 아유 괜찮다고..그러는데 아빠가
"내가 데려다 줄까?" 이러시는데...
제가 너무 눈물이 나서 참느라 혼났어요.
어지러워서 계단도 혼자 못 올라가시는 분이...

(제가 고등학교때 열한시까지 야자하면 늘 아빠가 데리러 오셨고
대학생때 여름방학때 집에서 멀리떨어져 있는 학원에 다닐때도, 아빠 직장 근처라서 아빠가 데리러 오셨고...
지금 아빠의 그 굴뚝같은 마음(딸 데려다줘야지)이 느껴져서요.)

조금 세심하지 못한 엄마께서 다행히 눈물을 쏙 들어가게 해주시네요
"데려다주기는 무슨!!!!!!" 
웃프다는 말이 딱...ㅎ ㅠㅠ


IP : 155.230.xxx.55
29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17.8.23 11:17 AM (211.170.xxx.35)

    아빠 ㅠㅠ

  • 2.
    '17.8.23 11:18 AM (211.170.xxx.35)

    저도 돌아가신 아빠가 생각나서 눈물이 날거 같아요 ㅠㅠ
    아빠 사랑해요.

  • 3. ..
    '17.8.23 11:26 AM (1.238.xxx.44)

    저도 얼마전에 친정갔는데 아빠가 기차에서 내리자마자 저를 기다리고 계셨어요. 평소 진짜 무뚝뚝하신데 ..저 나이드는거보다도 부모님 늙는게 너무 슬프네요

  • 4. ...
    '17.8.23 11:28 AM (1.245.xxx.33)

    아빠에게 그렇게 사랑 받는 느낌을 잘 몰라서....
    그저 신기하기만 합니다.
    내가 기억하는 아빠는 술먹고 토하고...

  • 5. ㅠㅠ
    '17.8.23 11:29 AM (39.115.xxx.179)

    저도 밤늦게 들어가게 되면 집앞에서 기다리시던 부모님 생각나요. 요즘 불현듯 집은 그대로인데 엄마아빠 너무 나이드신게 보여서 맘이 안좋네요 ㅠㅠㅠ

  • 6. 건강
    '17.8.23 11:30 AM (110.13.xxx.240)

    정이 많으신 아버지네요
    그런 아버지를 갖고 계신 원글님 부럽네요
    딸바보 아버지네요^^

  • 7. ..
    '17.8.23 11:31 AM (114.207.xxx.98)

    슬퍼요
    5주전 세상 최고의 아빠가 가셨어요
    원글님 글보는데 그냥 눈물이 나네요~~

  • 8. 평생
    '17.8.23 11:32 AM (123.215.xxx.204)

    그런 부모님의 사랑을 다 받고 자란 원글님은
    세상이 늘 따뜻하게 느껴지셨겠어요
    그냥
    아버님에 대한 안쓰러움을 쓴글이
    참 따뜻하게 느껴지네요

  • 9. 기차..
    '17.8.23 11:34 AM (211.38.xxx.181) - 삭제된댓글

    저희 친정아버지도 저 기차역까지 바래주신 적 있으세요. 일흔 넘고 불면증이 생겨 우울증에 치아문제까지 있어 식사도 잘 못하셔서 비쩍 마르셨어요. 안 바래다주셔서 된다고 집에 계시라해도 바람쐬러 간다고 같이 가자고 나서셨어요. 서울역 ktx 플랫폼까지 따라오셔서 저는 기차안으로 들어가고 기차떠날 때까지 서 계시더라구요. 그때 승차 안내원에게 뭐라뭐라 물어보시는데.. 그 안내원이 울 아부지 서울역 노숙자로 생각했는지 쳐다도 보지 않고 대꾸도 안하는데 얼마나 속상하든지요..

  • 10. 마음
    '17.8.23 11:39 AM (112.151.xxx.180)

    ㅠㅠ

    ^___^

  • 11. ㅇㅇ
    '17.8.23 11:42 AM (61.106.xxx.81)

    원글님 사랑충분히 받고 자라서 남에게도 베풀고 넉넉한마음으로 자라셨을것같아요
    참 좋은 부모님을 두셨(?)네요
    부럽고 님의부모님의 자식사랑에 눈물이 나려하네요

  • 12. 엄마 아빠생각나요
    '17.8.23 11:43 AM (183.100.xxx.80)

    그때는 그게 부모님사랑인지 몰랐어요
    지나고나서 제가 부모가 되어보니 알겠더라구요 ㅜㅜ

  • 13.
    '17.8.23 11:47 AM (58.140.xxx.144)

    부럽습니다

  • 14. ㅜㅜ
    '17.8.23 11:50 AM (155.230.xxx.55)

    윗댓글님...맞아요. 저도 자식 키워보니 제가 우리부모님처럼 자식들에게 따뜻하게 잘 못하는것 같아요.
    좋은 댓글들 많이 달아주셨는데, 막상 저는 크게 넉넉한 사람은 아닌 것 같아요. ㅠㅠ
    넉넉한 마음을 가지고 싶은데 가끔은 속이 좁쌀만하다고 스스로 느껴질때가 많네요.
    기차...님 많이 속상하셨겠어요. 저도 가끔 아빠가 거동이 불편하신데, 불친절하게 대하는 음식점 점원이나 가게점원 만나면 정말 속상하답니다.

  • 15. 우리딸들
    '17.8.23 11:54 AM (119.201.xxx.89)

    이 남편을 어떤 아부지로기억하게될까 궁금해요

  • 16. ...
    '17.8.23 11:54 AM (50.66.xxx.243)

    제가 동생 줄줄이 있는 집 장녀에요 부모님 맞벌이셔서 어릴 때부터 큰 애 취급 받으면서 컸죠. 저희 아빠가 맨날 우리 큰누나(저한텐 큰고모) 똑 닮았다고 하셨거든요 울 큰고모도 동생 많은 집에서 거진 엄마노릇 하면서 사신 분이셨어요 얼굴도 닮았고.
    제가 30대 후반에 한동안 몸이 아팠어요. 그때아빠가 저희 남편 붙들고 내가 쟤를 맨날 큰누나 닮았다고 한 게 화근인 거 같아서 맘에 걸린다고 아버지가 말을 잘못해서 내 딸 아픈 거 아닌가 싶다고. 그 저랑 닮았다는 큰고모가 일찍 돌아가셨거든요...
    자식이란 게 부모 맘에는 영원히 짐이고 뭘 해줘도 안타깝고 미안한 존재구나 했네요

  • 17. 아눈물
    '17.8.23 11:55 AM (219.248.xxx.165)

    저도 지방서 대학 자취방 떠나는 전날 밤
    거실에 꼼꼼하게 짐 싸놓고 걱정하시던 엄마 모습ㅁ아직 남아 있어요
    아빠는 말할것도 없고..고등때까지 자고있는 새벽마다 자식들 다리 주물러주셨거든요 ..
    지금 70중반 향해가고있고 언제 돌아가실지모른다는 생각만해도 눈물이 나서...
    자식인데 해드린게 너무없고 속상하게 한것도 많은데 지금도 너희들 때문에 행복하다 하세요.

  • 18. ...........
    '17.8.23 11:56 AM (211.224.xxx.201)

    친정집이 상가주택이라 3층이에요
    승강기없는데
    시집가 멀리사는딸...시어른들 안계시다고 더 신경이 쓰이신다고
    김치등등 택배를 종종보내시는데
    그무거운걸 들고 72세아빠 70세 엄마가...들고 다니시는걸 생각하면 마음이 아파 보내지마시라해도 안되네요ㅠㅠ

    저도 자취하던시절에 주말에 버스정류장으로 일찍와서 기다리시던 아빠가 생각나네요

    여자문제로 엄마속 많이 썩이시고 지금도 미운것도 많지만...

    저도 글 읽다가 눈물나네요

  • 19. 쓸개코
    '17.8.23 11:56 AM (218.148.xxx.21)

    돌아가신 울아버지처럼 정많은 분이시군요..ㅜㅡ
    '아빠'가 늘 진지한 표정으로 원글님 아버님처럼 말씀하셨어요.
    아무리 미스코리아를 봐도 저같이 잘생긴 인물이 없다고.. 다 모자라다고 ㅎㅎ;;

    저 5등신 대두예요..

    저 성인되어서도 아버지가 가시바른 생선살 밥위에 올려받아봤어요.
    편찮으실땐 똑같이 해드렸습니다..

    원글님 대화 많이 나누셔요..^^

  • 20. 아빠,
    '17.8.23 12:07 PM (73.176.xxx.94)

    돌아가시니 고등때 야자빼먹고 집에 갔는데,
    저 데릴러 오셔서 그냥 집에 오셨을때가 가장 생각나더라고요. 엘란트라라는 차 새로 나와서 바꾸시고 기족 태우고 다니시던거 좋아하셨는데..
    친구들과 어울려 근처 대학교 도서관간다고,핸폰도 없던시절이니...ㅜㅜ연락도 못 하고,
    그래도 나무라지 않으셨던 아빠,항상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답니다~~
    보내드린지..벌써 5 년.
    얼마전 일같은데, 벌써 그리 지났어요.

  • 21. ㅇㅇ
    '17.8.23 12:07 PM (108.240.xxx.100)

    고딩때 그러니까 거의 30년다되가네요.
    야자끝나고 비가오길래 공중전화로
    정류장에 우산갖고 나와달라고 엄마에게 말했어요.

    엄마왈 "조선왕조500년 봐야된다. 그냥 비맞고와~"

    부모님 백인백색이지요.

    근데 애 키워보니 나도 우리엄마성향 ㅠㅠ

  • 22. 그냥
    '17.8.23 12:31 PM (211.248.xxx.147)

    전 시댁에서 아기를 키웠는데 저희아이가 좀 유별나서 손을 많이 탔어요. 시댁에서는 아기 울리면 큰일나는줄 알고 눈치를 줘서 바로바로 앉거나 업어야했는데 우리집가니 제가 자고 있을때 아기가 우니 아빠가 조용조용 달래면서 "고만울어. 엄마 힘들어..고만울어"라고 말씀하시는데 자면서도 눈물이 핑돌았어요

  • 23. ㅣㅣ
    '17.8.23 12:40 PM (117.111.xxx.13)

    다들 부러우시네요.
    저런 추억 하나가 큰 힘인데.
    부러워요.

  • 24. 아...
    '17.8.23 1:07 PM (155.230.xxx.55)

    댓글들 읽으니, 추억이 있으면 있는대로 없으면 없는대로 마음이 찡합니다.
    쓸개코님, 저도 한 5.5등신쯤 될거에요. 미스코리아는 커녕..흑흑.
    어렸을때, 머리 감고 말릴때 늘 아빠가 수건으로 탈탈탈 털어 말려주셨어요. 초등2학년까지 아빠가 늘 연필을 깎아서 필통에 넣어주셨고요(연필깎이로만 깎을줄 알면 안된다고 ㅠㅠ 그러면서 정작 아빠가 계속 깎아주심). 이 글을 쓰고보니이런저런 기억들이 참 많이 떠오릅니다. 정작 저는 무뚝뚝해서 아빠한테 살갑게 대하지도 못하구요.

  • 25. ...
    '17.8.23 1:10 PM (175.207.xxx.88)

    아빠가 일찍 돌아가셔서 참 부러운 이야기네요.
    저한테 다정했던 기억과 돌아가신날 기억이 선명해요.
    지금 남편이 참 다정한 사람이라 딸에게도 저에게도
    무척 잘 하는데 저희 딸도 나이 먹으면 아빠에 대한
    추억이 곱게 남겠죠?

  • 26. ...
    '17.8.23 1:28 PM (61.33.xxx.130)

    저도 원글님 글 읽으니 아빠 엄마가 저에게 해주셨던거 많이 생각나네요.
    지금 칠순되신 우리 아빠, 많이 나이드신 우리 엄마, 학원 마치고 올때마다 지하철역으로 나오셔서 같이 집에 가던 기억도 나고, 어렸을때 제 책상서랍 정리해주시던 아빠도 생각나고, 무뚝뚝하신데도 나름의 애정표현을 많이 해주셨는데 그때 잘 모르고 툴툴대기만 하던 제 모습도 생각나요.
    제가 아이들에게 그렇게 해줄수 있을런지, 회사인데 눈물이 나려하네요.

  • 27. 아부지..
    '17.8.23 2:53 PM (168.154.xxx.189)

    저도 마흔, 아빠도 칠순이신데.. 이제는 제 아들을 봐주시네요. 저도 야자 끝나고 봉고차 타고 집 근처 오면 아빠가 항상 기다리셨고, 과외/학원갈 때도 데려다 주시고.. 그 때는 왜 감사하게 여기면서도 당연하다는 듯이 타고 다녔는지 모르겠어요. 아직도 널 도와줄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하시는데 원글님 글 읽다가 울컥 했어요. 으 효도해야 하는데... 아빠, 엄마가 오래 오래 건강하게 사셨으면 좋겠어요.

  • 28. ..
    '17.8.23 3:06 PM (219.254.xxx.151)

    넘치게 사랑받으신분이군요 너무부러워요 우리애들한테도 좀더따뜻하게 대해야지 반성도하게되네요 이런글..참좋습니다♡

  • 29. 알로
    '17.8.23 3:32 PM (114.201.xxx.28)

    ㅠ.ㅠ
    맘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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