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오전 국립현충원에서 열린 고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8주기 추도식 추도사 전문
존경하는 내외 귀빈 여러분,
우리는 오늘 김대중 대통령님을 추모하면서
대통령님이 평생 동안 걸었던
민주화와 인권, 서민경제와 평화통일의 길을 되새기기 위해 모였습니다.
작년 4월, 저는 김홍걸 국민통합위원장과 하의도를 찾았습니다.
생가와 모교를 방문했고,
마을 분들과 대통령님의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방파제에 앉아 대통령님이 그토록 사랑했던
하의도 바다를 바라보았습니다.
“섬에 자라면서 그토록 원 없이 바닷바람을 맞고 바다를 바라보았지만
지금도 바다가 그렇게 좋다“라고
대통령님이 자서전에서 하신 말씀이 생각났습니다.
제가 태어난 거제도 바다,
제가 자란 부산 영도의 바다도 거기에 함께 있었습니다.
작은 섬 하의도에서 시작한 김대중의 삶은
목포에서 서울로, 평양으로, 세계로 이어져
마침내 하나의 길이 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본받고 싶은 정의로운 삶의 길이고,
국가적으로는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
뒤따라야 할 길입니다.
고난과 역경을 이겨낸 대통령님의 삶에는
이희호 여사님이 계십니다.
여사님은 대통령님과 함께
독재의 온갖 폭압과 색깔론과 지역차별에도
국민과 역사에 대한 믿음을 굳건히 지켜낸 동지입니다.
다시 한 번, 이희호 여사님과 가족분들께
깊은 존경과 위로의 인사를 드립니다.
존경하는 내외 귀빈 여러분,
저는, 무너진 나라를 다시 일으켜 세우겠다는 각오로
대통령 직무를 수행해오고 있습니다.
20년 전, 전대미문의 국가부도 사태에 직면했던
김대중 대통령님의 심정도 같았을 것입니다.
1998년 취임 연설 중
국민의 고통을 말씀하시면서
목이 메여 말을 잇지 못하던 모습이 또렷합니다.
국민을 사랑하는 마음이 절로 배어나오는 그 모습에
국민도 같이 눈물을 흘렸습니다.
대통령님을 믿고 단합했습니다.
나라 빚 갚는데 보태라며 아이 돌반지까지 내놓은
국민의 애국심과 뼈를 깎는 개혁으로
국가적 위기를 극복했습니다.
대통령님은 벼랑 끝 경제를 살리는 데만 그치지 않았습니다.
햇볕정책을 통해 얼어붙은 남북관계를 개선해 나갔습니다.
2000년 6월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과 6.15공동선언으로
남북 화해협력의 빛나는 이정표를 세웠습니다.
두 번에 걸친 연평해전을 승리로 이끈 분도
김대중 대통령님입니다.
대통령님은, 안보는 안보대로 철통같이 강화하고
평화는 평화대로 확고하게 다지는
지혜와 결단력을 발휘했습니다.
이후 참여정부가 끝날 때까지
남북 간에 단 한 건도 군사적 충돌이 발생하지 않는 평화가 지켜졌습니다.
우리의 외교안보 상황이 다시 엄중해진 지금,
저는 김대중 대통령님의 영전과
자랑스러운 민주정부의 전통 앞에서 다짐합니다.
김대중 대통령님이 보여주신
통일을 향한 담대한 비전과 실사구시의 정신,
안보와 평화에 대한 결연한 의지로
한반도 문제 해결의 주인은 바로 우리 자신이라는 원칙을
흔들림 없이 지켜나갈 것입니다.
나아가, 평화를 지키는 안보를 넘어 평화를 만드는 안보로
한반도의 평화와 경제 번영을 이뤄가겠습니다.
국민통합과 적폐청산, 양극화와 불평등 해소의 과제도
민주정부의 자부심, 책임감으로
온힘을 다해 해결할 것입니다.
존경하는 내외 귀빈 여러분,
80여 년 전, 하의도의 소년은
청운의 뜻을 품고 설레는 가슴으로
목포로 향하는 배에 올랐다고
김대중 자서전은 말하고 있습니다.
세월이 지나 소년의 이름 ‘김대중’은
민주주의와 평화를 염원하는 모든 이들에게
참된 용기가 되었습니다.
아무리 먹구름이 몰려오더라도,
한반도 역사에 새겨진 김대중의 길을 따라
남북이 다시 만나고 희망이 열릴 것이라고
저는 믿습니다.
당신이 하셨던 말이 생각납니다.
“인생은 아름답고, 역사는 발전한다.”
발전하는 역사에서 김대중이라는 이름은 항상 기억될 것입니다.
김대중 대통령님 그립습니다. 그리고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