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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구보씨의 일생 과 서울 성북동

조회수 : 2,494
작성일 : 2017-08-13 17:51:53

  서울 성북동은 제가 좋아하는 동네 중 하나예요.

  처음 갔을 땐 서울같지 않게 옛스러운 정취와 정겨운 분위기가 남아 있어 푸근하게 느껴졌고요.

  간송 미술관 전시회를 드나들었을 땐 아담한 뜰의 초록빛들과 줄서 있는 젊고 풋풋한 처녀들을

  싱그럽게 바라보았었고요.


  구보 박태원-일제강점기 시절 구인회 활동했었고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 이란 소설로 알려져 있는데

  자세하게는 알지 못하다가 그 아드님이 쓴 책을 읽었어요.

  그 시대 문인들과 그 시대에 대해 관심이 많거든요.


  약종업을 해서 넉넉한 가정에서 자라 동경유학 다녀오고 소설 쓴답시고 방구들 지고 앉아

  눈 나빠진 어느 인텔리...박태원....

  이상, 정인택, 이태준, 김기림 등 그 시절 유명한 문인들이 박태원의 결혼식에 와서

  축사와 함께 한두줄씩 재치있는 방명록을 남긴 대목도 재미있고

  돈암동 집에서 아버지 구보와의 추억을 회상하는 아들 저자,

  성북동에 집을 지어 거기서 소설 창작에 힘쓰려 했으나 세월은 그들 가족을 남과 북으로 갈라놓아

  (구보 박태원은 육이오 전쟁 당시 평양 문인 시찰을 갔다가 국군이 서울을 수복하는 바람에 돌아오지 못하고

   아버지와 큰딸, 박태원의 남동생, 여동생은 북에 나머지 가족들은 남쪽에 남게 되어 영영 이별하게 된답니다)

  영원히 헤어지는 이야기는 가슴이 먹먹하죠.


   소설가 이태준이 살던 집이 성북동에 수연산방이란 아담한 한옥찻집으로 남아 있습니다.

   마치 옛 외가 시골집을 연상시키는 분위기예요.

   구보 박태원도 이 집에 놀러갔었나 봐요.

   그 당시 성북동은 서울이 아니었고 성북리였다네요.


    구보 박태원의 절친이었던 이상이 69라는 까페를 열었는데,

    구보는 69라는 뜻을 몰라 엉뚱하게 추측하는 손님에게 냉소하는 이상이

    변태적이라며 이상은 상식을 초월하게 변태적이라고 썼습니다.

    이상과 한때 사귀었던 여성 권영희를 구보의 죽마고우 정인택이 짝사랑하여

    자살기도하게 되고 이상은 권영희를 정인택과 짝지어 줍니다.


     그러나 이 부부 또한 육이오 때문에 갈라져 권영희는 북에서 오지 않는 남편 정인택을 기다리다가

     역시 홀로 된 구보 박태원과 재혼합니다.박태원은 죽마고우의 부인과 재혼한 것이죠.

     지금 사람들 눈에 봐도 파격적인데, 서로 너무 사는 게 힘들고 구보는 시력까지 잃어가서

     서로 필요하에 맺어진 것 같아요....


    

     서울과 우리나라 땅 곳곳이 수많은 사람들의 슬픔, 고통, 기쁨, 사랑, 한 등을 담고

     나이를 먹어가고 세월이 흘러간다는 걸 새삼 느끼게 해 준 책이네요.

IP : 58.125.xxx.140
1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Dks
    '17.8.13 5:59 PM (117.111.xxx.75) - 삭제된댓글

    성북동 근처에 사는데 저는 구보 글을 참 좋아합니다. 카메라처럼 관찰하듯 생생히 담아내서 마치 그 시절의 서울이 눈에 보이는 듯 읽어내렸던 기억이 나네요. 이상의 부인과 김환기 화밷 일화도 생각나구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더불어 이태준 선생님도 잘은 몰라도 참 문인이셨다고 아까운 분이라 생각한답니다.

  • 2. ..
    '17.8.13 6:00 PM (115.140.xxx.133)

    책제목이요?

  • 3. Dsk
    '17.8.13 6:01 PM (117.111.xxx.75)

    성북동 근처에 사는데 저는 구보 글을 참 좋아합니다. 카메라처럼 관찰하듯 생생히 담아내서 마치 그 시절의 서울이 눈에 보이는 듯 잘 느껴지게 쓰셨죠. 이상의 부인과 김환기 화백일화도 생각나구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더불어 이태준 선생님도 잘은 몰라도 참 문인이셨다고 아까운 분이라 생각한답니다.

  • 4. ..
    '17.8.13 6:06 PM (219.240.xxx.125) - 삭제된댓글

    봉준호 감독 외조부라는 걸 알고 놀랐던 기억이 있네요..

  • 5. 원글
    '17.8.13 6:08 PM (58.125.xxx.140)

    책 제목이 소설가 구보씨의 일생이고 부제로 경성 모던보이 박태원의 사생활 이 붙어 있네요.

    구보 박태원이 이태준과 친하게 지냈다고 하던데, 상허 이태준이 그 당시 이름을 날린 유명한 탑이었다고
    남편이 말하네요. 북으로 간 후 그의 후일담도 나옵니다.

    이상의 비위생적인 생활과 건강을 염려한 주변 문인들의 충고에도 불구하고 이상은 끝내
    동경에서 세상을 뜨고 구보는 회고담을 쓰고....

    구보 결혼 방명록에 이상이 구보가 신혼 재미에 빠져 자기와 안 놀아주면 안 돼! 라는 글귀도 남겼네요.

  • 6. 구보씨
    '17.8.13 6:09 PM (118.219.xxx.129)

    정말정말 좋아하는 소설이예요.


    표현이 정말 너무너무너무 좋아요.

    좋아하는 구절...
    -----------------
    그는 어딜 갈까 생각하여 본다.
    모두가 그의 갈 곳이었다.
    한군데라도 그가 갈 속은 없었다.
    한낮의 거리 위에서 구보는 갑자기 격렬한 두통을 느낀다.

    비록 식욕은 왕성하더라도,
    잠은 잘 오더라도,
    그것은 역시 신경쇠약에 틀림없었다.

    구보는 떠름한 얼굴을 하여 본다.



    ㅋㅋ
    너무 세련됐어~~~~ㅋㅋ

  • 7. 원글
    '17.8.13 6:21 PM (58.125.xxx.140)

    구보 박태원도 예술가였지만, 남동생도 예술가의 피가 흐르고 있었다고 합니다.
    북에서 고구려 고분 벽화를 발굴했다고 하네요.
    그래서 봉준호 감독이 어머니에게서 그 DNA를 이어받았나 봅니다.물론 아버지도 디자이너셨다죠.

    이 땅은 수많은 사람들의 사연을 안은 채 앞으로 앞으로 시간이 흘러흘러 갑니다.

  • 8. ..
    '17.8.13 6:32 PM (223.62.xxx.85)

    박태원의ㅡ월북이ㅡ최대 미스테리. 카프 근처도 안가본 양반이..

  • 9. 아 고맙습니다
    '17.8.13 6:48 PM (211.36.xxx.71)

    꼭 읽어볼께요
    성북동 수연산방 모두 자주갔는데^^~~새롭네요

  • 10. 원글
    '17.8.13 6:50 PM (58.125.xxx.140)

    박태원은 사회주의 문학하는 카프의 반대지점에 있었다고 책에 쓰여 있네요.

    1930년대 쟁쟁한 문인들-시인 백석부터 이상, 박태원, 이태준 등의 이야기와 그 사연 한보따리, 북으로
    간 후일담까지 하면 영화 한두편은 충분히 나올 드라마틱한 사연이네요.

    영화로 만들어 주세요~~! ㅋ

  • 11. ,,
    '17.8.13 7:20 PM (70.191.xxx.216)

    그 당시 백수는 최고 인텔리만 가능했던 일.

  • 12.
    '17.8.13 8:02 PM (175.252.xxx.194)

    작년에 나온 책이군요.

  • 13. ..
    '17.8.13 10:58 PM (182.215.xxx.14) - 삭제된댓글

    봉준호감독은 작가 외할아버지와
    화가인 아버지의 좋은점을 물려받았다고 회자되는데
    정작 한번도 본적이없기에 영향을받은건 없다고 인터뷰하더라구요

    박태원의 젊은시절
    티비나 라디오없던 그때
    그집에 동네아이들이 다 몰려들었대요
    타고난 이야기꾼으로 그거듣는 재미에
    북적북적했다고..

    약종업이란게 약국인데
    정확친않지만 우리나라 최초의 양약국이었고
    그집 종업원이 지금 갑질로유명해진 종근당회장의 아버지
    종근당 창업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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