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가게에서 알바하는 여자애지요
92년생이니..올해 딱 스무살 된 아이입니다
어리다면 한참 어리고 앳띄다면 또 얼마나 앳띈가요..
첨에 사람이 너무 급해서 빨리 구한다고 구하던 찰나에..이 여자애가 들어오게 됐어요
처음 봤던날..너무 애같고..여리여리해서..과연 일을 할수 있을까 싶었죠
물론 정말 첨엔 어리버리했어요
불은 언제 끄고 켜는지 아무리 알려줘도 자꾸 까먹거나 카운터를 봐야하는데 돈계산을 몇백원 몇천원
더 남기기도 하고 그럤죠
손님들한테 인사하는 목소리도 모기만해서..좀더 크게 하라고 시키면 겨우 앵앵거리는 한톤정도만 높이고 그랬죠
정말 아이같기도 했는데,,나중에 찬찬히 집안사정을 알고보니..어머니가 안계시더라구요
어머니가 중학교때쯤 아버지와 헤어지신거 같고..집을 나가셨나보더라구요
아버지와 남동생을 두고 자랐는데 아버지는 맨날 일나가고 일도 일정치않아 형편이 너무 가난한거였죠
아주 어렵게 학교를 다녔고 그 와중에도 그림에 소질이 있어 미술학원 한번도 안다녔는데 디자인과에 붙었더군요
그렇게 대학에 딱 들어왔는데(올해) 한학기만 다녀보고 너무 힘들어서 휴학계를 냈다고 하더군요
과제도 너무 많고 벅찼나봅니다 게다가 엄마도 안계신대 누가 챙겨주고 먹여주고 입혀주고 깨워주고 다 하겠습니까
혼자 한다고 하다가 너무 힘들어 학교는 일단 1년 휴학계를 내고 여름방학에 우리 가게에 알바로 들어오게 된거죠
등록금도 벌어야하고 집안형편이 좋지 않아서 첨 들어올때부터 사실 인상이 조금 어두웠어요
스무살 답지 않은 그늘이 눈아래에 그리고 수심이 가득차 보이는 눈빛..
집이 그렇게 어려울지 몰랐기에..나중에 하나씩 사실을 알면서 저도 최대한 챙겨줬어요
점심시간에 중간중간 밥싸가고,.과일 꼬박꼬박 챙겨먹이고,,음료나 과자 빵같은거,,옥수수 삶은거.,
집에 먹을게 하나도 없어서 굶고 일하러 나오는거 알아서 마른반찬도 몇가지 만들어서 보내고 했어요
그 아이가 찬찬히 보니 일을 참 잘하더라구요
커피도 잘타고 씻는것도 어찌나 야물딱진지..걸레 하나 빠는거보고 감탄했죠
세제를 어떻게 쓰는지 쟁반하나 닦는것도 허술하지 않더라구요
물건이 비어있으면 빠르게 채워두고 유리창도 잘 닦고 테이블도 마치 주부 일 몇년한 엄마들처럼 그렇게 깨끗하게
닦는겁니다 스무살이 이러기 정말 쉽지 않죠
누구말대로 스무살땐 진짜 엄마가 꺠워주고 밥먹여주고 입혀줘야 대학도 간신히 다니고 집에서 티브이보고
엄마한테 떼쓰며 용돈타고 사고싶은거 사고 이런애들이 태반인 마당에..
특히나 요즘 태어난 애들..옛날보다 의지박약이 곱하기 한 두배는 너끈히 될꺼에요
얼마나 하기 싫은일이 있음 조금이라도 하기 싫어하고 끈기가 부족합니까
근데 이 아이는 참으로 일하는 머리를 알고 있더라구요
스무살 알바 툭하면 자기 일있다고 빠지기도 잘하고 청소도 요령피우고 일도 잘하지 못해서
괜찮은 아이 구하기가 하늘에 별따기라는데..우리가게에 와준 이 아이가 참으로 고맙기만 하네요
가정이 어렵고 형편이 어려워서일까요
조금은 일찍 철이 든것 같기도 합니다 아직 아무것도 아닌것에도 잘웃고 철없는 스무살의 환한 웃음도 띄고 있지만,,
그래도 그 얼굴 전체에서 묻어나는 힘든 기운은 알 수 있거든요
하지만 어디 내놔도 지금 일하는걸 보면 한 10년은 더 빠른 아이같군요
화장도 할줄 모르고 옷입는것도 너무나 수수하고 다 낡은 가방하나를 들고 다닙니다 낡은 운동화를 신구요
또래애들 진한 화장에 여성스러운 옷에 한창 꾸미고 놀러다니고 싶을때,,
하루도 안빠지고 매일 가게에 나와서 저렇게 성실하게 일하는 모습을 보니..참 마음도 한켠 시큰해지구요..
성격은 또 얼마나 착한지..제가 그 반찬 몇가지랑 먹을것 좀 챙겨준다고..고마워 하면서
자기 월급탄 이후 저한태 참 귀여운 핸드폰 악세사리 선물도 사들고 왔더라구요 ㅎㅎ
집에서 짬날때 만들었다면서 직접 찹쌀가루를 반죽해서 경단떡같은것도 만들어오구요
거의 살림살이는 다해본 아이처럼 참 뭐랄까..그 어린나이임에도 일하는건 엄마같죠
아마..중학교시절부터 엄마가 없어서..줄곧 혼자 다 해왔을텐데..그래서 마음 한켠 얼마나 주눅들고 소심함도 있을지..
엄마가 있는 아이와 없는 아이의 그 알수없이 차이나는 미묘한 성격들이 있죠..
참 밝지만..살짝 어두워보이는 속내를 감추고 있는 모습..
그 아이가 너무 착하고 일도 잘해서 좋지만..저렇게 착한 아이를 두고 그 엄마는 어디갔나싶습니다
정말 세상엔..말도 안되는 일이 많이 일어나고 있죠..
그 아이를 보면서..참 맑고 순수했던 옛날 시절을 떠올려보게 만들어요
돌아갈수 없는 스무살의 연민은 왜이렇게 애틋하고 울컥할까요..
암튼 요즘 참으로 발랑까지고 그냥 막살고 막노는 스무살도 많다지만..우리 가게에서 일하는 그 아이처럼
착하고 맑은 영혼을 가진 스무살도 이땅에 존재하고 있다는걸 알려드리고 싶어서 몇자 써보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