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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요즘 20살과 너무 다른 20살 여자애가 있어요

알려주고싶어서 조회수 : 3,928
작성일 : 2011-09-05 14:03:10

 

 

 

저희 가게에서 알바하는 여자애지요

 

92년생이니..올해 딱 스무살 된 아이입니다

 

 

어리다면 한참 어리고 앳띄다면 또 얼마나 앳띈가요..

 

첨에 사람이 너무 급해서 빨리 구한다고 구하던 찰나에..이 여자애가 들어오게 됐어요

 

처음 봤던날..너무 애같고..여리여리해서..과연 일을 할수 있을까 싶었죠

 

 

물론 정말 첨엔 어리버리했어요

 

불은 언제 끄고 켜는지 아무리 알려줘도 자꾸 까먹거나 카운터를 봐야하는데 돈계산을 몇백원 몇천원

 

더 남기기도 하고 그럤죠

 

손님들한테 인사하는 목소리도 모기만해서..좀더 크게 하라고 시키면 겨우 앵앵거리는 한톤정도만 높이고 그랬죠

 

 

정말 아이같기도 했는데,,나중에 찬찬히 집안사정을 알고보니..어머니가 안계시더라구요

 

어머니가 중학교때쯤 아버지와 헤어지신거 같고..집을 나가셨나보더라구요

 

아버지와 남동생을 두고 자랐는데 아버지는 맨날 일나가고 일도 일정치않아 형편이 너무 가난한거였죠

 

아주 어렵게 학교를 다녔고 그 와중에도 그림에 소질이 있어 미술학원 한번도 안다녔는데 디자인과에 붙었더군요

 

그렇게 대학에 딱 들어왔는데(올해) 한학기만 다녀보고 너무 힘들어서 휴학계를 냈다고 하더군요

 

 

과제도 너무 많고 벅찼나봅니다 게다가 엄마도 안계신대 누가 챙겨주고 먹여주고 입혀주고 깨워주고 다 하겠습니까

 

혼자 한다고 하다가 너무 힘들어 학교는 일단 1년 휴학계를 내고 여름방학에 우리 가게에 알바로 들어오게 된거죠

 

 

등록금도 벌어야하고 집안형편이 좋지 않아서 첨 들어올때부터 사실 인상이 조금 어두웠어요

 

스무살 답지 않은 그늘이 눈아래에 그리고 수심이 가득차 보이는 눈빛..

 

집이 그렇게 어려울지 몰랐기에..나중에 하나씩 사실을 알면서 저도 최대한 챙겨줬어요

 

점심시간에 중간중간 밥싸가고,.과일 꼬박꼬박 챙겨먹이고,,음료나 과자 빵같은거,,옥수수 삶은거.,

 

집에 먹을게 하나도 없어서 굶고 일하러 나오는거 알아서 마른반찬도 몇가지 만들어서 보내고 했어요

 

그 아이가 찬찬히 보니 일을 참 잘하더라구요

 

커피도 잘타고 씻는것도 어찌나 야물딱진지..걸레 하나 빠는거보고 감탄했죠

 

세제를 어떻게 쓰는지 쟁반하나 닦는것도 허술하지 않더라구요

 

물건이 비어있으면 빠르게 채워두고 유리창도 잘 닦고 테이블도 마치 주부 일 몇년한 엄마들처럼 그렇게 깨끗하게

 

닦는겁니다 스무살이 이러기 정말 쉽지 않죠

 

 

누구말대로 스무살땐 진짜 엄마가 꺠워주고 밥먹여주고 입혀줘야 대학도 간신히 다니고 집에서 티브이보고

 

엄마한테 떼쓰며 용돈타고 사고싶은거 사고 이런애들이 태반인 마당에..

 

특히나 요즘 태어난 애들..옛날보다 의지박약이 곱하기 한 두배는 너끈히 될꺼에요

 

얼마나 하기 싫은일이 있음 조금이라도 하기 싫어하고 끈기가 부족합니까

 

 

근데 이 아이는 참으로 일하는 머리를 알고 있더라구요

 

스무살 알바 툭하면 자기 일있다고 빠지기도 잘하고 청소도 요령피우고 일도 잘하지 못해서

 

괜찮은 아이 구하기가 하늘에 별따기라는데..우리가게에 와준 이 아이가 참으로 고맙기만 하네요

 

가정이 어렵고 형편이 어려워서일까요

 

조금은 일찍 철이 든것 같기도 합니다 아직 아무것도 아닌것에도 잘웃고 철없는 스무살의 환한 웃음도 띄고 있지만,,

 

그래도 그 얼굴 전체에서 묻어나는 힘든 기운은 알 수 있거든요

 

하지만 어디 내놔도 지금 일하는걸 보면 한 10년은 더 빠른 아이같군요

 

화장도 할줄 모르고 옷입는것도 너무나 수수하고 다 낡은 가방하나를 들고 다닙니다 낡은 운동화를 신구요

 

또래애들 진한 화장에 여성스러운 옷에 한창 꾸미고 놀러다니고 싶을때,,

 

하루도 안빠지고 매일 가게에 나와서 저렇게 성실하게 일하는 모습을 보니..참 마음도 한켠 시큰해지구요..

 

성격은 또 얼마나 착한지..제가 그 반찬 몇가지랑 먹을것 좀 챙겨준다고..고마워 하면서

 

자기 월급탄 이후 저한태 참 귀여운 핸드폰 악세사리 선물도 사들고 왔더라구요 ㅎㅎ

 

집에서 짬날때 만들었다면서 직접 찹쌀가루를 반죽해서 경단떡같은것도 만들어오구요

 

거의 살림살이는 다해본 아이처럼 참 뭐랄까..그 어린나이임에도 일하는건 엄마같죠

 

아마..중학교시절부터 엄마가 없어서..줄곧 혼자 다 해왔을텐데..그래서 마음 한켠 얼마나 주눅들고 소심함도 있을지..

 

엄마가 있는 아이와 없는 아이의 그 알수없이 차이나는 미묘한 성격들이 있죠..

 

참 밝지만..살짝 어두워보이는 속내를 감추고 있는 모습..

 

그 아이가 너무 착하고 일도 잘해서 좋지만..저렇게 착한 아이를 두고 그 엄마는 어디갔나싶습니다

 

정말 세상엔..말도 안되는 일이 많이 일어나고 있죠..

 

그 아이를 보면서..참 맑고 순수했던 옛날 시절을 떠올려보게 만들어요

 

돌아갈수 없는 스무살의 연민은 왜이렇게 애틋하고 울컥할까요..

 

암튼 요즘 참으로 발랑까지고 그냥 막살고 막노는 스무살도 많다지만..우리 가게에서 일하는 그 아이처럼

 

착하고 맑은 영혼을 가진 스무살도 이땅에 존재하고 있다는걸 알려드리고 싶어서 몇자 써보았어요..

 

 

 

 

 

 

IP : 59.6.xxx.65
17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그러게요
    '11.9.5 2:07 PM (175.117.xxx.75)

    그런 사람이 있으면 만감이 교차하죠.
    그런 아이를 만난게 님한테도 인복이고
    그런 시선으로 봐주는 님을 만난게 그아이에게도 인복이겠네요

  • 2. ㅁㄴㅇㅁㄴㅇ
    '11.9.5 2:12 PM (115.139.xxx.37)

    대견하면서 맘이 아프네요 ㅠㅠㅠㅠㅠ
    엄마 없는 빈자리..
    집안일 직접 하느라 그 어린나이에 야물게 일하는 습관이 밴거 같아서 ㅠㅠㅠㅠ
    그래도 그 습관 자체가 아이의 인생에 큰 도움이 될겁니다.
    행복하게 잘 크길..

  • 3. ...
    '11.9.5 2:12 PM (220.71.xxx.187)

    시어머니는 아들 졸업시키면 단물을 빼먹어야 하는데,그걸 못해서 그럴수가 있어요..
    지방에서 서울 유학보내고,
    비싼 사립대 약대 졸업하고 서울로 유학보냈다면 내심 기대했을겁니다..
    아들이 대학원 졸업하자마자 취직해서 생활비를 보내준다거나,아니면 잘난 아들덕에
    이것저것 해오는 며느리를 말이예요..
    아들이 취직한 동안은 생활비를 바라고,결혼할쯤에는 이것저것 해오는 며느리를요..

    남편이 원글님댁에서 집을 주겠다고 하자,결혼에 유보적인 반응이 변한것도 이해갑니다.
    그런 부모의 마음을 알기때문에 결혼을 할수가 없는거죠.
    그런데 누가 공짜로 집을 준다고 합니다.원글님이라면 그걸 마다할까요?
    언제 돈을 벌어서 언제 집 장만할 돈을 모아서 결혼할지 모르는데(7-8년뒤에 결혼하자는 말은
    상징적인 말이고,그 뒤로도 할수 있을지 그것도 알수 없음)
    하나의 고민거리는 사라진 거잖아요..

    남편분은 한마디로 취집을 한겁니다..
    저런타입들이 교묘하게(아랫사람인 니가 낮추어야 한다는 말로 부인의 기를 꺽을려고 함)
    아내탓을 하면서,자기 실속은 다 차릴겁니다.


    남편의 입장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거예요..
    부모의 혜택을 받아서 어렵게(?)학교를 졸업했기때문에 부모의 기대를 져버릴수 없는거구요..
    또 아내한테는 자존심을 꺽고 싶지 않은거구요..
    나름 지방에서는 유학온 프라이드가 있는데요...

    차이나는 결혼이란게 그래서 어려워요..
    님네는 결혼할 집을 마련했기때문에,시댁이 바라는 예단을 안해줬을수 있고(이건 님쪽에서는 당연한거지만,
    그쪽에서는 못받아서 서운한거죠)
    님 친정이나 님쪽에서는 해갈거 다 해가고도
    빛이 안나는거죠..
    친정에서 집해준게 윗님 말대로 아들며느리 좋으라고 해준거지,시댁에 해준게 아니잖아요..
    그러니까 시댁에서는 자기네가 받은건 별로(?)없는데
    뭔가 꿀리고,다 키운 고기를 뺐았기거나 놓친 꼴입니다...

    문제는 결혼한지 얼마 안되서 정이 떨어져서 이혼할 정도는 아니라는거예요..
    있는 사실만 봤을때는,결혼 십수년차 되는 사람들은 이게 이혼감이지만(살아봐도 답이 없으니까)
    결혼1년차는 그게 실감이 안난다는거죠..
    그리고 친정부모님도 믿었던 사위에 대한 기대감이 아직은 있을것도 같구요..
    원글님도 편하고 유복하게 자라서,
    없는(?) 사람의 마음을 잘 몰랐던 거예요..그래서 더 이해가 안되구요...

  • -.-
    '11.9.5 2:17 PM (175.124.xxx.122)

    아이도 예쁘고 지켜봐주는 분도 예뻐서 눈물까지 핑 돌았구만 굳이 이런 댓글로 재를 뿌릴 거까지...-.-

  • 밥맛
    '11.9.5 2:23 PM (115.140.xxx.148)

    아,.,,진짜 이런 댓글 달고 사는 사람은 어떤 사람들인지..

  • 세세한
    '11.9.5 5:26 PM (175.112.xxx.108)

    정보라고 할거 까지야.
    세세한 정보인데도? 아무리 봐도 전 그애가 누군지 모르겠고
    그냥 이쁘고 안스러운 스무살짜리와
    마음 따뜻하고 고운 아줌마만 떠오르는구만요.

  • 4. //
    '11.9.5 2:12 PM (124.52.xxx.147)

    딱 우리 딸 아이 같은 아이네요. 본성이 착한 아이는 따로 있더라구요. 나중에 잘 되리라 믿어요. 착하고 부지런한 아이는 어디 가서나 사랑 받으니까요.

  • 5. ㅇㅇ
    '11.9.5 2:13 PM (211.237.xxx.51)

    아 너무 너무 예쁜아이네요.
    저도 비슷한 아이 한명 알아요.
    가정형편이 어렵고.. 아빠는사고치고 엄마는 집나갔다던데...
    제가 일했던 병원 구내식당에서 일해요..
    조리사 자격증 5개 다 따고요.. 20살때부터 일해서 지금 23살이네요.
    새벽부터 밤까지 오버타임 수당받아가면서 열심히 일하네요..

    정말정말 예뻐요 아이가. 마음도 마음이지만 외모가.. 배우 할정도의 수준으로 예쁘네요...
    박보영 닮았는데 그렇게 예쁜아이가 험한일 마다않고 열심히 사네요..
    요즘 아이들 같으면 쉽게 돈버는길로 갔을텐데..
    아빠가 교도소 있다는데 아빠 뒷바라지며, 같이 사는 사촌동생 뒷바라지까지.. ㅠㅠ

    어른을 부끄럽게 하는 아이에요..

  • 6. 사랑합니다
    '11.9.5 2:22 PM (115.140.xxx.148)

    눈물이 핑도네요...휴학하고 서울서 혼자 알바하면서 자기 앞길 자기가 뚫겠다는 딸아이...
    알바하면서 ,언제나 점주들이 기특하고 야무지다고 , 더 데리고 있고 싶어한다더군요.
    딸아이 생각나네요/
    님이 따뜻하게 품어주시니 감사해요...젊은시절 ,젊어서 더 힘든 격랑의 그 시기.
    사회는 왜그리 매몰차고 차갑던지...따뜻한 어른한명,,친절한 마음 한번이 오랜시간이 흘러도 기억에 남고
    그 힘든시절을 아름다웠다라고 위안하게 만든답니다.
    님 , 아이들까지 내내 복많이 받으세요

  • 7. 웃음조각*^^*
    '11.9.5 2:26 PM (125.252.xxx.108)

    제 20살을 돌아보면 참 철없고 뭐하나 할 줄 몰랐는데...

    참 안쓰러우면서도 대견하네요.

    그리고 그런 아이의 아픔도 보듬어주고 성실함을 알아본 원글님의 성품도 참 좋습니다.

    그 아이 많이 도와주시고 바르게 사회생활 하는데 도움주시면 원글님 복 많이 받으실 거라 믿습니다^^

  • 8. ,,
    '11.9.5 2:35 PM (116.37.xxx.46)

    저는 재중이가 좋아요,보스를 지켜라에 나오죠

  • ,,
    '11.9.5 2:38 PM (116.37.xxx.46)

    저는 그렇게 데이고 나서 세상이 무서운 곳이구나 알게 된건데
    좀 약게 살아도 된다는거 그 친구가 알았으면 좋겠네요
    저 지금은 유복한 집에 시집 와서 딸 키우는데 제 딸은 구김살 없이
    밝게 사랑 듬뿍 받은 아이로 키울거예요...

  • 9. 로즈
    '11.9.5 3:03 PM (112.172.xxx.233)

    그아이도 착하고 아프지만 글쓴님 너무 좋으신분같아서 웬지 맘이 놓이네요 ...

  • 10. ...
    '11.9.5 3:14 PM (175.118.xxx.2)

    부모 복은 없었지만
    그래도 아이가 사회생활하면서는 복이 있으려나봐요.
    원글님같은 분을 만났으니...^^
    일하면서 좋은 사람 만나는 것도 큰 복이잖아요.
    이 글에서처럼 아이한테 실제로도 칭찬 많이 해주세요.
    힘든 세상 살면서 좋은 멘토가 되어주실 것 같아요.

  • 11. 가슴이 뜨거워짐
    '11.9.5 3:57 PM (175.215.xxx.207)

    정말 갑자기 눈물이 핑 돌았어요.정말 그아이도 님 잘만났것 같아요,
    아마도 이학생 오랫동안 일할거 가타요,한번도 자기를 받아주는사람
    없었을건데 마음을 열고 다가와 주시니 얼마나 고마울까요,,훈훈하네요

  • 12. sandra
    '11.9.5 4:56 PM (27.115.xxx.161)

    시집간딸보고 시댁가서 친정빨리오려고 서두르지말고 천천히 놀다오라고 합니다
    딸아이시어머니 며느리 아무것도 못한다고 먹을것 다만들어놓고 기다리신대요
    우리아인 먹고치기만하니 부담없다고도하고...
    또 시댁이 멀어서 자주못가니 명절에나가서 자식노릇 잘하다 오라고합니다

  • 13. 아침해
    '11.9.6 10:45 AM (175.117.xxx.62)

    님 마음의 따뜻함이 전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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