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여행 후기
언젠가 엠블호텔에 한번 가보고 싶다고 지나가는 말로 했는데 남편이 금요일 숙박권밖에 못 구했다 해서 지난 주말에 갑자기 다녀왔어요.
가기 전에 82자게에 있는 여수관련 정보 다 검색해서 동선, 맛집들을 정리해서 프린트하고, 미리 여수시청에서 하는 야경투어 신청하고, 해상케이블카 예약하고 ( 통영여행시 고생경험도 있고 몇 백원이나마 할인받으려고) 오가며 먹을 간식들, 생수, 수박주스 미리 얼려서 출발했어요.
그런데 출발부터 계획대로 되지 않더군요.
오전에 일이 생겨서 1시쯤 돼서야 폭우를 뚫고 서울 출발했어요.
시간 아끼느라 여수가서 맛있는 거 먹지싶어 아쉽지만 휴게소에서 점심 간단히 먹었어요.
여러 번 갔었지만 여유있게 다닐 때와는 달리 여수가 생각보다 남쪽에 있더라고요.
호텔 도착시간은 5시 반.
체크인하고 저녁으로 상아식당에서 통장어탕 먹고 7시 반에 엑스포역에서 야경투어 차량 탑승시간 맞춰야 하는데 좀 빡빡했어요. 생각보다 여수가 차가 많이 막혀요.
간신히 7시반에 탑승하고 야경투어했는데 한마디로 참 잘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특히 자가용타고는 갈 수 없는 ‘국가산업단지 ’야경이 그렇게 넓고 휘황찬란한지 정말 몰랐어요. 불야성의 라스베가스의 느낌이 들 정도로 이국적이었어요.
가이드의 설명을 들으면서 눈으로 확인하니 아 이게 바로 삶의 현장이고 뜨거운 생명력이구나 싶고 이 방대한 공장들이 나라의 근간이라는 생각에 막 자랑스러워지면서 애국심도 솟아올랐어요.
밤에 보는 오동도의 분수도 고즈넉한 분위기 속에 조명을 받으며 아름다운 선율 속에 힘차게 솟아 오르는 분수쇼가 볼만했어요.
그 외 차타고 구경하다 잠깐씩 내려 사진도 찍고 자세히 감상하는 코스들 모두 정말 괜찮았어요.
빅오쇼도 잠깐이나마 즐길 수 있었고요. ‘올빼미투어’ 라고 민간기업에서 하는 야경투어버스도 있는데 돈은 좀더 비싸지만 더 알차고 재밌다고 합니다.
야경투어 후 이어서 케이블카를 타려고 했는데 그냥 호텔 주변산책을 했는데 그것도 나름 운치있고 좋았어요.
다음날 아침은 거북선 공원 근처에서 서대회와 생선구이를 먹었어요.
자게에서 여수는 주차하기가 어렵다는 정보를 접했고 가이드도 호텔에서 거북선공원까지 10분만 걸으면 된다고 해서 그 말을 믿고 아침운동겸 해서 걸었다가 진빠지고 힘들었어요.
축제가 끝나 후의 공허함만 남아있는 길을 오랫동안 걷는게 별로 유쾌하진 않아서 아침식사후 호텔로 돌아올 때는 택시를 탔어요. 3500원 정도면 쾌적할 걸, 40분 정도 걸었던 거 같고, 아침이라 그런지 생각만큼 주차하기가 어려운 동네도 아니었어요.
체크아웃 후 케이블카를 탔어요. 자게에 올려준 분들 덕분에 크리스탈 말고 일반 케이블카만 타도 충분히 훌륭하더군요.
엠블호텔 앞에서 케이블카 타고 돌산공원에서 내려 산책했어요.
비가 부슬부슬 내리다 말다하고 사람도 적당히 있어서 여행 온 분위기를 제대로 즐겼어요.
케이블카 탑승장 건물내에 롯데리아가 있어서 500원짜리 소프트 아이스크림으로 더위도 식히고 커피도 한잔씩 했어요. 멕도날드 햄버거 사건 다음날이었는데도 햄버거를 사먹는 사람들이 꽤 있었어요.
케이블카를 탄 후 오동도를 갔어요. 후덥지근한 날씨였지만 방파제 옆으로 난 길을 따라 걸으면서 붙여놓은 여수 절경들 사진 구경도 하고 바다구경도 하고 분수까지 갔는데 분수가 어젯밤의 환상적인 그 분수가 아니더라고요.
음악도 나오고, 솟구치는 분수도 있으나 운치가 느껴지지 않고 뭔가 밋밋하고 허전하더군요. 마치 파티가 끝난 후의 공허함이 박인환이나 김광균의 쓸쓸한 싯구가 절절히 떠오르더군요.
역시 밤의 공기는 이방인의 가슴을 흔들어 놓고 소리와 빛이 가미된 물줄기들이 여행객을 매료시키는 힘이 있었나봐요.
분수의 운치대신 삼림욕을 목적으로 음이온이 뒤덮인 울창한 숲속에 들어가 마음껏 좋은 공기 마시고 호젓한 산책을 즐겼어요.
돌아올 때는 동백열차를 탔어요. 900원이라는 소액에 비해 꽤나 낭만적이고 흥겨운 기분이 들게 해주는 거라 적극 추천합니다.
동백열차에서 내려 호텔에 차를 가지러 가다가 또 귀여운 꼬마열차를 만났어요.
엑스포공원 전체를 한바퀴 돌면서 기사님의 친절한 설명을 들을 수 있어요.
예전에 땡볕아래서 그 넓은 공원을 힘겹게 돌아다녔던 걸 생각하면 쾌적하고 편리하게 공원전체를 돌아 볼 수 있어 좋았는데 예전에는 2000원이라던 요금이 6000원으로 비싸져서인지 타는 사람들이 별로 없었어요.
예전에는 돔에서 영상도 나오고 그랬는데 전기세 문제로 영상도 중단되고 요즘은 더 썰렁해진거 같아요.
저희는 여수여행을 여러번 했기 때문에 시간관계상 다른 곳은 생략하고 이어서 향일암으로 향했어요.
매표하는 아저씨의 조언대로 올라갈 때는 계단으로 올라갔어요.
계단 중간중간에 ‘ 불언(不言)나쁜 말을 하지 말라. 불문(不聞) 지혜로운 사람은 비방과 칭찬의 소리에 평정심을 잃지 않는다. 불견(不見) 남의 잘못을 보려 힘쓰지 말고 항상 스스로를 되돌아 보고 옳고 그름을 살펴야 한다.’는 가르침을 주는 동자승 불상 옆에서 입가리고, 귀가리고, 눈가린 그 모습을 그대로 흉내내어 사진을 찍으면서 여행의 즐거움을 한껏 느꼈어요.
힘들게 올라온 것에 대한 보상이기라도 한듯 이어서 바로 나타나는 황금빛 여의주를 문 용이 있는 등용문.
불언(不言), 불문(不聞), 불견(不見)하면 물고기가 용이 되어 승천하는 것처럼 된다는 건지, 등용문을 통과하면 물고기가 용이 되듯이 모든 난관을 돌파하고 성공한다는 건지.
어쨌든 소원을 이루어 준다는 향일암에 있음직한 등용문이 있기에, 이거 때문에 아저씨가 이 길을 추천했나보다 했어요.
미로처럼 좁은 석굴을 따라 올라가 향일암에 도착하여 바다와 대웅전이 잘 보이는 곳에 소원을 비는 등도 하나 달고. (1주일 정도 달려있을 예정이래요.) 아름다운 경치를 한참 감상했어요.
향일암에서 평지로 내려오는데 비가 내려서 비를 안 맞으려고 정신없이 뛰다가 어느 순간 생각해보니 좀 쉬어가자 싶어서 근처 카페에서 비가 뜸해질 때까지 차도 마시며 여유로운 시간을 가졌어요.
가이드가 추천해준 ‘꽃돌게장 1번지’에 도작하니 4시 반. 5시까지 브레이크타임이라 커피 마시며 기다렸다가 저녁식사 후 빗속을 뚫고 귀경했답니다.
저희는 꽃게장을 시켰는데 간장은 리필 안되고 양념게장은 1회 리필. 그리고 샐러드바에 있는 돌게장 포함한 음식들은 무한리필 가능해요.
결국 제가 자게를 참고해서 여수 여행관련 정보 요약하고 인쇄한대로 실행한 건 아니었지만 어차피 인생이 계획한 대로 흘러가는 것도 아니라서 괜찮았어요.
그리고 가려고 했던 식당은 상아식당 한 군데 뿐이지만 식당들이 대부분 그런대로 무난했어요.
아침에 많이 걸어서 진 뺀거 빼놓고는 전체 여행 코스도 괜찮았고요. 특히 저희 남편 만족도가 꽤 컸어요. 저희처럼 좀 나이가 있으신 분들은 적당하게 탈 것들 타고 편하게 다니는 것도 추천드려요.
야경투어 가이드분 말대로 여수는 관광도시이자 산업도시이고 식도락의 도시로 갖출거 다 갖춘 훌륭한 곳으로 앞으로 발전가능성이 무궁무진한 매력적인 도시인거 같아요. 나중에 내려가서 정착하고 싶은 마음도 살짝 들 정도로요.
묘도에서 바라본 경도라는 섬이 있는데 현재는 골프장으로 운용 중인데 미래에셋에서 섬전체를 인수해서 곧 아시아 최고의 명품리조트가 건설된대요.
그러면 “여수세계박람회장부터 여수해양공원, 돌산공원까지 이어지는 ‘여수밤바다’가 경도해양관광단지로 더욱 아름다워 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