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말에 결혼해서
지금껏 올해 구정명절이랑 제사 두번....이렇게 3번의 행사가 있었는데요.
추석이 다가오니 슬슬 스트레스..
시어머니 때문에? 아닙니다 ㅜㅠ
시작은어머니때문에요;;
저희 시어머니(남편이랑 시동생 이렇게 아들만 둘)는 너무 좋으셔요.
처음에 결혼하고 설거지 하려해도 만류하셔서 실갱이 끝에 설거지를 할 수 있었죠^^;;
저와 동서 며느리 둘에게 뭐라도 하나 더 주고 더 먹이고 더 해주디 못해서 안달이신 시부모님.
경우있으시고 교양있으시고 능력있으시고..
뭐 늘어 놓자면 자랑만 줄줄이 나열하게 되요..
작년 9월에 결혼하고 올해 구정때 저도 며느리로서의 첫 명절을 맞이했죠.
가기전에 친정엄마한테 단단히 교육 받았죠.
며느리니까 당연히 노예처럼 일하라는건 아니다.
다만 (시작은 어머니 두분에 시작은할머님도 오시니까) 꾀부리지 말고 부지런히 움직여라
네가 행동 잘못하면 다른 어른들 앞에서 시어머니 얼굴에 먹칠하는거다..
물론 저도 가서 몸 편하자고 꾀부릴 생각도 없고 원래 그런 성격도 아니기에
단단히 각오하고 갔죠.
네.
명절은 며느리들의 지옥 맞더군요.
힘들거나 일이 지옥 같았다가보다는
뭐랄까..
집에서 귀한 딸 대접만 받다가 평생 처음으로
도구가 되어버린 듯한 느낌.
이거 묘하더라구요.
평생 공부만 하고 수재소리 듣고 손에 물 한방울 안 묻히고 살다가..
(물론 결혼 하고도 이러진 않았죠^^;;;
그래도 집에서 남편 맛있는 음식 정성껏 차려주고
남편이 설거지해주고 함께 즐겁게 정리하던 주방일과는 천지차이..)
일가 남자들과 사촌아가씨들(작은 시댁의 딸들)은 딱 결혼 전의 저처럼;;
티비 보고 놀고 수다떨고
남편집안의 성씨를 가지지 않은 여자들만 주방에서 그야말로
죽도록 씻고 볶고 찌고 튀기고;;;;;;
넋두리하려는게 아니라.....
솔직히 머리를 한대 맞은 것처럼 멍해지더라구요.
그런데 이 와중에 시작은어머님때문에 미쳐버릴 뻔 했다죠.
시작은댁은 결혼한 딸 하나에 미혼 아들 하나인 집이에요.
그런데..아직 시어머니 노릇 안해보신 시작은어머님이 시어머니노릇은 얼마나 잘하시던지.
당일에 도착하자마자 감정있는 사람처럼 인사도 안받더니
들어서자마자 저를 일당 파출부마냥 부리더군요.
(제 동서는 아파서 빠지고 주방엔 시어머니와 시작은어머니 두분 그리고 저뿐이었어요)
뭘 해야할지 모르니 일단 끝없이 쏟아져 나오는 중간 설거지감들을 설거지하려고
싱크대 앞에 서 있는데
눈도 안 마주치면서
'그거 줘' '이거 줘'
'이거 씻어' 하면서 싱크에 담근 제 손 위로 그릇을 던져서 손가락 마디를 세번을 맞았네요;;
싱크 앞에 서 있는데 갑작 뒤에서 싱크위 찬장문을 위협하듯이 열어
피하지 않았음 이마 찍혔을 뻔 할정도로 휙휙 문을 열어제끼고
하...
지금도 전문직으로 일 하면서 집 밖에서든 집 안에서든;; 살면서 그런 대우 처음 받아보니
갑자기 얼이 빠지면서 멍청해지는거;; 억지로 정신 붙들고 바락바락 일했죠.
더 코메디 같은건
막내 작은 집 아가씨들(대학생)이 주방에 들어오려하면
펄쩍 뛰면서 저 들으란 듯이 큰소리로
"니들은 주방에 들어오지마!!
니들은 할 일 없어! 티비보고 쉬어!"
-_-;;;;
일 도우려 들어온게 아니라 마실거 찾으러 들어온건데 말이죠
참.....생쑈도 아니고..
그런데 시작은어머니 행동이 원래 저런가 싶은게..
중간중간 제 시어머니와 눈이 마주칠때마다 시어머니 표정이 안쓰러운 표정 ㅜㅠ
눈으로 ' 니가 이해해라 -_-;;' 하고 말씀하시는 듯 ㅜㅠ
그러다가 아침 차례가 끝나고
남편성씨 가진 사람들상;;; 그외 일하는 잉여성씨여자상(표현이 좀 그렇지만;; )
따로 차린 상에 부부 생이별하고 밥 먹으려 앉았는데
시댁에 아침에 발 들여놓을 때부터
눈도 안 마주치고 부려먹던 그 시작은 어머니가
갑작 미소를 가득 띈 얼굴로 제 앞에 고개를 디밀며 저한테만 들리게 다정하게 말하더군요.
"많이 먹어라~
그래야 일 많이 하지 ^^"
정말 온몸에 소름이 쫘악 끼치면서
먹기도 전에 콱 체하더군요.
손에 힘빠지면서 수저도 못 들겠고..
어째저째 식사가 끝나고
정신 없이 치우고
세배하고
배도 안꺼질 시간인데 또 점심상을 차려바치고
점심상 앞에 앉았는데
(그래도 이 사이 시간에는 시어머니의 밀착마크덕에 공격 을 덜 당했어요)
아까 발언 이 후 눈도 마주치지 않던 내게
시작은어머니 또 리바이벌하더군요
"(방긋거리면서) 많이 먹어라~ 일 많이 해야하니까^^"
진짜 지금 생각해도 어이 없어서;;
뭐 얼마나 많이 먹고
얼마나 일을 많이 하라는건지;;
몇번 보도 못한 나한테 맺힌거라도 있는지
그리 시어머니노릇하고 싶으면 얼른 당신 아들 결혼시켜서 며느리 괴롭히던가;;
그 이후 있었던 제사 두번도 마찬가지였어요
애지중지해주시는 시부모님덕에
전 시댁에 가는게 즐거운 며느리에요.
거의 별 일 없으면 매 주말 시부모님과 외식하러 시댁에 가는데
그 시작은어머니때문에 명절만큼은 예외에요.;;
얼굴만 떠올려도 벌써부터 목구멍이 탁 막히는게 ㅜㅠ
아 .. 또 저러면 어떻게 대처를 해야할지..
지금 임신해서 배도 부른 상태인데
진짜 기대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