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펌]교육관련 진짜 공감하는 기사..
음 조회수 : 1,068
작성일 : 2017-08-06 15:48:26
따뜻한 개천으로 내려오든가!!
내가 사는 서울 동작구의 작은 보습학원 앞에는 몇 년째 똑같은 현수막 하나가 내걸려 있다. ‘축! ○○고 ○○○양 서울대 ○○과 합격.’ 굳이 분류하자면 하위권 학과에 해당하지만, 최초의 서울대 합격생을 배출한 동네학원 원장님의 벅찬 보람과 긍지가 자간마다 흘러 넘친다. 출퇴근길 지나칠 때마다 나도 모르게 흐뭇한 웃음이 삐져나오며 혼잣말을 다 중얼거릴 정도. ‘○○아, 공부는 잘하고 있니? 훌륭한 사람으로 자라 한국사회의 역군이 되어다오. 강남 금수저들한테 기죽지 말고.’ 남들은 저런 플래카드가 눈꼴사납다지만, 나는 볼 때마다 대치동에 가지 않은 ○○양과 그 부모님, 학원 원장님의 어깨를 안아주고 싶은 기분이다. 학군 안 좋은 평준화 지역 일반고에서 동네학원에 다니며 이룬 저 성취가 더 없이 대견하다.
어떤 반론들이 나올지 능히 짐작하고도 남는다. 서울대 입학이 성취의 잣대가 되는 구시대적 학벌 이데올로기를 타파해야 한다, 교육을 신분상승의 수단으로 보는 저렴한 사고방식에 한숨이 나올 지경이다, 개천에서 용 나기보다는 살 만한 개천을 만드는 데 주력해야 한다 등등. 말인즉슨 구구절절 옳다. 그러나 발화(發話)라는 행위는 그 내용보다 형식, 주체, 시점, 상황이 더 많은 정보를 발신한다. 누가 저 말을 하는가. 왜 저 말을 하는 사람들은 한결같이 대학교수들이며, 거개가 서울대를 나왔고, 자기 자식을 특목고와 로스쿨, 의전원에 보낸 사람들인가. 개천에서 용 난다는 말을 싫어한다는 사람들 중 개천 출신을 본 일이 없다. 모두가 용이 될 필요가 없다고 웅변하는 사람들의 마지막 문장 뒤엔 ‘그러나 나는 어쩔 수 없이 저절로 용이 되고 말았네. 미안~’이 생략돼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악의적 생각마저 든다.
교육은 역사상 신분상승의 수단이 아니었던 적이 한번도 없다. 그것만이 교육의 목적이라고 말하면 옳지 않으나, 그리 돼서는 안 된다고 말하는 것도 위선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왜 교육만이 성공의 사다리인가, 교육 말고도 개천에서 강으로 거슬러 오를 더 많은 사다리들이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이지, 교육은 신분상승의 수단이 아니라며 사다리를 걷어차는 것이 아니다. 게다가 자신과 그 자식은 이미 올라온 사다리. 개천용 반대론자들에겐 개천의 정서에 대한 이해가 너무 부족하다. 유토피아적 미래를 그려내는 논리적 전망만 승할 뿐 현재를 지배하는 가난의 울분을 너무 모른다. 그러니 내가 하는 사교육은 아이의 재능을 꽃피워주려는 고상한 욕망이고, 네가 하는 사교육은 신분상승에 목을 건 저렴한 욕망이 된다.
내 주제에 이만하면 용이지 생각하는 나로서는 개천에서 아등바등 기어올라 여기라도 와보니 이렇게 좋을 수가 없다. 이곳은 살기가 이토록 좋구나. 내 가족, 친구, 친척, 이웃들도 다 건너오면 좋겠다, 나만 건너와 슬프고 미안하고 외롭다, 교육 말고 다른 방편으로 이 강을 건널 수는 없을까, 여러 가지 생각이 든다. 개천용들은 쉽게 개천을 저버린다고 ‘내추럴 본 드래곤’들은 함부로 말하지만, 떠나 돌아오지 않을지언정 한 명이라도 더 위로 올려 보내고 싶은 게 개천의 애틋한 마음이다.
“모두가 용이 될 수 없으며, 또한 그럴 필요도 없다. 더 중요한 것은 용이 되어 구름 위로 날아오르지 않아도, 개천에서 붕어, 개구리, 가재로 살아도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것이다. 하늘의 구름 쳐다보며 출혈경쟁 하지 말고 예쁘고 따뜻한 개천 만드는 데 힘을 쏟자!” 몇 해 전 트위터에서 화제가 됐던 어느 유명인사의 문장들이다. 그의 말마따나 모두가 용이 될 수는 없다. 그러나 아직 모두가 용이 될 필요가 없는 사회는 도래하지 않았다. 너희들은 올라오지 말라는 사다리 걷어차기가 아니라면, 개천용을 더 이상 꿈꾸지 말라는 말을 아직은 할 때가 아니라는 말이다. 정히 그 말을 하고 싶다면, 당신들이 먼저 아이들 손 꼭 잡고 개천으로 내려오라. 아직은 개천이 따뜻하지 않아 올 수 없다면, 그 입 다물라.
박선영 기획취재부 차장대우 aurevoir@hankookilbo.com
IP : 175.125.xxx.42
7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
'17.8.6 3:53 PM (119.207.xxx.31) - 삭제된댓글따듯한 개천이고 뭐고 간에 4차 혁명의 밀물은 뭘로 막을지.....
이미 슈퍼리치들이 그자리 다 차지하고
개천은 다 마라 버릴듯..
기본 소득 주면 그거 쓰면서 아등바등이겠죠...2. 동감해요
'17.8.6 4:15 PM (211.246.xxx.89)그 입 다물라22222
누가 쓰신 칼럼인지 읽다보니 눈물이 나네요
개천의 용
누구 눈에는 천박해 보여도 전 참 장하게 느껴지네요
따뜻한 개천에서 행복하게 살라고
그걸 왜 니들이 정하냐? 개천에서 살든 말든 그건 나랑 내새끼가 정할 일이지 그냥 셧업하시고 가만히들 계시거라!3. 동감
'17.8.6 4:17 PM (211.246.xxx.89)개천에서 용나는거 촌스럽다더니
지자식은 꾸역꾸역 대치로 보내서 서울과고 입성시켰네요
니자식은 개천출신 아니라는거냐? 누구 눈에는 너도 개천것이야~~~그러니 좀 입다물고 있어라 제발4. ㅇㅇㅇ
'17.8.6 5:00 PM (114.200.xxx.23)개천에서 용나고 서울대 나와서 나중에 괴물만 안되면 됩니다.
우병우처럼5. ㅇㅇㅇ
'17.8.6 5:03 PM (114.200.xxx.23)우병우처럼 아무리 똑똑하고 좋은대학 나와도 인성이 괴물이면 성공한 삶이라고 할까요?
그들에겐 권력과 돈이 성공한 삶이라고 하겠죠
문재인대통령처럼 흙수저로 태어나 찢어지게 가난하게 자랐지만 항상 올바름과 정의와 인권을 위해 살아온 삶이 더 가치가 있다고 봅니다. 결국 그러한 삶이 국민들이 알아보고 대통령을 만들어 주었죠6. 참나
'17.8.6 5:05 PM (183.104.xxx.108) - 삭제된댓글요즘 하나에 물고 뜯고 흥분하고 ㅠㅠ
많이 과해요. 왜 그럴까요?7. 돌돌엄마
'17.8.6 7:07 PM (222.101.xxx.26)캬 명문이네요 퍼가고 싶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N
| 번호 | 제목 | 작성자 | 날짜 | 조회 |
|---|---|---|---|---|
| 716667 | 삼풍백화점 기묘한 일화 60 | .... | 2017/08/08 | 34,470 |
| 716666 | 동사무소 하나 더. 11 | ^^ | 2017/08/08 | 1,618 |
| 716665 | 인버터 에어컨 별로네요. 8 | ... | 2017/08/08 | 4,418 |
| 716664 | 오늘 서울...시원하네요. 9 | 알리 | 2017/08/08 | 2,445 |
| 716663 | 이재명 와이프 얘기 나온김에 말투가 딱 아들 엄마같았는데요 7 | 아들엄마 | 2017/08/08 | 4,360 |
| 716662 | 북유럽 여행 환전문의 (패키지여행8박9일) 7 | 점만전지현 | 2017/08/08 | 2,396 |
| 716661 | X얘기해서 죄송한데요... 4 | .. | 2017/08/08 | 1,169 |
| 716660 | 배현진은 누가 밀어주는거예요? 26 | ... | 2017/08/08 | 9,437 |
| 716659 | 명탐정 코난. 슈퍼베드3 뭐가 나은가요? 3 | ... | 2017/08/08 | 617 |
| 716658 | 길 물어보던 아저씨한테 봉변당해ㅛ어요. 14 | 화나 | 2017/08/08 | 7,657 |
| 716657 | 자기조절력이 인력으로 힘든가요? 16 | aa | 2017/08/08 | 2,042 |
| 716656 | 다리가 저리고 아픈데.. 3 | 다리 | 2017/08/08 | 1,139 |
| 716655 | 지리산 둘레길 추천해주세요 1 | 바람 | 2017/08/08 | 1,130 |
| 716654 | 근종수술후 갱년기 생기나요? 10 | 아고 몸땡아.. | 2017/08/08 | 2,225 |
| 716653 | 마음이 풍성해지는 책 추천해주세요. 5 | 사월의비 | 2017/08/08 | 1,246 |
| 716652 | 결혼할 때 부모님 도움 받는 사람들 비난했어요.. 17 | 00 | 2017/08/08 | 8,294 |
| 716651 | 진짜 대화하기가 싫은데, 정상인지 봐주세요 4 | 미친다 | 2017/08/08 | 1,686 |
| 716650 | 누가 뭐래도 저는 82가 좋네요 2 | ㅇㅇ | 2017/08/08 | 660 |
| 716649 | 실시간 검색어에 있어야되지않나요? | 정말 | 2017/08/08 | 467 |
| 716648 | 맛없는 땅콩으로 땅콩 조림 만들면 맛없을까요? 6 | 땅콩 반찬 | 2017/08/08 | 879 |
| 716647 | 정말 궁금한데요. 남편들 9 | 인간노릇 | 2017/08/08 | 3,319 |
| 716646 | 비정규직 정규직화, 확대되네요. 16 | 역시 | 2017/08/08 | 3,037 |
| 716645 | 부산에 가구 만드는 블로그 2 | ,, | 2017/08/08 | 1,057 |
| 716644 | '츤데레' 집사 손혜원 4 | 길냥이들 | 2017/08/08 | 2,011 |
| 716643 | 말줄임 사전이라도 만들까요? 이해되지 않는 말줄임! 23 | 여름가운데 | 2017/08/08 | 1,925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