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들도 방학했는지 어제부터 우리집 천장이 쿵쿵 울리네요
후다닥 맨발로 뛰어가는 장난끼 묻은 발소리도 들리고, 찬장위의 옥수수 먹어도 되냐고 묻는 아이들 목소리도 들려오기도 해요.그런데 그 소리마저도 반갑고 좋아요.
얼마전에 이사온 아파트는 20년정도 되었는데 버스 종점 부근에 위치해서인지 무척 조용해요.
뒷베란다너머로 보이는 오래된 중학교건물과 플라타너스나무가 오늘같은 선선한 바람부는 날엔 조용히 나뭇잎을 흔들면서 햇빛아래 빛나는 모습을 바라보면 정말 그 중학생시절의 제가 아련히 꿈처럼 떠오르곤 해요.
그리고 또 제가 사랑하는 한가지.
초등학생들이 서툴게 연주하는 리코더소리가 저는 좋아요.
다소 음정박자도 어긋나고 삑사리도 나고 간혹 어물거리기도 하지만 순수한 음색으로 울려퍼지는 리코더 소리를 듣고있으면 마음이 편해져요.
그러고보니, 82님들이 제일 싫어하는 소리, 피아노소리도 전 너무 좋아요.
이사오기전, 2년동안 살던 아파트도 20년 정도 되었는데 너무 낡고 지저분해서 청소를 해도 그리 깨끗해보이지 않던 집이었어요.
게다가 층수도 높아서 한여름, 아침 8시부터 햇빛이 앞베란다창문에서부터 거대하게 펼쳐져서는 베란다를 거쳐 거실을 완전히 뒤덮고 웬만하면 빛이 거의 들지 않아 어두운 부엌싱크대까지 촤아악 드리워지기 시작할땐 머리도 콕콕 쑤시고 아파서 힘들었었어요.
창문도 낡고 비도 새던 아파트지만 그래도 한가지 위안은 있었던게
윗층이었던것 같아요. 아침 7시만 되면 조용히 울려퍼지던 피아노소리에 살며시 눈을 뜨고 아직 잠이 깨지않은 상태에서 제 체온이 남아있는 이불속에서 몽롱하게 들었던 그 음률들이 기분이 좋았어요.
음표한개씩,한개씩 날개를 달고 공중을 날아다니다가 마침내는 어우러져서 시냇물이 흘러가는 듯한 멜로디를
듣고 있으면 화장실에 가는 그 순간도 뭔지 생동감있어지던데..
그리고 이제 피아노에 입문한 아이들이 치는 동요도 서투르고 박자도 안맞지만, 듣고있으면 난간위에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같이 맘이 편안해지던데, 오히려 전 더 쳐주면 좋을텐데 하고 끝나면 너무 아쉽더라구요.
전 이렇게 서투른 악기소리도 너무 듣기좋은데 그건 왜 그런걸까용.
82맘님들은 저도 알수없는 제 맘 상태를 진단해주실수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