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지방 소도시 작은 동네에 32평으로 20년쯤 된 아파트 마련했는데.
그러는동안 투룸으로만 이사를 7번 다녔어요.
너무 방이 작아서 어떤 게 안방인지 개념도 없을정도로 작고 협소했던 투룸이 4식구가 살기엔 참 힘들더라구요.
주전자 한개 올려놓고 살기에도 마땅찮고 싱크대위도 역시 도마한개 자리놓고 살기가 참 힘들었어요.
도마질 좀 하려고 하면 어디에다 두고 해야 할지 몰라서 도마들고 왔다갔다..
결국 7번 이사다닌끝에 28평 아파트로 들어갔더니 숨통이 트일것같더라구요.
관리비는 아무래도 빌라보다는 더 나가긴 했어도 그걸 감수할만한 장점이 더 많아서 이번 봄 전세만기 될때에는
차라리 아파트로 옮겼어요.
신축 투룸보다는 정말 낡고 도배장판도 하지않은 아파트가 더 살기가 더 좋았어요.
장발장이란 책속에서 코제트가 낡은 집을 여기저기 뛰어다니면서 이렇게 넓은 집이 생겼다고 좋아하던 것처럼
그 당시엔 정말 도배도 하지않고 장판도 바꾸지않아서 구멍까지 난 낡고 허름한 그 아파트가 좋았어요.
4층까지 매일 오르내리던 계단을 이젠 아파트로 이사오고선 엘리베이터로 한순간에 순간이동하고
12층 베란다에서 바라보는 전경이 남다르더라구요.
눈앞에 보이는 광경은 역시 아파트 였는데도 난생처음 살아보니 좋았는데 나중엔 그 감흥도 금새 사그라지고 없더라구요.
그런데 우리가 아파트로 이사오던 결정적 계기가 있었는데
바로 우리 아래층에 살던 아저씨가
걸핏하면 옥상에 올라가서 벽돌을 던지면서 마구 펄펄 날뛰는겁니다.
육중한 몸매의 씨름선수같은 아저씨가 한바탕 뛸때마다 우리집도 같이 널뛰기하는것같아서
문열고 나갔더니 다 뛰고 오셨는지 계단 난간을 쓰다듬으며 내려오시는 아저씨께
"혹시....옥상에서 방금?"
조심스레 묻고있는데 그아저씨는 그런 제얼굴만 물끄러미 보면서
계단만 조심스레 내려가더라구요.
밤이슬 맞으면서 옥상위에서 몇분 뛴것밖에 없는데 벌써 그 아저씨 런닝셔츠는 땀으로 홈빡 젖고.
나중에
메세지를 줄려고 옥상에 가서 벽돌던지고 발을 굴렀다는겁니다.
우리가 이렇게 층간소음을 당한다고.
우리집에 그당시 일주일에 한번 오는 남편과 초등학생 3학년 여자애,이제 태어난지 2개월된 아기 있었는데
뛰는 소리도 아니고 걷는소리때문에 죽겠다는거에요.
가위떨어뜨리는 소리도 신경질나고.
우리도 아기가 있어서 살살 걸어다니는데
그 걷는소리마저도 다 들리는 빌라.
가위떨어뜨리는 소리도 다 들리는 빌라
화장실에서 소변보는 소리도 다 들린다고 아우성이어서
죄송하다고 하면서 전세 계약 끝날때 이사갔어요.
아침 7시에 사다리차가 와서 세탁기를 끌어내갈때 아래층 집 아저씨가
팔짱낀채 창문열고 내다보던 모습이 지금도 생각나네요.
그래서 그 후로 빌라는 더 이상 안간것 같아요.
살금살금 발끝으로 걷는데도 다 들린다고 하니 정말 못살겠더라구요.
어떻게 지으면 그렇게 걷는 소리도 다 들릴수있고 사람이 새벽에 한숨쉬는 소리도 다 들릴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