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의 논고 전문과 변호인의 변론 전문(이재용 재판 관련)
2017.08.08
어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삼성그룹 임원에 대한 특검측 구형이 있었습니다. 박영수 특검이 직접 법정에 나와 이재용에게 징역 12년, 다른 삼성 임원들에게는 10년 징역형을 구형했습니다.
저는 특검팀의 논고 전문과 이재용 변호인단의 변론 전문(글 말미에 첨부)을 모두 두 번 정독해 읽어 보았습니다. 특검팀 논고에는 추측과 주장만 있을 뿐 증거는 없고 모순이 가득하고, 법리보다는 국민여론에 의존하려는 경향이 강한 반면, 이재용 변호인단의 변론은 증거에 바탕한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반박이었습니다.
박영수 특검팀은 55회 공판을 거치는 동안에 그 차고 넘친다는 증거는 하나도 보여주지 못하고, 단 하나의 객관적 증거도 제시하지 못하다가 급기야는 사실과 다른 내용이 기소장에 있는 것이 이재용 변호인단에게 지적당해 공소장을 변경하기도 했습니다.
특검팀이 신청한 증인들조차 특검팀의 주장에 반하는 증언을 하는 일이 속출했고, 당초 특검에서의 진술은 특검이 불러주거나 당시 신문에 보도된 내용이 사실이라 생각해 그렇게 진술했었던 것이라는 특검측 증인들의 증언에 특검은 당황하기 일쑤였습니다.
빼도 박도 못하는 증거라든 안종범 수첩은 알고 보니 앙꼬 없는 찐빵에 불과했습니다. 오죽하면 재판부가 안종범 수첩은 직접 증거로 채택하지 않고 박근혜 대통령과 이재용 부회장이 독대한 사실이 있었다는 것을 입증하는 간접증거로만 채택했겠습니까? 박 대통령과 이재용 부회장이 독대한 사실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고 박 대통령이나 이재용측 어느 누구도 부정하지 않는 것이니 재판부가 간접 증거 채택했다는 것은 사실상 이 재판에서 안종범 수첩은 아무 증거가 되지도 않는다는 뜻과 마찬가지지요.
박영수 특검의 논고 전문은 이 논고문을 쓴 자들이 과연 검찰이고 법조인인가를 의심될 정도로 문제투성이의 내용으로 가득합니다. 일일이 지적하고 싶지만 그럴 가치도 느끼지 못하고 박영수 특검팀의 논고가 얼마나 허술하고 문제가 많은지는 중딩생만 되어도 금방 알아차릴 수 있을 것 같아 여러분께 특검의 논고 전문과 변호인단의 변론 전문을 비교해 보시길 권하는 것으로 대신하겠습니다.
[특검팀의 논고 전문]
1. 들어가는 글
먼저, 약 5개월 동안 준비기일을 포함해 무려 55회나 기일을 진행해주신 재판부의 노고에 진심으로 경의를 표합니다.
또한 이 자리를 빌려 이 사건 수사와 재판 과정을 관심 있게 지켜봐 주신 국민 여러분들께도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특별검사로서는 수사를 개시한 이래, 국정농단 사건의 실체적 진실이 밝혀지기를 바라는 국민적 여망에 따라, 사안을 확인하고 판단함에 있어서, 법률가로서 품격을 지키면서 편향된 가치와 시각을 갖지 않으려고 스스로 경계하면서 공소유지에 최선을 다하였습니다.
그러나, 재판과정을 통해 나타난 피고인들의 태도를 볼 때, 우리나라 GDP(국내총생산)의 18%를 차지하고 있는 1등 기업 삼성그룹이, 국가와 국민을 위하기보다는, 그룹 총수만을 위한 기업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떨쳐 버릴 수 없었습니다.
2. 이 사건의 의미
삼성그룹은 삼성전자를 비롯한 59개의 계열사로 이루어진 우리나라 최대의 재벌기업입니다. 대통령은 대기업 규제 등 경제정책을 비롯한 국정 전반에 있어 최고 결정권자입니다.
따라서 대통령과 삼성은 재벌 기업에 대한 규제와 지원을 두고 크고 작은 잠재적 현안으로 상호 긴장 관계에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의 ‘비즈니스 프렌들리’ 정책이나 박근혜 대통령의 ‘사내 유보금 과세 추진의 후퇴’ 등이 그 한 예라 하겠습니다.
그러나 더욱 거세진 ‘경제 민주화’ 바람은 재벌의 지배구조 개선이나 기업의 투명성 제고 등 재벌 개혁을 요구하게 되었고, 더군다나 삼성으로서는 2014년 5월 이건희 회장의 갑작스런 와병으로 인해 피고인 이재용의 경영권 승계와 삼성계열사에 대한 지배력의 안정적 확보는 시급한 지상과제가 되었습니다.
피고인 이재용의 이러한 현안해결의 시급성은, 집권 후반기에 들어서는 시점에서 최순실이 요청한 재단 설립이나 정유라의 승마 훈련, 영재센터 운영에 대한 박근혜 대통령의 자금 지원의 필요와 접합되어, 정경유착의 고리가 다른 재벌보다 앞서서, 강하게 형성되게 된 것입니다.
이에 따라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주도 아래 굴욕적으로 최순실의 딸에 대한 승마지원을 하게 되었고 미르재단, K스포츠재단 기금 조성 및 영재센터 후원 등에 적극적으로 지원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이 사건의 실체인바, 전형적인 정경유착과 국정농단의 예라고 규정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피고인들은 ‘승계 작업이라는 것은 특검이 만든 가공의 틀’이라고 하거나, ‘피고인 이재용 관여 사실이 없다‘고 하는 등 사실과 증거에 관한 근거 없는 주장이나 변명으로 디테일(detail)의 늪에 빠지게 하여 사건의 본질을 호도하고, 실체진실을 왜곡 시키려고 하였습니다.
3. 피고인들에 대한 범죄 성립 여부
이 사건은 ‘대통령으로부터 정유라 승마 지원 등을 요구받은 피고인 이재용이 대통령의 직무상 도움에 대한 대가로 거액의 계열사 자금을 횡령하여 300억 원에 이르는 뇌물을 공여한 사건’입니다.
피고인들은 그와 같은 뇌물공여 과정에서 국내 재산을 해외로 불법 반출하였고, 범행을 은폐할 목적으로 범죄수익을 은닉하였으며, 피고인 이재용은 국회에서 위증까지 하였습니다.
통상적으로 그룹 차원의 뇌물 사건에서 가장 입증이 어려운 부분은 돈을 건네준 사실과 그룹 총수의 가담 사실인데, 이 사건의 경우 피고인들 스스로 약 300억원을 준 사실과 피고인 이재용이 대통령과 독대한 사실 및 자금 지원을 지시한 사실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즉, 통상의 뇌물 사건에 있어서 입증이 가장 어려운 부분에 해당하는 두 가지 사실을 피고인들이 자인하고 있고, 그에 더하여 공판 과정에서 확인된 바와 같이 관련 증거들에 의해 독대에서 경영권 승계 등 현안에 대한 논의가 있었음이 입증되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대통령이 뇌물공여 기간 중에 진행된 경영권 승계 현안인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과 신규순환출자 고리 해소 문제, 엘리엇 대책 방안 마련 등과 관련하여 실제 도움을 준 사실까지도 입증되었습니다.
반면에, 피고인들이 대통령의 직무상 요구 이외에 개인적 친분 등 다른 사유로 이 사건 지원을 할 이유는 전혀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결국, 위와 같은 사실들에 의하여 피고인들이 대통령의 요구에 따라 교부한 이 사건 각 금원들은 대통령의 직무상 도움에 대한 부정한 청탁의 대가로 교부된 뇌물임이 명백하게 입증 되었습니다.
추가적으로, 본건 관련 증거들의 증명력 및 사실관계를 판단함에 있어 유의할 필요가 있는 몇 가지 사항에 대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우선, 최근의 기업 비리 사건들을 살펴보면 사후적으로 수사가 개시된 후에 증거인멸을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범행 당시부터 사후에 문제가 될 것을 대비하여 허위 용역 계약 등의 방법을 동원하여 범죄를 숨기기 위한 수단을 미리 준비해 두는 경향이 확인됩니다.
이 사건의 경우도 뇌물을 제공하면서 허위 용역계약 등을 통하여 뇌물 제공 사실을 은폐하는 장치를 마련해 두었는데, 피고인들이 진실이라고 주장하는 사실이 실체진실이 아닌 범행 은폐를 대비하여 사전에 허위로 만들어 둔 것은 아닌지 유의해서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이 사건 범행은 경제계의 최고권력자와 정계의 최고권력자가 독대자리에서 뇌물을 주고받기로 하는 큰 틀의 합의를 하고, 그 합의에 따라 삼성그룹의 주요 계열사들과 주요 정부부처 등이 동원되어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내용들이 정해지면서 진행된 범행입니다.
즉, 독대 자리는 큰 틀의 뇌물제공 의사 합치만 이루어지는 것이므로, 그 이후에 이루어진 개별적인 뇌물제공 과정에 대한 이야기까지 이루어지는 자리가 아니라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이 사건 관련자들의 진술 태도를 살펴보면, 범행 당시 최순실의 국정농단 사실을 잘 모르고 동원되었던 사람마저도 국정농단 사건에 관여된 사실 자체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염려 등으로 인하여 소극적인 진술 태도를 유지하거나 허위 진술을 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물론, 피고인 이재용의 지시에 따라 이 사건 범행에 가담한 삼성그룹 관련자들은 피고인 이재용의 범행 은폐를 위하여 적극적으로 허위 진술을 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본건에 있어서 가장 중요하며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증거는 객관적인 물증들이고, 관련자들의 진술 증거는 객관적인 물증에 의하여 뒷받침되는 등의 사정이 있는 경우에 한하여 그 신빙성을 부여해야 할 것입니다.
4. 피고인들 변명의 부당성
피고인들은 대통령에게 현안 해결을 위하여 부정한 청탁을 한 적이 없다고 하면서 본건 혐의 사실을 전면부인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피고인들의 주장은 객관적인 증거들에 반한다는 점이 재판 과정을 통하여 명백히 확인되었습니다.
그에 더하여 본건 자금 지원 경위를 비롯하여 피고인들의 주장은 수사과정과 재판 과정에서 수차례 번복되었습니다.
실체 진실은 하나일 것인데, 자신들의 경험을 설명함에 있어 그 주장 내용이 수사와 재판의 진행 단계에 따라 변경된다는 것은, 피고인들이 지속적으로 허위 주장을 하고 있기 때문임이 명백합니다.
또한, 피고인들은 본건 자금 지원에 대하여 대통령의 요구에 따라 어쩔 수 없이 교부한 것으로 직권남용의 피해자에 불과하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본건 수사와 재판을 통하여 확인된 바와 같이 피고인들의 본건 자금 지원은 2014년 9월 15일 최초 독대에서 형성된 상호 편의 제공의 합의에 따른 정경유착의 결과였습니다.
단순히 직무상 권한을 앞세운 대통령의 위협에 굴복한 것이라기보다는 대통령의 요구를 받고 이재용 피고인의 편법적 경영권 승계 등 여러 가지 도움이나 혜택을 기대하면서 자발적으로 자금 지원을 하게 된 것입니다.
그리고 이재용 피고인은 실제로 합병을 포함한 경영권 승계를 위한 현안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대통령의 도움을 받은 사실이 확인되기까지 하였습니다.
그에 더하여, 피고인들은 피고인 이재용과 대통령의 독대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피고인 최지성의 책임 하에 자금 지원이 이루어졌기 때문에 피고인 이재용은 지원 사실을 알지 못한다고 주장하였습니다.
그러나 피고인 이재용이 직접 대통령으로부터 자금 지원 요구를 받은 사실이 인정되는 상황에서, 총수의 전위조직인 미래전략실 실장이 총수의 승인없이 독단적으로 자금지원을 했다는 것은 경험칙이나 상식에 반하는 궁색한 변명입니다.
과거 기업범죄에서 총수를 살리기 위하여 전문경영인이 허위자백을 한 경우와 같이, 피고인들의 주장 역시 피고인 이재용을 살리기 위한 차원에서의 허위 주장에 불과합니다.
5. 피고인들에 대한 엄벌 필요성
재판장님, 피고인들의 이 사건 범행은 전형적인 정경유착에 따른 부패범죄로 국민주권의 원칙과 경제 민주화라고 하는 헌법적 가치를 크게 훼손하였습니다.
이 사건은 우리나라의 역사에 뼈아픈 상처이지만, 한편으로는 국민들의 힘으로 법치주의와 정의를 바로 세울 수 있는 소중한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제 하루 빨리 역사의 상처를 치유하고, 훼손된 헌법적 가치를 재확립하여야 합니다.
역사는 거짓말을 하지 않습니다. 대통령과의 독대라는 비밀의 커튼 뒤에서 이루어진 은폐된 진실은 시간이 지나면 드러나기 마련입니다.
최근에 ‘국정원 주도 댓글 사건’의 구체적 자료가 공개되듯이 대통령 기록물이나 공무상비밀이라는 이유로 감추어진 사실도 머지않아 명확히 드러날 것입니다. 그런데도, 피고인들은 수사 및 재판 과정에서 허위 진술과 진술 번복을 통하여 수사기관과 법원을 기망하려는 시도를 계속하고 있고, 피고인 이재용은 국정농단의 진상을 규명하려는 국회 청문회 석상에서 국민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위증까지 하였습니다. 삼성그룹은 2008년경 있었던 에버랜드 사건에 대한 재판 과정에서 ‘국가기관에서 여러 차례 허위 진술을 한 점에 대해 매우 부끄럽고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하면서 재판부와 국민 앞에 사과를 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들은 이 법정에서 허위 진술과 국민들이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피고인들은 권력과 유착되어 사익을 추구하는 그룹 총수와 그에 동조한 일부 최고경영진입니다. 이들은 본건 범행에 대하여 전혀 반성하지 않고, 국정농단 사건의 실체가 밝혀지기를 원하는 국민들의 염원마저 저버리고 있습니다.
6. 결어
이제 이들에 대한 공정한 평가와 처벌만이 국격을 높이고, 경제 성장과 국민화합의 든든한 발판이 될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끝으로 이 사건 법정에 ‘정의가 살아있음’을 보여주실 것을 기대하면서, 피고인들의 양형에 대한 최종 의견을 말씀드리겠습니다.
피고인들의 범행 중 재산국외도피죄의 법정형이 징역 10년 이상인 점, 피고인들이 범행을 부인하며 그룹 총수인 이재용 피고인을 위해 조직적으로 허위 진술을 하며 대응하는 등 피고인들에게 법정형보다 낮은 구형을 할 사정을 찾기 어려운 점, 특히 이재용 피고인은 이 사건 범행으로 인한 이익의 직접적 귀속 주체이자 최종 의사결정권자 임에도 범행을 전면 부인하면서 다른 피고인들에게 책임을 미루고 있는 점, 피고인들이 이 사건 뇌물공여에 사용한 자금은 개인의 자금이 아니라 계열사 법인들의 자금인 점 등 참작할 만한 정상이 전혀 없고, 최근 재벌 총수들에 대한 형사재판에서 법원칙과 상식, 그리고 대법원 양형기준에 따라 엄정한 처벌이 이루어지고 있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피고인들에 대해 다음과 같이 구형하겠습니다.
[변호인의 최후 변론 전문]
1. 소회
특검의 구형 의견을 들으니 마음이 무겁습니다. 어디에서 비롯된 것인지 모르겠지만, 피고인들과 삼성에 대한 특검의 오해와 불신이 너무 깊은 것 같아서 안타깝기도 합니다. 이 재판을 통해서 그러한 오해와 불신이 해소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변호인의 의견을 말씀드리겠습니다.
2. 이 사건 공소사실의 부당성
가. 이 사건 각 지원행위에 관하여
우선 특검은 사실관계를 잘못 파악하였습니다. 이 사건에서 피고인들은 승마, 재단, 영재센터 등 이 사건 각 지원행위를 한 사실을 부인하지 않습니다. 다만, 특검은 이 사건 각 지원행위와 관련된 사실관계를 왜곡하여, 그 성격을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있으므로, 이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기본적으로 이 사건 각 지원행위는, 대통령, 청와대, 김 종 차관 등에 의한 기업의 사회적 책임 요구에 따라 결정되고, 이행되었다는 공통된 성격이 있습니다. 그 지원 이후, 최서원과 그 측근들에 의해 변질됐다는 점도 비슷합니다. 특검은 피고인들이 처음부터 최서원과 대통령의 관계, 그리고 국정농단 사건 수사를 통해 비로소 밝혀진, 최서원의 대통령에 대한 영향력 등을 잘 알면서, 오히려 이를 이용하기 위해 지원을 하였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이는 증거에 의해 뒷받침되지 않는 특검의 일방적 주장일 뿐이라는 점이 이 사건 공판을 통해 확인되었습니다.
나. 부정한 청탁의 존부에 관하여
피고인들은 이 사건 각 지원행위와 관련해서 대가를 바란 일이 결코 없습니다. 사실 특검 주장의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이사건 각 지원행위를, 그 지원에 관계된 사람 중 누구도 생각해 본 적이 없는, 대가에 연결시키고 있다는 것입니다. 바로 존재하지도 않는 피고인 이재용의 승계작업입니다.
특검은 처음 출범 당시부터, 이미 삼성은 국정농단 사건의 피해자가 아니라, 오히려 국정농단의 기회를 이용해 이익을 취하였다는 시각을 갖고 수사에 임하였습니다.
여기에는 그간 우리 사회의, 삼성에 대한 막연한 선입견과 편견이 밑바탕에 깊게 자리잡고 있습니다. "피고인 이재용은 편법으로 경영권을 승계하려고 할 것이다",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은 총수 일가의 이익 극대화를 추구하기 위한 조직이다", "다른 기업이라면 몰라도, 정보력이 막강한 삼성이라면 당연히 최서원의 존재는 물론이고, 그의 대통령에 대한 막강한 영향력까지 미리 알았을 것이다"라는 등등이 그것입니다.
하지만 특검은 그동안 국정농단 특검이 아니라 삼성 특검이라고 불릴 정도로, 삼성그룹 전반에 걸쳐 강도 높은 수사를 하였고, 또 이미 수십여 차례에 걸친 공판이 진행되었음에도, 정작 이들 의혹 중 사실로 확인된 것은 하나도 없었다고 확신합니다.
다. 법리적 오류와 모순점
마지막으로 이 사건 공소사실이나 특검의 주장에는 심각한 법리적 오류와 모순점에 있다는 점입니다.
이 사건에는 특검이 주장하는 뇌물공여와 양립될 수 없는 여러 사정이 존재하므로, 간접증거들을 통해 이 사건 공소사실이 입증되었다는 특검의 주장은 전혀 성립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합니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뇌물이라 함은 공무원의 직무에 관한 불법한 보수 또는 부당한 이익을 말합니다. 따라서 어떠한 이익이 뇌물로서의 성격 즉, 뇌물성을 가지려면, 이익의 수수가 직무행 위에 관한 대가(반대급부)로서 이루어진 것이어야 합니다. 결국 (뇌물성의 내용을 이루는) "이익과 직무행위 사이의 대가관계" 여부의 판단은, 당해 이익에 관하여 수수 당사자가 과연 어떠한 의미를 부여하였는가라는 의사해석의 문제로 귀결됩니다. 모든 재판에서 그러하듯이, 당사자들의 행위에 대한 의사해석은 사건의 전후 사정을 치밀하고 모순 없는 논증을 거쳐 도출해야 합니다.
특검은, 대통령이 피고인 이재용의 승계작업 지원에 대한 대가로 이 사건 각 지원행위를 요구하고, 피고인 이재용은 이를 수락함으로써 대통령과 피고인 이재용 사이에서 이 사건 각 지원행위라는 뇌물수수에 관한 합의가 성립하였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이 사건 각 지원행위가 진행된 과정을 살펴보면, 이사건 각 지원행위가 결코 피고인 이재용의 승계작업 지원에 대한 대가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는 점을 금방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이 사건 각 지원행위가 피고인 이재용의 승계 작업 지원에 대한 대가라는 점과 양립할 수 없는 수많은 사정이 있습니다. 아래에서 핵심적인 사항들만 살펴보겠습니다.
우선 특검이 주장하고 있는 이 사건 공소사실은 대통령이 피고인 이재용의 승계작업에 도움을 주는 것을 대가로 승마 등의 지원을 요구한 것으로서, 전형적인 '요구형 뇌물' 사안에 해당합니다. 특검도 인정하고 있는 부분입니다. 그런데 정작 대통령은 그 실체도 모호한 '승계작업'이나 개별 현안들을 도와주기 위한 지시를 한 사실이 없고, 특검 또한 이를 입증할 만한 아무런 증거도 제출하지 못하였습니다. 공무원의 도움을 대가로 한 요구형 뇌물 사건에서, 그것도 그 공무원이 대한민국 대통령인 사건에서, 정작 뇌물을 요구한 대통령이 아무런 실질적인 도움을 주지 않았다는 것은, 대통령이 피고인 이재용을 상대로 사기 범행을 하였다고 인정하지 않는 이상, 뇌물수수의 합의가 성립하였다는 점과 도저히 양립될 수 없는 대표적인 사정입니다.
특히 2014년 9월 15일 1차 단독 면담 직후에는, 공소장에 승계작업을 위한 현안으로 적시된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 합병이 국민연금공단의 반대로 무산되었습니다. 2015년 7월 25일 2차 단독 면담 후인 2015년 10월 14일에는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의 결재까지 받아 삼성물산 주식 1천만주 처분 결정이 이루어졌습니다. 2016년 2월 15일 3차 단독 면담 직후에는 안종범 수첩에 '금융지주회사'라는 기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금융위원회는 종전의 입장을 그대로 고수하여 바로 다음 날 삼성에 불가통지를 하였고, 결국 삼성생명의 금융지주회사 전환 추진은 중단되고 말았습니다. 금융지주회사 건에 관해서는 정은보 금융위 부위원장이 이 법정에서 "안종범 수석이 너무 관심이 없어 서운했다"라고 증언하였을 정도로, 청와대는 전혀 관심조차 보이지 않았던 것입니다. 이처럼 이 사건 공소사실에는 대통령이 도움을 주는 대가로 이 사건 각 지원행위를 하기로 합의하였다고 기재되어 있으나, 실제로는 대통령이 도움을 준 사실이 전혀 없고, 오히려 단독면담 직후 개별 현안들이 삼성의 의사와는 달리 무산된 사례들까지 있다는 점 역시 뇌물수수의 합의가 성립되었다는 점과 절대 양립될 수 없습니다.
다음으로 이보다 더 중요한 의미를 갖는 사정이 있습니다. 공판과정에서 확인된 바와 같이, 이 사건 승마지원의 경우, 삼성은 박원오와 구체적인 지원논의를 시작할 때부터 용역사 수수료율을 인하하고, 선수단 규모 및 1인당 마필 지원 수량을 축소시키며, 훈련 기간 축소, 용역대금 감액 등 지원 규모를 축소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였습니다. 특검은 요구형 뇌물의 경우 공여자가 어쩔 수 없이 주는 것이기 때문에, 공여액을 축소하려고 하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합니다. 그러나 적어도 이 사건에서만큼은 특검의 그와 같은 주장은 전혀 설득력이 없습니다. 특검 주장에 의하면, 이 사건에서 뇌물의 대가는 다름 아닌 바로 특검 스스로 20년 전부터 추진되어 왔다고 하는 피고인 이재용의 '승계작업'에 대한 대통령의 도움입니다. 그토록 중요한 승계작업에 대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대가인데, 만나자마자 그 대가인 지원의 규모를 축소하기 위해 노력했다는 것, 전혀 뇌물수수 합의 사실과 양립될 수 없는 사정입니다. 특검 스스로 피고인 이재용의 승계작업을 위해 봉사하는 사람으로 치부하고 있는 피고인 최지성, 장충기, 박상진, 황성수가, 피고인 이재용의 승계작업에 대한 도움을 주는 대가로 대통령에게 제공하는 승마지원 비용을 깎으려 했다는 것이 과연 가당키나 한 일인지요? 한 마디로 어불성설입니다.
3. 마치며
변호인 주장의 결론입니다.
우선 피고인들은 대통령에게 어떠한 이익도 제공한 적이 없고, 그럴 의사도 없었습니다. 또한 이 사건 각 지원행위는 대통령으로부터 어떤 도움을 바라고 한 것이 아닙니다. 나아가 특검의 주장은 이 사건 각 지원행위의 경위를 비롯한 사실관계나 법리 적용에 심각한 문제점이 있습니다.
국정농단 사건은 대한민국 역사에서 참으로 불행한 사건이었습니다. 마땅히 진상이 규명되어야 하고 그 사태를 일으킨 당사자들은 응분의 대가를 받아야 할 것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법과 원칙을 벗어나면서까지 책임을 묻는 것이 허용되어서는 안 됩니다. 그것은 잘못을 바로잡는다는 명분 하에, 또 하나의 큰 잘못을 범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국정농단 사건에서 기업들은 피해자입니다. 헌법재판소는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에서 "대통령의 요구를 받은 기업은 현실적으로 이에 따를 수밖에 없는 부담과 압박을 느꼈을 것으로 보이고 사실상 대통령의 요구를 거부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아무런 법적 근거 없이 대통령의 권한을 이용하여 기업의 사적 자치 영역에 간섭한 대통령의 행위는 헌법상 법률유보 원칙을 위반하여 해당 기업의 재산권 및 기업경영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다"라고 판시하여, 기업들이 국정농단 사건의 피해자임을 인정했습니다.
특검은, 삼성은 다른 기업들과 다르게 국정농단 사태에 적극 편승하여 승계작업에 대한 이득을 얻었으므로, 그 경영자인 피고인들을 처벌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지만,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삼성과 피고인들은 대통령이나 최서원으로부터 어떠한 도움도 받은 적이 없고, 받으려고 생각해 본 일도 없습니다. 피고인 박상진은 부탁할 일 없느냐는 최서원의 제안을 일언지하에 거절하였습니다. 삼성 역시 다른 기업들과 다를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특검의 주장은 근거 없는 편견일 뿐입니다.
마지막으로 본 변호인은 무죄추정의 원칙을 다시 한 번 강조 하고 싶습니다. 헌법상 무죄추정의 원칙이 담고 있는 의미가 그리 단순하지는 않지만, 본 변호인의 짧은 소견으로, 무죄추정의 원칙을 지켰느냐 그렇지 않았느냐를 판단하는 기준은 단 한 가지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피고인의 주장이 진정 진실이라고 전제한 다음 증거를 보았는지, 아니면 검사의 주장이 진실일 것이라고 전제한 다음 증거를 보았느냐 하는 것입니다. 본 변호인의 이런 투박하고 거친 생각을, 정제된 언어로 완성 시켜 준 대법원 판결이 떠오릅니다. 너무나 많이 회자되어 이 자리에 계시는 모든 분이 잘 알고 있는 판결입니다. 이 판결을 인용하는 것으로 변론을 마무리하고자 합니다.
‘법원은 공평하고 공정해야 한다. 검사의 공소사실과 이를 뒷받침하는 증거들에서 보이는 여러 불일치, 모순, 의문에는 애써 눈감으면서, 오히려 피고인의 주장과 증거에는 불신의 전제에서 현미경의 잣대를 들이대며 엄격한 증명을 요구하는 것은 형사 법원이 취할 태도가 아니다. 형사재판을 담당하는 법원은 심리 과정에서 선입견 없는 태도로 검사와 피고인 양편의 주장을 경청하고 증거를 조사하여야 하며, 그 결과를 바탕으로 헌법상 요구되는 형사재판의 원리인 무죄추정의 원칙에 따라 유·무죄를 판단하여야 한다.’
본 변호인은 피고인들을 사실상 유죄로 추단하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피고인들이 무죄임을 밝혀 나가는 과정이 참으로 힘들었지만, 한순간도 피고인들이 무죄임을 의심하지 않았습니다. 부디 피고인들에게 이 사건 공소사실 전부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오랜 시간 경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