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승완 감독의 작품, 군함도를 주제로 한 역사영화,
욱일승천기를 찢는, 다소 통쾌(?)하면서도 비장한 장면이 등장한 예고편...
이 모든 게 제 가슴을 설레게 하기엔 충분했어요. 개봉되면 꼭 영화관에 가서 보리라 마음먹었고,
개봉 전부터 일베 등에서 반일영화로 까대려는 음해세력에 맞서 더 가열차게 애정해야지 했지요.
하지만 영화를 보고나니 그런 마음이 차게 식었습니다.
감독 인터뷰를 찾아보니 류승완 감독은 역시나 이 영화는 군함도를 알리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고 하네요.
네, 영화를 보고나니 그냥 한마디로 감독에게는 그저 흥행이 중요했구나...
군함도는 류승완 감독의 입장에서는 그저 '탈출 얘기를 하기에는 더할나위없이 좋은 흥미거리'였구나 싶습니다. 군함도의 실체를 예술로 승화하여, 적나라(?)하게 보여줄 거란 저의 기대는 무너져버렸어요.
이게 첫번째로 찜찜한 부분이고요,
감독은 또 '그 시대에 나쁜 일본인만 있었던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좋은 한국인만 있었던 것도 아니라고 했어요. 이분법적인 얘기보다는 중립적인 입장에서 영화를 그려보고 싶었다고...
네, 그래서인지 영화에서는, 일제는 거의 없거나 오히려 일본인은 단정한 모습으로 그려져 있고,
한국인은 일제에 기생해, 자기 민족에게 패악짓을 일삼는 등, 일제보다 더 그악하고 무식하며 악랄한 사람으로 그려져 있습니다. 심지어 독립투사로 나온 인물까지도요... 게다가 일본여학생을 집단강간하는 것까지...
한 마디로 일본인이 한국 등쳐먹는 얘기가 아니라 한국인이 자기네끼리 등쳐먹고 분열하는 얘기에 가까워요.
그런 점에서 마치 뉴라이트의 주장과 어느정도 맞닿아있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한국인은 자기네들끼리 분열로 망한다며 비열한 족속으로 까대던 그들이요...
중립이라... 이분법적인 얘기를 피하려고 했다라...
하지만 이건 감독 개인차원의 이야기고,
하시마 섬 강제징용은 일본이 한국에 저지른, 국가적인 폭력사건이에요.
이걸 과연 이분법 않고 중립적인 태도로 보겠다는 자체가 어불성설이 아닐런지...
그런 감독의 시선이 영화에서도 그대로 전해져서 보고나서 내내 찜찜했어요.
대사는 또 어떻고요,
'다같이 합심해도 모자랄 판에 기던 습관 못 버린댔나? 암튼 그런 대사도 있고요,
자기를 이렇게 만든 게 조선인인데 조선인한테 말해서 뭐하냐,
또, 조선인은 이래서 안 된다, 이래서 문제다 등등...
이렇게 스스로 비하하고 있어요,.(이것 역시 뉴라이트의 시선과 비슷해서 한숨;;;)
반대로 일본인에 대해서는
'일본인들은 깨어있는 사람들이니까 말로 하면 대화가 잘 통할 것'이라며, 일본인은 대화가 가능한 집단으로,
조선인은 물리적인 폭력으로만 상황을 해결하려는 사람들이라는 뉘앙스가 풍기도록 해요. 물론 그 담 대사로 일본인은 말이 통하지 않는다는 말이 나오지만 전체적인 맥락에서는 조선인은 후려치기, 일본인은 올려치기되어 있습니다.
역사를 다른 관점으로 보려는, 신선한 감각에 대한 욕심으로 오히려 역사왜곡으로 치달은 건 아닌지...
강제징용의 피해자를 생각하니 더욱 맘이 아파옵니다.
글쎄요,
제가 너무 나갔는지 모르겠지만
단순히 상업적으로 소비하기에는 강제징용이라는 역사의 아픔이 너무 크지 않나 싶고요,
또 제가 감독의 역량에 기대가 컸나봐요. 이 사건이 흥미위주의 신파극으로 끝나지는 않을거란 기대도 있었는데
영화를 본 후 내용은 물론, 연출까지도 감독에게 실망은 물론 씁쓸한 마음과 의문만 잔뜩 남아서 머릿속이 복잡합니다.
뜬금없이 무리한 러브라인은 또 뭔지;;;
또 '전쟁으로 고통받은 사람은 국적과 상관없이 모두 피해자다, 그래서 보다 보편적인 느낌으로, 인류평화나 반전의 메시지 등을 보여주자'고 했다는 감독의 의도는 과연 성공을 거뒀는지 그것 또한 의문이에요.
영화보고 나서 씁쓸한 마음에 두서없이 휘갈겨봤습니다.
이 제작사가 위안부를 소재로 한 영화를 앞으로 만든다고 하는데 벌써부터 군함도2가 될까봐 걱정스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