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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안 맞는 친구와 헤어지는 법...

어렵당 조회수 : 4,674
작성일 : 2011-09-05 19:44:58

 

저 아래에.. 친구한테 계속 전화가 와서 곤란하다는 글을 읽었는데..

저한테도 그런 친구가 있었어요.

그냥저냥 알고 지내던 친구였는데.. 그 친구의 결혼생활이 불행해지면서부터..

거의 매일같이 저한테 전화가 오기 시작했어요.

저는 사실 처음부터 그 친구의 사고방식이나 사는 방식이 마음에 들지 않았었어요.

어릴 적 상처로 인한 애정결핍으로.. 사람들과의 관계에 지나치게 몰두하고

결혼전에는 유부남과의 연애, 결혼 후에도 그런 이성친구들과의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거나,

놀자고 조르는 애를 방치해두고 저와 몇 시간씩 통화하는 모습 등.. 그러면서도 자기가 좋은 엄마라는 걸

어필하는 모습, 자기 친구들 얘기까지 너무 자세하게 하는 게.. 재밌게 들으면서도 꺼림칙했어요.

결국 제 이야기도 다른 친구들과 공유한다는 뜻이니까..

그렇게 못마땅한 마음이면서도 제 입에서는 그 친구가 듣고 싶어하는 말이 나갔어요.

다 괜찮아 질 거다, 잘 하고 있다, 누구나 그렇다, 너는 좋은 엄마다... 친구는 그런 말을 듣고 싶어하는 것 같았어요.

저는 마음에도 없는 말을 기계적으로 했죠.

 

저는 애인은커녕 친구도 없는 사람이고, 늘 전화받을 준비가 되어 있어서인지..

친구한테서는 정말 꾸준히 전화가 왔고.. 시시콜콜 일상을 전했고..

서서히 저도 그 전화에 익숙해졌어요. 그리고 저도 똑같이 수다를 떨었어요.

주로 힘들다는 이야기였죠. 서로...

정말 듣기 싫을 때는 전화를 피하기도 하고 거짓말도 했는데..

그러면서도 정이 쌓였고.. 언젠가는 우정이 깊어질 거라고 믿었어요.

저도 사람의 정에 굶주린 사람이고.. 제가 가끔 성의없이 전화를 받고 짜증을 내는데도

친구는 연락을 계속해서... 뭔가 기쁘기도 하고 귀찮기도 하고.. 이 친구는 끝까지 가겠구나.. 하는 안도감도 들고..

한 마디로 정의할 수 없는 감정이었어요.

 

가끔 너무 힘들 때는.. 나는 전화 통화 오래 하는 걸 싫어한다.. 불행한 이야기를 나누는 게 너무 힘들다..

불행을 나누는 게 나한테는 별 도움이 안 되는 것 같다... 라는 식의 이야기를 했는데..

그 이야기는 초반에 했어야 하는 것 같아요. 몇 년이나 수다를 떨고 난 후에.. 뜬금없이 전화 통화를 싫어한다는 이야기를 하니 친구한테는 안 통했죠. 친구는 서운하다고 하고.. 저는 또 사과하고.. 미안하다고 하고.. 계속 반복...

 

사람과의 친밀한 사귐이 없어서.. 저도 너무 경험이 부족했던 거예요.

제가 뭘 좋아하는지.. 뭘 싫어하는지.. 그렇게 취향이 안 맞는 사람하고.. 길게 사귀다보면..

언젠가는 진정한 친구가 될 줄 알았던 거예요.

 

하지만.. 몇 년 동안 통화를 하면서.. 너무 깊은 이야기를 하는 바람에 저는 그 친구한테 상처를 준 것 같아요.

어릴 때 사랑을 제대로 못 받은 (저도 마찬가지) 친구한테 네 삶의 방식이 잘못 되었다는 식의 말을 주기적으로.. 했고,

그 친구는 그런 저의 말을 자기 전체를 거부하는 말로 받아들이고 크게 상처 받고...

오랫동안 깊은 속을 털어놓는 사이가 되었음에도 여전히 그 친구를 진심으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저의 마음을

솔직하게 표현하기도 했어요. 그래야 할 것 같았거든요. 가끔  통화하면서 미칠 것 같은 상태가 되곤 했는데...

(뭔가.. 제 불행을 이야기하면서 저는 더 힘들어지는 타입인 것 같아요. 그런데도 외로워서 통화를 피하지 않는... )

결국은 그 친구한테 매정하게 쏘아붙이고 지금은 친구가 나가떨어진 상태예요.

저는 아직까지 미안하다는 마음이 없는 상태에서도.. 친구가 상처를 받았을까 봐서.. 미안하다고 사과한 상태고..

친구한테는 답이 없네요.

 

... 여전히 제주변에는 사람이 없고, 이제 그나마 꾸준하던 친구의 전화마저 끊긴 상황.

이런 상황이 편하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고.. 아리송해요.

좀 더 좋게 이야기했으면 어땠을까... 예전에 통화를 줄이고 주기적으로 만남을 갖자는 말을 해보기는 했는데.. 안 통했죠. 친구는 자신의 존재를 거부한다는 식으로 받아들이고.. 저는 그게 아니라는 식으로 변명;;

결국... 이렇게밖에 될 수 없는 사이였을까요?

종종 친구한테서 느끼던 감정은.. 정말 저라는 사람이 좋아서가 아닌..

언제나 전화를 받아줄 수 있는.. 사람, 어릴 때부터 애정결핍을 조금이나마 채워줄 수 있는 사람..

그 친구한테 나는 그런 사람이라는 생각... 그리고 나는 친구한테 그런 사람이 되고 싶지 않다..

... 결국 저는 그 친구를 좋아하지 않은 거겠죠?

 

세상에 태어나서.. 사람이라는 존재를 사귄다는 게.. 저한테는 참 힘드네요.

얼마나 진정성 있는 관계를 바라는 건지..

그런 게 있기는 한 건지..

아마도 평생 이렇게 혼자 외롭게 살겠죠?

저와 친구.. 둘다 미성숙한 사람들지만.. 저는 차라리 그 친구가 부러워요.

사람들을 무서워하고 기피하는 저보다는 끊임없이 사람으로 위로를 받고자 하는 그 친구가..

 

아직.. 그 친구가 제 삶에서 사라졌다는 사실이 실감도 안 나고.. 지금은 약간 홀가분한 기분도 들지만..

언젠가는 후회하게 될까요?

 

 

 

 

 

 

 

 

 

 

IP : 218.235.xxx.73
1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ㅡ.ㅡ
    '11.9.5 7:54 PM (118.33.xxx.102)

    그런 성향의 사람 친구라고 좋아할 사람 없어요. 부처님 아니고서야 지칠 게 뻔해요. 사람 관계 오고가는 거지.. 저렇게 일방적으로 들어주기를 바라고... 그것도 부정적인 얘기만 늘어놓는 사람 사회에서도 반가워하지 않아요. 본인의 문제가 뭔지도 모르고 언제나 서럽기만 한 사람... 자기의 문제 자기가 푸는 거지.. 쩝; 힘내시고요. 그런 사람과 곁에 있으면 똑같아지는 거에요. 물들어요.. 긍정적인 사람 만나세요. 한마디를 해도 긍정적인 에너지를 뿜는 사람..

  • 감사합니다~^^
    '11.9.5 11:27 PM (114.205.xxx.97)

    사실 제가 부정적이고.. 한마디를 해도 부정적인 에너지를 뿜는 사람 같아서.. 제 친구와 끝까지 잘 되고 싶었어요. 저 자신은 부정적인 사람이라도.. 긍정적인 사람을 만나야 하는 걸까요? 그 사람에게 죄를 짓는 것 같아서.. 점점 더 사람을 피하게 되네요. 어쨌든 댓글 감사합니다.

  • 2. ㅇㅇ
    '11.9.5 8:03 PM (116.33.xxx.76)

    책에서 읽은 구절이 떠올라 적습니다.
    "공생관계는 겉으로는 아무리 친해 보여도 마음 속에 무력감을 지닌 자들의 비정상적인 결합에 지나지 않는다."

  • 좋은 말씀
    '11.9.5 11:28 PM (114.205.xxx.97)

    감사해요~!

  • 3. ...
    '11.9.5 8:49 PM (118.137.xxx.173)

    비슷한 친구와 헤어져 본 경험 있어요.
    저도 원글님처럼 사람과 어떤 친밀한 관계를 제대로 맺어본 경험이 부족한 상태였고요.
    그 친구도 그랬어요. 부정적이고 의존적이고, 그렇다고 사람 자체가 악하지는 않고요.
    얼마전 82에서 본 글, 너무 착하기만 하면 타인의 악한면을 끌어낸다고... 딱 그런 면이 있는 친구였어요.
    그 친구 끊어내는 과정에서 저도 너무 많이 힘들고 고민하고 그랬는데,
    결국은 참 안좋게 냉정하게 끊었어요. 그 뒤 저는 전화번호도 바꾸고요.
    지금도 가끔 생각나는 친구이기는 한데... 그냥 그래요. 정말 저의 모든 긍정 에너지를 다 동원해도 힘든 친구여서, 나로서는 역부족 아니었을까... 그래도 사귀는 동안, 정말 최선을 다했다는 거 나는 알고 있으니까 그걸로 만족하자... 라고요.
    제목처럼, 안맞는 친구는 끝까지 맞춰지지가 않더라고요.

  • 감사합니다.
    '11.9.5 11:29 PM (114.205.xxx.97)

    말씀 공감 되요. 저로서는.. 역부족이었어요. 저보다 여러 모로 나은 친구였지만.. 잘 안 맞는 친구... 저와 맞는 친구를 찾아봐야겠어요.

  • 4. 너무
    '11.9.5 9:38 PM (175.114.xxx.13)

    자책하지 마세요. 그런 사람은 결국 제 풀에 떨어져 나가게 되어 있는 것 같아요. 우리 모두가 다 불완전한 인간인데 한 사람이 한 사람을 어떻게 끝까지 완벽하게 책임질 수 있겠어요?
    자신 스스로 언젠가 홀로 설 수 있는 날이 올 겁니다. 그러길 바라구요.
    원글님은 할 만큼 다 하셨네요.

  • 네..
    '11.9.5 11:30 PM (114.205.xxx.97)

    저도 저스스로 홀로 설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어요.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 5. 제가 겪어보니
    '11.9.6 2:01 AM (124.61.xxx.39)

    수시로 자기가 힘들때마다 위로받을려고 전화하는 사람들은... 그 위로가 필요 없어지면 가차없더군요.
    상대방이 힘들지 생각조차 없으니 얼마나 철없고 이기적인 족속인가요. 처음엔 참 솔직하다고 생각했는데 예의가 없는거였어요.
    저한테도 전화 걸어서 자신의 처지에 동의를 구하거나 무한한 응원만을 바라는 사람들이 있었죠.
    처음엔 걱정도 되고 안쓰러워서 진심으로 위로하지만 나중엔... 이것이 끊임없이 반복된다는걸 알게 됐어요.
    충고를 한다거나 반대의견을 보이면 엄청 서운해합니다. 자신을 달래주고 비위를 맞춰줄 하녀를 원하는것뿐이죠.
    스트레스를 혼자 가눌수 없어 당장 화를 풀어야 할때... 전화기를 드는 사람은 피하는게 상책이예요.

  • 맞아요.
    '11.9.6 3:22 PM (110.10.xxx.81)

    격하게 동의하고 갑니다. 저도 그런사람 알고 있었는데,자기가 힘들때는 온갖소리 반복해가며 위로만을 구하더니, 내가 너무 힘든 상황에 자기기분 나쁘게 했다고 적으로 돌아서면서 주위사람에게까지 나쁜사람 만드는데
    어처구니가 없더군요. 그런사람은 자기자신밖에 모르는 이기적인 사람이예요. 들어줄 필요가 없습니다.
    지금도 정말 끊기를 잘했다고 생각해요.

  • 6. 그냥..
    '11.9.6 6:26 AM (121.138.xxx.31)

    친구를 부담없이 사귀세요. 저두 님하고 비슷했는데요. 학교때 같은 우정은 점점 없어요. 그냥 만나서 그때그때 좋으면 되어요. 그리고 이렇게 한명한명 어긋나면 슬퍼지니까 여러명 사귀고 크게 기대는 마세요. 학교때 같은 우정은 어떤 큰곳에 소속이 되어 있고 나의 단짝이 있고 그 아이와 내가 하나의 보호막을 가질때 가능해요. 그런 우정을 다니 나누고 싶다면 소속감이 있는 큰무리로 가야 해요.

  • 7. 그냥..
    '11.9.6 6:28 AM (121.138.xxx.31)

    너무 우정에 대해 생각할필요 없어요. 이제 성인이자나요. 서로 기브엔테이크입니다 내가 원하는게 있고 그게 충족이 되면 친구이고 아니면 아니고요. 그 친구는 위로를 원한거에요. 그게 되니까 계속 전화한거고 그담에는 점점 원하는 위로가 안오니 관계를 끊어진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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