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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편지

나팔꽃 조회수 : 2,501
작성일 : 2011-09-04 02:25:27

 

 오늘 친정에 다녀왔습니다.

먼 거리도 아닌데 사는 게 바빠서, 혹은

 제 마음이 미처 닿지 못하여 늘 가야지,가야지...하고만 있었답니다.

엄마는 이른 나이에 결혼을 하여 저를 낳으셨어요. 시골에서 태어나 일찍 어머니(외할머니)를

여의고 많은 고생을 하셨답니다. 안타깝게도 학교조차 제대로 다닐 수 없었답니다.

정규교육은 초등 몇학년까지 정도 받은 게 전부. 한글을 읽는 게 전부고 받침이 엉망이라

한번도 저에게 보여주신 적이 없었어요.

이런 엄마를 저는 나이가 들면서 부끄러워 했습니다.

오래 전 혼자되신 엄마의 형편조차 제가 헤아리지 못하고 저는  참 나쁜 딸이었어요.

엄마와 서로 감정이 격해질 때는 "무식한 엄마. 답답해"라며 서슴지 않고 못난 말을 내뱉은 적도 있었어요.

 

그러다가 제가 마흔 줄을 넘기면서 엄마를 여자로서  인간으로서 이해하고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뜻하지 않게 오늘 엄마로부터 쪽지를 받게 되었어요.

친정에서 음식꾸러미를 박스에 넣어 가지고 왔는데  박스 안에 종이봉투가 있더군요.

돈 30만원과 엄마가 직접 쓴 쪽지요. 틀린받침까지 그대로 적을게요.

 

우리딸 00아. (옆에 날짜와 시간)

내일 온다고 이 엄마는 몇칠전부터 기다러저 알고있니

정말 이세상에서제일 사랑하는 우리딸

항상 거기계단조심하고

요번추석에도 나혼자야.

정말 우리딸 보고심구나

인간이 태여나

한번 살다가는걸

그리도 고생하고 신혼생할도 못하고 앞으로 좋은세상 살았으면 좋겠다

기죽지말고 항상 명랑하게 살아 정말사랑한다.

너도 니지식이 가장 소증하지 나도 내자식이 정말 소증해

너이 아빠보다더  앞으로 몸건강히 살자

엄마가 지켜주게

정말 사랑한다 내딸아.

 

추스릴 수 없을 정도로 눈물이 떨어졌습니다.

제 자신이 너무 부끄러워서요.

엄마의 화장대에 몰래 올려 놓고 온 돈 10만원도 부끄러웠습니다.

엄마는 자식에게 퍼주고 또 퍼줘고만 싶어하는 영원한 사랑의 샘물인 걸.

그걸 이제야 깨닫다니... ... .

엄마 정말 미안했어. 나도 엄마가 세상에서 제일 좋아.

항상 건강하게 지내. 그래야 오래오래 나랑 같이 살지.

 

 

 

 

 

 

 

 

 

IP : 218.39.xxx.38
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플럼스카페
    '11.9.4 3:06 AM (122.32.xxx.11)

    이 새벽에 설거지 하다가 들어와봤어요.
    원글님도 원글님 어머님도 다 제 이야기 우리 엄마 이야기같아
    짠해지고 눈물이 나요.
    잘 해드리세요~ 이런 말 저 못 하겠어요.
    저도 우리 엄마한테 잘 못 하거든요. 혼자 되신지 조금 되셨구요.

    명절에 혼자 계셔야 한다니 짠한 마음이 더합니다.
    이모나 엄마 친구분 중에 혼자 되신 분 묶어
    여행 보내드리세요. 그럼 덜 외로워 하시지 않을까요?

  • 2. yena
    '11.9.4 3:08 AM (175.118.xxx.98)

    돈이 문제가 아닙니다.
    엄마와 딸...지금 보여주신 애틋한 마음들...부럽고 부럽습니다.
    저도 그리 살고 싶어요. 엄마한테 친구처럼 철부지 딸처럼..
    전 사실 엄마가 싫어요. 아니 진심으로 싫다기보다 미워하고 싶어요.
    어려서요. 이쁜엄마는 아빠닮아 자신보다 못생겼다 키작다.살찐다..여러 이유로 놀리구
    듣기싫었는데,,싫다는말도 못했고.
    다른 아이랑 비교는 기본이고..지금도 제가 결혼 10년이 지났는데도..엄마친구 딸은
    시집갈 때 돈을 벌어 엄마한테 주고 가더라 부터 걔는 시댁에서 집을 사줬다더라..늘 속터지는 소리만
    해요. 그러니 전화하고 싶지도 않고..그러다보니 이젠 남처럼 멀어진것 같네요.
    그래도 몸이나 마음이 아플때는 엄마가 그립습니다.그러고 싶지않은데 말이죠..
    무서운건 그게 그리 싫어던 제가
    사랑하는 내 아이들에게 가끔 우리엄마처럼 차갑고 못된소리를 하네요.
    님의 엄마처럼 마음이 푸근한 그런 엄마가 그립고 그리 되어야 하는데요...
    푸념반,,부러움 반으로 답해봅니다.

  • 3. 그지패밀리
    '11.9.4 3:17 AM (211.108.xxx.74)

    그럼요 부모가 좀 부족해도 나이가 드니 오래오래 제곂에 있었음 하는 바램이 더 커요.
    몸아프지 말고 오래오래 내 정신적 방패막이만 되어주면 좋겠다 싶더라구요.
    제가 나가서 기 죽지 않는건 부모님이 저에게 강력한 행동을 보여주셔서 그리되는게 아니라 그냥 존재자체만으로도 힘이 되거든요.
    그냥 부모라는존재는 묵묵히 아이 뒤에서 지켜봐주는 존재만으로도 엄청나게 큰 힘이 된다는걸 느껴요.

  • 4.
    '11.9.4 7:30 AM (211.199.xxx.103)

    아침부터 눈물나려해요.

  • 5. 원글
    '11.9.4 7:19 PM (218.39.xxx.38)

    덧글 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플럼스카페님, 저와 비슷한 상황이셨군요. 님 말씀처럼 엄마 기운 달리기 전에 내년에 꼭 여행 보내드리려고요. yena님 살아보니 사는 게 힘들 땐 이런저런 이유로 서로 반목하고 상처주는 언행을 많이 하게 되더군요. 좀더 마음의 여유가 생긴다면 마음 터놓고 지내게 될 좋은 날이 꼭 올거에요.그러길 바랍니다. 그지패밀리님 정말 꼭 옳은 말씀이세요. 저도 아직은 너무 부족한 딸이네요.
    아 지금도 아른거려요. 텅 빈 방에 홀로 앉아 열심히 볼펜 잡고 비뚤비뚤 제게 편지 쓰시는 엄마의 모습이요... 가슴이 참 먹먹해요. 그 영상이 지워지지 않네요. 모두 건강한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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