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피아노 전공이고
초등학교 앞에서 혼자 작은 교습소 하다가
멀리 이사 오면서 그만 두고 쉬고 있는데
이사 온 저희 집과 가까운 곳에
저희 과 관악기 전공한 친구가 피아노 학원을 차렸다면서
체르니 30번 이상은 못 가르치겠으니
강사 구할 때까지 저한테 체르니 30번 이상만 레슨해 달라고 하더라고요.
(이 친구는 그래도 양심적인 편이에요.
피아노 전공 안 한 친구 중에 바하인벤션이란 책 첨 들어봤는데
이걸 내가 레슨하고 있다는 식으로 말하는 비전공 친구들도 꽤 있어요.)
그래서 하게 됐는데
하교 시간에 맞춰서 학원 차가 아이들을 데리고 오고
피아노 숫자 보다 훨씬 많은 아이들이 한꺼번에 밀려와서
매일 다 가르치는게 불가능했어요.
'선생님! 저 오늘 체르니 한 번도 안 봐주셨어요.'
'지금 봐줄게'
'영어 학원 가야해서 지금 학원차 타러 나가야 해요'
'미안해 내일은 꼭 봐줄게'
이런 식의 대화가 너무 많아서
계속 마음에 걸리더라고요.
이게 뭔가 제대로 가르치고 있는건가 싶기도 하고요.
그래서 경기도 사는 언니한테 얘기했더니
'여긴 2~3일에 한 번 봐주는데 거긴 그래도 매일 봐주니 낫네' 이러더라고요.
작은 교습소만 해봐서
큰 학원은 원래 이런건가싶고
아이들 어머니들은 학원 올 일 있으면
'강사 선생님은 피아노 전공하셨어요?'
저한테는 이렇게 묻고
원장한텐 전혀 안 묻더라고요.
원장인 친구는 계속 있어주길 바라는데
저는 이렇게는 못하겠어서
그만 두고 작은 교습소 알아 보러 다녀요.
강사 한 명 더 뽑으면 되지라고 생각할 수도 없는게
학원차가 돈 엄청 많이 들어가요.
강사 한 명 더 뽑으면 정말 인건비는 커녕
월세 내고 나면 남는게 없겠더라고요.
저는 그냥 작게 피아노 3대 정도 두고
혼자서 다 레슨할 수 있는 작은 교습소만 하고 살려고요.
큰 학원은 정신 없고 너무 힘들었어요.
그것 보다 아이들한테 너무 미안하고요.
이제 털어버려야 하는데
좀 더 봐줄걸
이렇게 했으면 더 봐줄 수 있었을텐데
이런 식의 미련이 자꾸 남아요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