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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헤어진 인연에 미련이 남을 때

비밀 조회수 : 7,867
작성일 : 2017-07-21 04:51:28
그 사람의 조건을 하나씩 빼 보라고 하잖아요
이게 없었어도 만났을까, 저게 없었다면 내 마음이 달랐을까

그래서 바로 대입해봤죠.
그 오빠가 돈이 없었으면 어땠을까, 과연 만났을까
너무 아둥바둥 애쓰지 않고, 느긋하게 살다보면 운도 돈도 따라온다는 생각이 나와 같았던 사람..
나는 엥겔지수가 아주 높은 삶을 살지만 그 오빠는 대기업에 들어갔고, 기회가 돼 해외지부에 잠깐 갔는데, 운이 좋아 그 해외지부 상사가 갑자기 그만둬 대리 임에도 책임자가 됐죠. 회사 돈 천억대를 굴리며, 이것저것 수당에 30대 중반에 이미 연봉 1억 넘겨 그곳에서 지사장 소리 들으며 5년을 지내다 한국에 돌아와 퇴직..
지금은 거기서 알고 지낸 사업장들이랑 친목을 유지하며 그때 벌어놓고, 투자해서 얻은 돈으로 사업 3개 진행..

알바나 하는 저와는 아주 다른 상류층 삶을 살았죠.
돈으로 돈을 번다는 게 바로 그 오빠 삶이더라고요.
작전주 정보가 있으니 한달에 평범한 직장인이 버는 돈을 그냥 벌더라는...
그 사장님들이랑 도모해 신도시 빌딩을 올리고 그 차액을 나눠갖는..

그렇게 돈 많은 사람을 만나서 제일 좋았던 건..
먹고 싶은 걸 돈 걱정 안하고 마음껏 먹을 수 있었다는 것..
오리고기 먹고 싶다 하면 차끌고 교외로 나가 먹고, 배 먹고 싶어 하면 하나에 만원하는 배를 턱턱 사오고, 초밥을 그냥 집밥처럼 맨날 사먹고, 혼자 자취하는 지라 무서워서 배달 절대 못시키는데 오빠 집에 있다보면 배달 음식도 걱정없이 시켜먹고,
한번도 가본적 없는 제주도에 그냥 훅 데려가 내 팔뚝만한 갈치구이, 어느 산중턱에 고기국수, 들깨가 잔뜩 들어간 해장국, 등등..
나라는 여자는 어째 먹어서 행복한 기억이 전부인지 모르겠네요.
잘 먹고, 잘 웃고, 잘 자고
돈 걱정 없이 지냈던 그 기간동안 얼마나 마음이 편했는지...
세상에 일천만원이 넘는 학원비를 미래를 위한 투자라며 끊어주겠다 말하는 사람이 또 있을지..(그건 부담스러워서 안받았어요)

오빠가 만약 나처럼 돈이 없어서, 우리 둘이 모아 이거 사먹을 수 있다 하면서 가성비 맞는 데이트 했더라면 마음이 달랐을까요
생각해보니.. 또 뒤따라오는 꼬리..

티비에 스쳐지나가는 구호 광고는 후원을 위해 특히 더 불쌍하게 찍는다죠. 자기는 그런거 보면 너무 마음이 아파 안보고 싶다던 사람..
커피숍에서 대화 나누며 제가 휴지로 학을 접었는데, 나중에 오빠 집 가보니 거실 스피커 위에 그 학이 곱게 올려져 있었죠.
사업하는 사람이라 냉철한 줄만 알았습니다. 실제로 일처리 하는 방식, 접근하고 풀어내는 사고방식을 보면 아주 드라이하고 정확하고 칼 같은데,
제 아픈 이야기를 듣고는 바로 눈시울을 붉히고,
김하늘 나오던 드라마 공항 가는 길에 푹 빠져 가슴 설레하더라는.. 그것 만이 아니라 혼술남녀, 달의연인을 다 챙겨보고, 나는 왜 웃긴지 모르겠는 예능을 보며 아이처럼 즐겁게 웃더라는..
어느날 제가 물었죠. 오빠, 오빠는 감수성이 이렇게 풍부한데 그 황무지 같은 나라 가서 어떻게 5년이나 버텼어? 게다가 지금 하는 일 보면 오빠 본래 기질하고 진짜 안맞는 것 같아 했더니
맞다고, 자기는 사회생활하며 책임지는 자리에 앉아 일을 해내려고 성격을 바꿨는데 이게 정말 힘든 일이었다, 내가 얼마나 고단했겠나, 회사 돈을 큰 단위로 다루다보니 정확하지 않으면 안됐다.

이 오빠가 돈이 없는게 상상이 안되지만, 설령 그랬다 하더라도 이렇게 가슴이 따뜻하니 괜찮았을 것 같다는 게 결론..

그럼 그 다음에,
돈도 없고, 일은 감정적으로 해서 망치면서 곁에 있는 사람에겐 마음을 못나누는 차가운 사람이었으면 어땠을까

상상이 안되네요.

이건 치명적인 그 오빠의 단점이었는데,
세상에 완벽한 사람은 없다고 거기가 정말 작았어요.
작은 데다가 욕구가 있어서 항상 서는데 힘이 없어요....
몇번이나 잘 안되고 자기도 신경이 쓰였는지, 핸드폰에 비뇨기과 검색해 본 흔적이 있더라고요.
그래서 알아서 치료를 하든, 팔팔정 같은 약을 받아오든 하겠지 했는데, 일정을 보면 분명 병원을 다녀왔을 것 같은데 변화가 없단 말이죠. 여전히 잘 안되는데...
무슨 일 있으면 목부터 얼굴이 금방 달아오르는 걸로 보아 혈압이 있을 수도 있으니 그래서 약을 못먹나 싶었습니다.
이전남친도 작은 편이지만 길을 찾다보니 늘 만족할 수 있었는데 세상에 그보다 더 작고 얇은 사람을 볼 줄이야..
단 한번도 만족하지 못했지만 그래도 사람이 좋으니 아무런 문제가 안된다고 생각했어요. 본인은 얼마나 고민이겠어, 심인성일수도 있으니 별말하지 말아야지 하면서요. 뭐 그런 고민 몇달 하다가 끝났지만요.

나라는 사람은 구질구질하게..
배가 고플 때마다 전남친 생각을 합니다.
오늘은 뭐 먹지 메뉴를 고르면서.. 아 오빠 있었으면 고민 안하고 이거 먹는건데.. 저것도 먹고 싶다.. 아 이거 정말 먹고 싶다 할때 보고싶어 집니다.
날 예뻐하고 가여워 하고 통통하게 살찌워줬던 남자친구..
자다가 깨 이런 글 한번 적습니다. 미련하게 보고싶네요. 배가 고파서
IP : 122.46.xxx.169
2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ㄴㅌ
    '17.7.21 5:07 AM (220.72.xxx.70)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은 뭔가요?

  • 2. 비밀
    '17.7.21 5:11 AM (122.46.xxx.169)

    조건을 하나씩 빼 보아도 만났을 것 같다.
    잠이 안온다.
    보고싶다.
    이 세마디를 구구절절하게 늘려보았습니다.

  • 3.
    '17.7.21 5:20 AM (39.112.xxx.167)

    잠자리부분 중요하죠...

  • 4. 비밀
    '17.7.21 6:05 AM (122.46.xxx.169)

    그래서 비밀이라는 닉넴으로 글 썼습니다
    정말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한 비밀이 그 부분이었습니다 ㅠ

  • 5. ..
    '17.7.21 6:13 AM (203.229.xxx.102)

    모든 부분이 완벽했다면 님에게까지 그 남자와 만날 차례가 오지 않았겠죠;
    식욕 성욕 모두 왕성하신 듯 한데
    둘 중 성욕을 택하셨네요.

  • 6. 비밀
    '17.7.21 6:23 AM (122.46.xxx.169)

    그럴수도.. 그 흠 덕분에 내 차례가 왔을수도요.
    그 부분까지 완벽했더라면 진작에 결혼했겠네요.
    잠시나마 인연이었던 것에 감사를..
    저는 차였기 때문에 선택할 입장이 못됨

  • 7.
    '17.7.21 6:26 AM (104.129.xxx.115) - 삭제된댓글

    그런 문제는 기구를 써서 해결되지 않을까요.

  • 8. .........
    '17.7.21 6:28 AM (216.40.xxx.246)

    왜 차였을까요 .

  • 9.
    '17.7.21 6:28 AM (104.129.xxx.115) - 삭제된댓글

    다른 모든 부분이 좋다면 그건 그리 큰 문제는 아닌데.
    ㅉ ㅉ..

  • 10.
    '17.7.21 6:30 AM (223.62.xxx.147)

    다른 조건이 훌륭해도 그것의 크기가 이렇게 중요한거군요

  • 11. 강태공
    '17.7.21 6:49 AM (116.125.xxx.180)

    낚인듯...

  • 12. robles
    '17.7.21 6:52 AM (190.18.xxx.192) - 삭제된댓글

    그냥 잊으세요. 뭐 곱씹어봤자 무슨 소용이 있나요?
    근본적인 문제로 헤어진 사이이면 다시 만나봤자 또 극복하기 어려워요.

  • 13. ..
    '17.7.21 6:56 AM (220.124.xxx.197)

    식탐을 줄이세요

  • 14. 섹스가 중요하죠
    '17.7.21 7:18 AM (14.33.xxx.43)

    님이 왜 차였는지는 모르겠으나...
    돈이 없어서는 숱하게 이혼해도 섹스가 잘맞는 부부는 금슬좋게 잘살죠...

  • 15. ....
    '17.7.21 7:43 AM (112.153.xxx.93)

    차인남자 생각해서 뭐하나요....

  • 16. 음...
    '17.7.21 8:22 AM (1.233.xxx.167)

    차일만 하네요~

  • 17. 지나가다
    '17.7.21 8:37 AM (135.23.xxx.107) - 삭제된댓글

    조신한 여자는 절대 아닌듯..

  • 18. 고추는 작지만 어쨌든 님보단
    '17.7.21 8:40 AM (123.111.xxx.250) - 삭제된댓글

    잘난 남자..
    차일만 하네요2222

    어쩌면..아직 고추 작은줄 모르는 새로운 여자가 생겨서 일수도..

  • 19. 고추는 작지만 어쨌든 님보단
    '17.7.21 8:41 AM (117.111.xxx.244)

    잘난 남자..
    차일만 하네요2222

    어쩌면..아직 고추 작은줄 모르는 새로운 여자가 생겨서 일수도..

  • 20. 순이엄마
    '17.7.21 10:11 AM (180.66.xxx.247)

    뭔 댓글들이 이리 살벌하대요??

    원글님이 찬것도 아니고 차였다는데

    무슨 조신하지 못하다 고추 작은줄 모르는 새로운 여자가 생겼을수 있다. 너무 매몰찬대요..

    이 와중에 헤어진 이유가 궁금한 나는 진정 아줌마인가봐요>

  • 21. ㅇㅇ
    '17.7.21 12:53 PM (223.62.xxx.1)

    남자의 단점이 너무 치명적이네요...잘 헤어지셨어요

  • 22. 비밀
    '17.7.21 4:15 PM (122.46.xxx.169)

    헤어진 진짜 이유는 그분만 알겠죠.
    이 이유겠지 저 이유겠지 돌고 돌았는데 이제는 정말 잘 모르겠어요.
    표면적인 이유는 대화로 맞춰나갈 수 있었던 것들인데, 그냥 포기한 걸로 보아 그냥 인연이 거기까지 였겠거니 합니다.
    좋은 사람 만나라 제발,
    그렇게 따뜻하고 다정한 사람이 혼자 오래 지냈다니 안타까워 부디 독거로 늙지 않길 바랍니다.
    어쩌면 이런 오만을 느꼈는지도..
    내가 빌어주지 않아도 나보다 잘 살 사람인데 말입죠
    ㅎㅎ 댓글 모두 감사하고 좋은 하루들 보내세요.

  • 23. 싱글이
    '17.7.21 5:36 PM (125.146.xxx.31)

    글 참 잘쓰시네요
    전 오늘도 지나간 인연 중 절 열받게 한 인연
    저를 저답지 못하게 만들었던 악연에 대해 생각하며 열받았는데
    그래도 님은 좋은 사람에 대한 추억이네요
    비밀부분은 안좋았어도 사람 자체만으로는요
    님의 자금사정도 얼른 좋아지시길 빌게요
    힘내자요!

  • 24. ㄱㅅㅈ
    '17.7.26 4:59 PM (175.215.xxx.74) - 삭제된댓글

    ㄱ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25. 전에도
    '22.11.25 9:40 AM (91.234.xxx.215)

    같은 글 올리셨잖아요
    정신에 문제 있으신가 ;;
    낚시?
    저 남자 이야기하며 스토리 그대로 올리셨는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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