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살인데요.
요 몇 년 인생의 큰 일이 지나간 후...
이제 그 일은 지나갔는데
다 지나가고 나니... 내가 이제 늙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흠... 저보다 나이 드신 분들도 많으실 텐데 죄송합니다 ㅠㅠ
근데 신체적인 노화나 나이의 숫자를 떠나서...
나는 더 이상 예전의 해맑던 나로 돌아갈 수 없다는 느낌. (음... 철없는 얘기지만 인생이 평탄하긴 했지요 ㅠㅠ)
어제 지하철을 타고 집에 오는데
이십대 초반 여자애들이 많잖아요.
걔들이 나를 스쳐지나가는데
정말 예쁘구나, 예쁘구나
젊구나 예쁘구나
그러면서 집에 왔어요. 부러움도 질투도 아니고... 그냥 예쁘고
귀엽기만 한 느낌이랄까...
이제 내년이면 39고
그 다음 해는 40일 텐데...
지금도 내 인생은 충분히 행복하지만
어릴 때의 그 해맑음, 아무 것도 모르던 그 밝음은 이제 지나가 버렸구나
앞으로 지금의 이 때도 지나가겠지... 싶으면서
더 나이 들기 전에... 예쁜 옷도 한 번 마음껏 입어 보고
미용실도 좀 더 자주 가 보고... 그러자.. 싶었네요.
이것도 지나가면 한때니까...
지난 몇 년을 미용실 한 번 안 가고
무슨 옷을 입는지도 모르고 살았는데
운이 좋아 일을 시작하게 되었는데
제가 사부로 모시는 분이... (50대 여자분) 아직도 참 미인이고 자기관리도 잘 하시고 그런데
일 나가면서
몇년만에 렌즈를 새로 맞췄고
몇년만에 화장을 하고
몇년만에 치마를 입고... 구두를 신고
그랬는데
그 모습이 그렇게 좋아 보였다면서
어느 날 술자리에서 제가 그렇게 변해가는 게 자기도 참 좋았다고 그러더라고요.
며칠 전엔 몇 년 만에 미용실에 가서 염색을 했지요...
더 나이들기 전에 내가 나를 예뻐해줘야지... 이런 생각을 하며 집으로 돌아왔네요.
사실 그 몇 년에 대한 보상심리인지도 모르지만...
나는 더 이상 젊지 않고 해맑지 않고
그러니 내가 나를 일부러라도 쓰다듬어 줘야겠구나 그런 느낌...
그냥 겉치장이 아니라요
그렇게 몇 년 힘들기 전
막 결혼하고 나서였는데
결혼하고 나서 첫 아이를 낳고
참 정말 너무 행복해서...
아이 키우느라 그랬던 것도 있지만
겉치장 같은 건 아무 신경 안 써도 나는 내가 너무 예쁘고 아이가 너무 사랑스러워서
머리 하나로 질끈 묶고 늘어진 티에 아이 침을 묻히고 다녀도...
그래도 나는 내가 하나도 초라하지 않았고
제 인생이 반짝반짝하다고 생각했거든요. 그 때는.
길가다보면 아이가 아주 어린 아이엄마들이 보이는데
저는 그 엄마들도 애기들도 너무 예쁘고 반짝반짝해 보이고 그렇더라구요.
지나고 나서 보면 저의 지금 이 때도..
나름의 반짝거림이 있다고 생각하게 될까요?
남편이 아파서 직장도 잃고 정말 힘들 때... 그때도...
지나고 보니 그 힘든 순간에도
행복한 순간들이 있어 버틸 수 있었거든요.
남편이 퇴원을 하고 몇 달만에
남편이 몇 달 만에 운전을 하고 어딜 가는데
아이는 카시트에 앉고 나는 그 옆에 앉아서
아이한테 노래를 불러 주며 손뼉을 짝짝 치며 가는데
그때 햇살이 참 좋았어요
근데 그 순간 그게 정말 너무 행복했어요.
몇 달 만에 처음으로 남편이 운전을 하고
우리가 그렇게 평범하게 어딜 간다는 게...
제가 살면서 제일 행복했던 순간이에요. 대학 입학 때도, 큰 상을 받았을 때도
아니 아이가 태어났을 때도... 그렇게 행복하지는 않았어요.
그런 힘으로 그렇게 모든 게 지나갔고
지금은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고 행복합니다.
어려운 일이 없어서가 아니라 일상이 행복인 걸 아니까요...
하지만 행복이 행복인 줄 모르던 그 때가... 참 그립진 않은데...
내가 무엇인가 잃어버렸구나, 내가 참 해맑았던 그건 어딘가로 가버렸구나,
그런 생각이 드네요.
그래서 이제는 내가 나를 좀 의식적으로 예뻐해 주려고요^^
지갑사정이 허락하는 사입지도 않았던 비싼 옷도 좀 사입어 주면서...
음... 근데 그전에 돈을 벌어야겠죠?
다시 열심히 일하러 갑니다. 휘리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