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도 커서 손 갈데도 없고 남편도 야근에
아이도 야자한다 늦게 오고 저녁 시간 무료해서 얼마 전 부터
열심히 찾아보다 용기내 어젯 밤 문자드렸는데
당장 월요일부터 근무해야하니 오늘 배우러 나오라고 전화가 왔거든요.
그런데 말씀하시는 분위기가 제가 잘할지 못할지 못미더우니
하는 것 보고 결정하겠단 어투셨어요.
아무래도 근무경험 없다보니 더 더욱 그러셨을듯....
막상 찾아가니 표정도 뚱하시고 말씀하시는 어투도 그렇고 점주분이 연세가 족히
환갑은 되신 듯 한데 상당히 무뚝뚝하시더라고요.
알바 하는 대학생이 되게 친절하게 잘 가르쳐줘서 그런지
일도 생각보다 훨 수월하고 (원래 GS. CU보다 세븐이 쉽다는 얘기를 듣긴 했어요)
오랜만이어서 그런지 나름 재밌더라고요.
어느 정도 배우고 나서는 알바분은 옆에서 보게 하고 제가 혼자서 한다 했거든요.
원래 사람들한테 친절하단 소릴 듣는 편인데 웃으면서 인사하니
다들 친근하게 잘 해주셨는데........세상에나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더니 그것도 거짓말이네요.
알고 보니 건물 바로 옆 인근에 엄청 큰 노인복지센타가 있는데 대낮부터
술취한 할배들이 한 둘이 아니네요.......그 중 심한 사람 두 사람 있었는데
한 사람은 5번이나 들락거리며 시비를 걸더라고요.
당연히 처음엔 참았죠. 횟수가 반복될 수록 제 욱하는 성격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데..ㅠㅠ
제가 딸내미 친구들한테도 존댓말을 할 정도로 막 돼먹은 사람은 아니지만
그렇게 경우 없는 인간 말종을 보면 정말 못 참는 성격이거든요.
심지어 남이 그런 꼴을 당해도 그냥 못 지나치는데 에휴.....
마지막엔 아까 사 간 담배 안줬다고 생떼생떼.....왜 그런 눈으로 보냐는 시비에
너 사장한테 얘기해서 잘라버리겠다 막말에
큰 소리까지 서로 오가는데 점주님 나와서 말리시더라고요.
제 앞서 채용한 젊은 알바생 4일만에 일 못한다고 잘랐다고 하던데
정식 채용도 전에 이렇게 매장에서 큰 소리 치며 싸우는 사람은 저라도 안 쓸거 같더라고요.
그래도 그런 진상 할배만 빼면 다들 좋으시고 일도 재밌어서 한 시간 더 하다
인사 드리고 죄송하다 못하겠다 하고 가려고 하는데
정말 예상치도 않게 활짝 웃으시며 월요일에 등본 갖고 나오라는 거예요.
당연히 싫은 소리 하면서 다신 나오지 말라고 할 줄 알았더니...도대체 저 같은 사람을 왜..
가만 생각해보니 물류 왔을 때도 무거운 상품들은 연로한 점주분께서 다 정리하시고
알바 여자분한텐 가벼운것만 처리하게 하고 알바분이 맥주캔 파손해서 바닥 난리나고 그랬는데도
쿨하게 컵 갖고 와서 터진 거 따라 드시더니 잔소리도 일절 안하고 치우시더라고요.
바닥청소도 알바생 닦으라고 시킬 법 한데 휴지통이랑 같이 혼자 다 하시더군요. (평소에도 그러신다고)
물어보니 월급도 따박따박 늘 정확하게 주시고....겨우 3시간 같이 있었는데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안 좋았던 첫 인상은 온데간데 없고
참 괜찮은 점주님이다 싶은 생각만 들었는데...
나오라고 괜찮다고 그런 이상한 사람들 많지 않다 말리셔도
거듭 못하겠다 세 번 정도 고사하고 나오는데 맘이 좀 울컥하더라고요.
아...진짜 그 진상 할배들만 아니면 정말 괜찮은 곳이다 싶었는데..ㅠㅠ
집에 오는 길에 그 진상 할배들 생각이 나서 길에 지나다니는 할아버지들
괜히 피하고 싶었네요. 낼 모레 오십인 저인지라 어린 나이도 아닌데
할배들 대동단결 죄다 반말에 혼내는 말투도 많고요.
돈 던지는 것도 할배들 뿐이고 시비거는 사람들도 할배 뿐이 없었네요.
(할아버님이란 말이 도저히 안나오네요. 죄송합니다.)
단 하루 뿐이었는데 진상 할배에 정말 학을 뗀 날입니다. 진심으로 나이먹어서 저런 짓거리
하지 말아야겠다고 (남편도 못하게 단단히 교육) 다짐다짐 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