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에서 옷 빌려줬다 못받은 분 보다가 갑자기 생각이 났어요.
그냥 이런 경우도 있다... 하면서 보세요.
직장서 미국을 1년 보내줘서(연구년)
거주하다가 여름에 귀국할 때였어요.
미국서 골프를 해본다고 골프채랑 세트를 150만원???인가에 구입했죠.
남편없이 애들 데리고 있었던 터라 골프를 하기는 개뿔~(죄송).
한번도 못했네요.
건강이 하도 안좋아서 운동으로 골프를 배워볼까 해서요.
남편도 사업장 골프를 하고... 하니 같이 해볼까?
하는 그냥 아주 단순한 마음이었는데요.
저희집 앞집에서 그렇게 같이 하자고 하던 부부가 있었어요.
그래서 어느날 끌려가다시피 하며 채를 사게 되었었죠.
어쨌든 결국 한번도 못하다가 그냥 창고에 넣어놨던거 귀국할 때 먼지 털고 가져왔는데요.
남편이 돌아올때 마지막 몇 주는 같이 있다가 같이 돌아왔는데요.
그게 커버가 있었던 것을 생각도 못하고 마지막 귀국 짐 싸랴
차 쓰던거 그 안에 짐 잔뜩 넣어서 시애틀 보내는 곳에 떨궈놓으랴
정말 정신 하나 없이 공항에 겨우 출국 전 시간 아슬하게 도착한거에요.
그런데 문제는 공항에서 짐 부칠때 골프채 커버가 없어서 안된다는거에요.
커버가 있다는 생각조차도 못했어요. 그냥 창고에 있던거 먼지 터는 상황이었으니(나중에 보니
가방 앞 호주머니 같은데 있더만요 ㅠㅠ).
커버를 구할 방법도 없고 시간도 그렇고 기내에 갖고 들어가려고 했더니
그것도 안된다고 하고요(길이때문에).
그거 실랑이 하다가 남편이랑 아이가 먼저 들어갔죠.
이거 해결하고 들어간다고.
(남편이 영어를 잘 못해서요.)
먼저 들어가라고 했어요.
그러다가 안된다. 나는 부치겠다.. 커버를 만드네 어쩌네 하다가
그만 비행기를 놓치고 말았어요.
그런데 문제는 이리저리 알아보다가 남편이 제 가방을 들고 들어갔고
저는 여권 하나만 주머니에 넣어져 있던 상황.
그냥 아무것도 없어요.
핸드백을 들고갔으니 전화도 없고(전화번호 외우는 사람은 남편뿐. 그런데 남편이랑은 연락이 안되고)
아무데도 연락할 데도 없고 그냥 그렇게 시애틀 공항에 덩그러니 남겨졌어요.
비행기는 놓쳤고.
골프채는 새걸 버리지 못하겠고(지금 생각하면 이걸 그냥 두고왔어야 했다는 생각 ㅠㅠ).
그때 저는 델타항공이었는데요.
아시아나 한국직원에게 부탁도 해봤어요.
내가 인터넷 검색하면 나오는 이런 사람이다. ㅠㅠ
여권이랑 보여주면서요.
그래도 방법이 없잖아요.
비행기 표를 사줄수도 없고.
전화는 빌려주더라고요.
카톡도 남의 폰에서는 로그인이 안되더만요.
......
정말 다시 생각해도 슬프네요.
델타항공에서는 안된다.
어쩔 수 없다.
하는데 지갑이 있어야 다시 결제하고 타죠.
엄청 불쌍한 상황 ㅠㅠ
결국... 델타에서 1시간인가 그렇게 실랑이를 하다가
엄청 싫은 표정으로 내일 비행기 탈 수 있는 것만 해준다...
숙박비 이런거 다 안된다. 당신의 책임이니까.
해주더군요. 감지덕지죠.
이러고 비행기를 타는데 타는 것만 해도 감격이었어요.
그렇게 내 수준에서는 비쌌던, 결국 한번도 못쓴 골프채를 지키느라고
만 하루를 돈 하나도 없이 노숙을 했는데요.
여름이라 나시 옷 같은거 입고
밤 되니 진심 춥더만요.
돈이 없으니 밥도 못사먹고요.
진심 항공사 마다 주는 스낵 비치해놓은 것 먹고요.
진짜ㅠㅠㅠㅠ
추워죽겠는데 밤은 새야겠고 담요 같은 것도 없고....
앉아서 밤을 꼬박 새는데...ㅠㅠ
내 인생의 흑역사였는데요.
그때 생각이 나서 올려보아요....
그때 한국인을 만났으면 도와주셨을까요?
하여튼 저는 저 사건 이후로 공항에는 무조건 일찍 갑니다.
그리고 애들 클 때까지는 골프의 ㄱ자도 생각 안하기로 했네요.
(남편은 그때 당연히 해결하고, 혹은 골프채 버리고 들어올거라고 생각했답니다.
그렇게 지킨 골프채는 지금도.... 저희집 창고에 덩그러니 있네요. )