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심하니까 후기 올려볼께요.ㅎㅎ
정확히 그제 저녁에 남편의 말투 때문에
싸움이 불거져서 심하게 말싸움을 했고
말한마디 없이 냉전 상태가 되었는데
(어떤 분은 하루도 넘기지 않는 건 냉전도 아니라고.ㅋㅋㅋ)
하필 어제가 또 남편 생일이라 이걸 어째야 하나..싶다는 글 올렸는데요.
남편이 저랑 약속한걸 잊고 자기 감정에만 충실해서
상대방에게 하지 말아야 할 말실수를 했던 것은 정말 아직도
화가 나긴 해요.
많은 분들이 그냥 화해하고 맛있는거 사먹으라고 하셨는데
남편은 퇴근이 늦어서 밖에서 외식하기 좀 그렇고
사실 저희가 생일을 그렇게 챙기는 성격들은 아니에요.ㅎㅎ
기념일이나 생일이나 뭐 이런거에 유난 떠는 걸 싫어 하거든요.ㅎ
어제는 퇴근길에 안챙기고 쌩~하기도 찝찝하고 해서
마트엘 갔죠.
어제 카레를 해먹을 계획이었던 터라 재료들은 다 있었고.
마트에 가서 당근 하나 하고 보름딸 빵 하나 하고
복숭아 몇개 샀어요. (남편이 과일 먹고 싶다고 했었거든요)
집에가선 씻고 쉬고 있다가
평상시보다 일찍 밥 해놓고 카레 해놓고.
미역도 불려서 미역 국도 끓였어요. (그래도 미역국은 있어야 할 거 같아서)
남편 퇴근하고 오면 휘리릭 챙겨서 먹을 수 있게 해놓고.
동그란 접시 위에 보름딸 빵 하나 올리고
보관해 뒀던 생일초 하나만 꽂아두고
전 TV보며 쉬고 있었어요.
핸드폰을 보니 남편이 언제 전화를 했었나본데 그냥 그런가보다 하고 말았고
집에 올 시간이 다 되어갈쯤 남편이 또 전화했길래
냉랭하게 받았어요. (확실히 풀어진게 아니라서 아무일 없었던듯 전화받긴 힘들었죠)
역시나 남편은 아무렇지 안은척, 별일 없었던 것처럼 은근슬쩍
넘어가려고 하더라고요.
낮에 전화를 왜 안받았냐 하는데 제 핸폰이 고물이라 그런지 사람 가려서 울리네요.ㅋㅋ
전화 안왔다고 했더니만 전화 했었다고~ 흠.. 사기일지도 몰라요.ㅋㅋ
제 핸폰 고물인거 알아서 .ㅎㅎ
여튼 전화로 조용히 남편이 실수한거에 대한 제 생각도 말하고
이런저런 서운한 점들 얘기하면서 통화가 길어졌죠.
뭐..이런 얘기는 그전에 수도없이 했던 거에요. 새로울 것도 없죠. ㅠ.ㅠ
여튼 남편은 늘 그렇듯 미안하다고 하고
저는 통화하다 예전 일들 생각에 (좀 힘들게 시작했거든요) 울컥해서
눈물..콧물이...
드...드럽게 콧물이 자꾸 나와서. ㅠ.ㅠ
갑자기 현관문에서 똑똑 소리가 나는거에요.
문 앞에 바로 남편이...통화하면서 집에 다 온 모양이에요.
그래서 남편보고 5분 있다가 오라고 콧물 범벅인 채로 울컥 거리며 말했더니
남편은 제가 뭔가 심각한 줄 알고 알겠다고 하고는 계단을 내려가는 거 같더군요.
후다닥 보름달 빵 위에 초 불 붙이고는
거실 불 끄고 현관문 앞에서 접시 들고 서 있었죠.
잠시 후 남편이 똑똑! 하는 거에요. 안열리면 키로 문 열고 들어오는데
그러고는 제가 아직 화가 안풀려서 문을 안여는 줄 알고 기다리고 있는지
평소엔 키로 잘만 열던 문 열 생각을 안하고 들어올 생각을 안하데요.. 답답~
전화해서 왜 안들어오냐고 했더니 들어가...하면서 다운되어 있더니
역시 똑똑 하고는 안열리니까 그제서야 키로 열고 문을 열었네요.
뭐..
800원짜리 보름달 빵이지만
폭신폭신 빵에 딸기맛 크림도 발라져 있으니
초만 꽂으면 케익이죠 뭐. ㅋㅋㅋㅋㅋ
남편은 생각지 못하다
촛불 꽂힌 보름달 빵을 보더니 활짝 웃네요.ㅋㅋ
이야...역시 여보 밖에 없구나~ 하네요.
이럴때만...
대충~ 이렇게 화해 했어요.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